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세대’ 베이비붐 세대 노후파산 맞나?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8.09 13:02
  • 호수 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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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외 뾰족한 소득 없어…자산 내 부동산 비중 높아 현금화 곤란

서울 구로동에 사는 김아무개씨(60)는 한 달 전 신용회복위원회 서울 관악지부 사무실을 찾았다. 김씨는 전형적인 베이비붐 세대다. 시골에서 태어나 상경 후 서울의 모 사립대학을 나왔다. 남부럽지 않게 직장생활도 오래 했다. 이제 남은 것은 퇴직 후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퇴직 후 그의 앞에 놓인 현실은 암담했다. 졸업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자녀, 요양원에 장기 입원 중인 노모를 부양해야 하는 김씨는 불행한 ‘낀세대’였다. 은퇴 후 아파트 경비 자리 등을 알아봤지만, 번번이 실패한 그가 선택한 것은 자영업.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씨는 경기불황의 위기를 이겨내지 못했다. 

 


베이비붐 세대 노후대책 부실 우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에 나서는 시기는 사실상 올해부터다. 학계에서 말하는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1955~63년생을 가리킨다. 그중 가장 앞선 세대인 1955년생은 올해, 만으로 61세로 이들에게 남은 것은 퇴직이다. 여기에 오는 2020년이 되면, 이들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노인’으로 간주된다. 노인이 됨에 따른 각종 사회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시기도 바로 이때부터다. 정부, 지자체 등 공공의 준비가 미흡한 것은 둘째 치고, 은퇴자 본인도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실제 상황은 어떨까.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 실태와 관련한 연구는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이 많다. 전체 인구의 14.6%에 달하기 때문에 조사에 현실적인 어려움도 뒤따른다. 가장 최근 것이 지난 201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2011년도 보건복지 현안분석 정책과제’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베이비붐 세대의 총자산은 약 3억4000만원이며 이 중 총부채가 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2억8000만원이다. 

 

문제는 순자산 액수보다 생활 패턴이다. 저성장 기조로 과거와 같은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산의 쏠림현상이 크다는 것은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은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양질의 자녀 교육 외에도 편리한 도시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니즈(Needs)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은퇴 이후의 삶에 있어 지출이 크다”면서 “여기에 부모와 자녀를 함께 돌보면서 자신까지 챙기는 처음이자 마지막 3G(Generation)세대”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전후(戰後) 세대와 비교해 자산 구조가 균형적이지 못하다. 특정 자산에 돈이 묶인 가구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 자산은 부동산이다. 

 

반면, 은퇴로 소득이 반 토막 나기 시작하는 시기도 이때부터다.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연령대별 가구소득 조사에서 50대 평균 경상소득(근로·사업·재산 등 모든 소득 포함)은 연간 5964만원이었는데 60대는 2844만원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러다 보니 나이를 먹을수록 빈곤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지난해 60~64세 빈곤율은 51.7%, 65세 이상은 60.1%를 기록했다. 거의 두 명 중 한 명꼴로 소득보다 지출이 많다는 뜻이다. 이대로라면 최악의 경우 노인빈곤, 노인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부동산에 자산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것은 커다란 불안요소다.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통계를 보면, 60대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2.0%였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는 재앙이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부동산 비중을 낮추고 연금자산을 늘려야 한다.

