'이대'가 증명한 교육부의 '불통' 대학구조조정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8.0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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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 계획은 결국 백지화 됐지만 사태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있다. 8월5일 이대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 중인 학생들의 자체 언론대응팀은 언론에 전달한 6차 성명에서 “최 총장은 그동안 프라임(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사업, 코어(인문역량 강화)사업 등 대학의 본질과 무관한 사업들을 강행해왔다”며 “총장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대 사태'를 계기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된 타대학에서도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이대를 제외한 다른 대학은 지원사업 결정 과정에서 별다른 마찰 없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대 사태는 그 흐름을 바꿔놓았다. 다른 대학에서도 논란의 불길이 옮겨 붙고 있다. 

인하대 홈페이지 내부 게시판에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에 대한 찬반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동국대 총학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 측에 사업 계획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초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된 대학은 10개 대학(대구대․명지대․부경대․서울과기대․인하대․제주대․동국대․이화여대․창원대․한밭대)이었다. 


'이대 사태'를 두고 학계에서는 교육부의 정책 밀어붙이기와 최경희 이대 총장의 불투명한 학내 의사소통 과정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대의 경우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전에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아서 결국 제 발목을 잡은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있었던 교육부의 불도저식 행정이 더해져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얘기다.

강원도에 소재한 한 사립대 원로교수는 “대학도 엄연히 교육 사업체다. 대학 입장에서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조건과 일정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대학 구조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정책 사업시행을 앞두고 대학 구성원 간에 논의하고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새로운 대학 관련 정책을 도입할 때마다 잡음이 터져 나오고 사태가 커지는 데는 교육부의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부터 강도 높은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프라임사업, 코어사업, 그리고 이번에 불거진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을 앞세운 구조조정은 ‘대학 줄세우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의 의도대로 구조조정를 단행하기 위해 내세운 무기는 다름아닌 돈, 즉 ‘재정지원’이었다. 

더 큰 문제는 교육부의 정책결정 방식이다. 3개 사업 모두 지금까지 대학이 운영돼오던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만한 것들이었다. 당연히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고 예상될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사업을 공고하고 최종 지원대상 대학을 선정하는 데까지 기다린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교육부의 사업 중 대학의 정원을 사회에서 수요가 많은 학과를 위해 조정할수록 유리해지는 프라임사업은 대학 내 갈등을 유발하며 대학 운영에 혼선을 빚는 주범이 됐다. 2016년부터 3년간 매년 2012억원을 투자하는 프라임사업의 확정 공고는 2015년 12월29일에야 이뤄졌다. 이 사업의 최종 선정자 발표는 첫 공고 4개월만인 5월3일 나왔다. 

촉박한 일정과 빡빡한 지원 조건에 맞추기 위해 학내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마구잡이 조정이 이뤄진 대학이 부지기수였다. 프라임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되기 위해 몇몇 대학들은 부랴부랴 학과의 축소․통폐합․신설에 나섰다. 대학 내에서는 “대학사업 진흥을 위해 이뤄져야할 교육부 대학정책이 오히려 대학 내에 일대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프라임 사업에 최종 선정된 21개 대학들은 선정 결과가 나온 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학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을 둘러싸고 끝내 갈등이 폭발한 이대 역시 올해 3월 프라임사업 선정을 앞두고 학내 구성원간 충돌이 가장 심각했던 대학 중 하나였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의 경우 형편 상 어쩔 수 없이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는 어느 정도 사회적 호응을 어느 정도 받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여전한 ‘불통’ 행정을 보여줬다.

한 대학 교무과 관계자는 “교육부가 ‘재정’이라는 거절할 수 없는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이라는 정부 방침을 따르느라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 탓에 대학 구성원 간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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