 

 

3개월 이자 못 낸 신용불량자 채무 구제

 

60일 이상 이자를 내지 못해 한 곳의 금융기관에서만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도 사실상 전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힘들어진다. 한 번 낙인찍히면 그걸로 사실상 모든 게 끝난다. 경제적 재기는 꿈같은 일이다. 이를 막기 위해 현재 정부는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개인회생 및 파산, 면책 절차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단에서는 개인회생, 파산·면책과 관련한 법률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동시에 고용노동부·신용회복위원회·국민연금공단 등과 연계해 취업지원, 신용회복, 재무 설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개인회생, 파산신청은 변호사·법무사 등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신청비용이 수백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관련 서류도 30여 가지다. 이에 따라 최근 대한법률구조공단의 개인회생·파산 무료법률지원제도에 예비 회생·파산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개인회생, 파산종합지원센터는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울산·광주 등에 마련돼 있다. (문의: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센터 02-3482-1708, 수원 031-8019-7577, 대전 042-721-7000, 대구 053-756-1801, 부산 051-505-1671, 울산 052-708-0212, 광주 062-224-7806)

 

이와는 별도로 신용회복위원회가 진행 중인 개인워크아웃제도도 부실 채무자에게 도움을 주는 제도다. 원금 및 이자를 내지 못한 지 3개월이 넘거나 총채무액이 15억원 이하인 경우, 연체 이자는 전액, 원금은 최대 2분의 1 범위(소외계층인 경우 70%) 내에서 감면받을 수 있다. 담보 대출이 연체됐을 경우에는 연체 이자만 감면해 준다. 개인워크아웃이 결정되면 담보가 없는 대출의 경우 최장 8년, 소외계층은 최장 10년 이내 남은 빚을 갚는다. 담보 대출인 경우 상환기간이 최장 20년이다. 연체기간이 1~2개월이고 2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발생한 총채무액이 15억원 이하인 경우, 최근 6개월 내 새롭게 생긴 빚이 전체 빚의 30% 이하인 경우, 부채상환 비율이 30% 이상, 보유자산이 10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신용회복위는 프리워크아웃 대상자에 한해 연체 이자를 감면해 주고 있다. (문의: 신용회복위원회 1600-5500

 

집값 떨어지면 노후빈곤 가능성 높아져

 

만약 자산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베이비붐 세대는 곧장 ‘노후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경제 역시 은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카이(團塊)세대가 보유 부동산을 대거 처분한 것이 경기불황과 맞물리면서 1000조 엔 이상의 국부가 날아갔으며, 이는 다시 장기 경기침체의 단초를 제공했다. 

 

또, 소득 하위 20%가 최저생계비를 대기도 힘든 지금의 인구구조에서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다. 은퇴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모아놓은 퇴직금으로 사업에 나서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현실은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불안을 부채질할 거라는 지적이 많다.

 

오는 2020년까지 은퇴할 1차 베이비붐 세대는 대략 133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들을 우리 사회가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기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상당수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자영업자로 변신하는 것도 일은 계속하고 싶은데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끝에 내린 고육지책이라고 봐야 한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년 우리나라 자영업자수가 560만 명 선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은 폐업하는 수만큼 유입되는 자영업자 수 역시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업종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자영업은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운수업, 개인서비스업과 같은 전통 서비스업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과잉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 2000년부터 12년간 소상공인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자영업자들의 3년 생존율은 53.9%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 준비를 위해 전체 자산에서 빚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는 은퇴 직전인 50대다. 그러나 20~30%에 불과한 자영업 성공률은 가계 빈곤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연령대별 개인파산 구조 실적의 경우, 50~60대 비중이 가장 높다. 이 세대가 경제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면서 동시에 지출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도 최근 상황을 보면 다른 연령대와 차이가 상당하다. 더군다나 올 상반기까지 포함해 지난 3년간 실적을 보면, 50대를 기준으로 40대 개인파산 비중은 줄고 있는 반면, 60대는 높아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주요 선진국에서 노후불안을 막을 가장 큰 대비책은 연금자산 비중이다. 은퇴 이후 일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입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은 공적이든 사적이든 연금자산이 가장 효과적이다. 은퇴 이후 넉넉한 노후가 보장된 선진국일수록 사회안전망인 연금체계가 튼튼하다. 우리는 어떨까? 통계청 조사나 주요 금융기관 은퇴연구소 조사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보장용으로 준비하고 있는 연금자산이라고는 국민연금이 전부다. 한화생명 은퇴연구소가 분석한 한국복지패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19.3%, 국민연금만 가입한 사람은 24.9%다. 국민연금·은퇴연금·퇴직연금을 다 가입한 경우는 전체 인구의 10%에 불과하다. 

 

표본을 베이비붐 세대로 한정지으면 사정은 더 열악하다. 2000년대 들어 퇴직연금 시장이 마련된 것을 감안하면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막 현장에서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로선 국민연금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 학계에서는 3중 연금(국민·퇴직·개인연금) 체계를 갖춘 경우가 전체 베이비붐 세대 중 20%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베이비붐 세대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조성곤 행복가정경제연구소장은 “최근 베이비붐 세대들을 상담하면 청년실업으로 자녀들의 경제적 독립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은퇴 후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1년 전국 베이비붐 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3.3%가 100세 시대 도래에 대해 ‘축복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장수 인생에 대한 불안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되는 연구 보고서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들은 현재 누리고 있는 도시 중산층 생활에서 내려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은퇴 후 일하지 않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공적이든, 사적이든 연금 수입이 많아야 한다.

부동산 팔아 저축 비중 늘려야

 

결국 해법은 금융자산 비중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자산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비중을 크게 낮추는 것이 한 방법이다. 현금 유동성을 끌어올리되, 고정적인 수입원을 최소 80세 이상까지 늘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은퇴 이후 70세까지 일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퇴직,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 연금 가입도 서둘러야 한다. 

 

김동엽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이사는 “저금리로 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은퇴설계의 초점을 ‘자산’에서 ‘소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면서 “최저생활비는 국민연금, 필요생활비는 연금보험, 여유생활비는 연금펀드 등으로 소득처를 다양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가 생각하는 종신까지의 노후비용은 월 180만원 정도다. 조성곤 행복가정경제연구소장도 “70세까지 한 달에 100만원이라도 벌 수 있는 일자리라면 어떤 것도 괜찮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필요하다면 고정비 발생이 큰 도시생활보다는 귀농, 귀촌 등이 노후빈곤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연금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세제혜택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연구소장은 “주요 보험사들의 연금 관련 상품에서 유입보다 인출 비중이 높아지는 시기가 베이비붐 세대가 만 65세가 되는 2020년부터”라며 “추후 복지예산을 편성해 책임지느냐 아니면 지금부터 세제혜택을 부여해 개인들의 준비를 독려하느냐는 정부가 판단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자살기도 노인 3명 중 1명 ‘생활고’

 

최근 일본에서는 고령층의 범죄 및 자살률 증가를 노후빈곤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분위기다. 생활고에 빠진 고령층이 자살 내지 범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떨까?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61세 이상 범죄자 비율의 경우, 2012년 7.3%, 2013년 7.7%, 2014년 8.8%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갑작스럽게 떨어진 고령층이 생계를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초 발생한 수락산 살인사건도 생계와 관련된 사건이라는 지적(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도 있다.

 

그렇다면 고령층이 범죄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14년 경찰청 자료를 보면, 개인적인 이익에 눈이 먼 ‘이욕(利慾) 추구’라는 대답이 5.5%를 차지했다.

 

통상적으로 범행 동기는 통계화하기 힘들다. 경찰청 자료에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로는 미상(39.1%), 기타(25.6%), 부주의(14.2%), 우발적(12.0%) 순이다. 이욕은 그다음이다. 이욕에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대답한 경우는 39.1%로 가장 높았다. 치부(1.16%), 유흥비 마련(0.8%)이 뒤를 이었다. 생활비가 부족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응답이 ‘이욕’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년간(35.1→37.7→39.0%) 꾸준하게 늘고 있다.

 

고령층 자살률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의 ‘연령대별 자살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61세 이상 자살한 경우는 4141명으로 전체 30.3%를 차지했다. 통계청이 자살을 생각해 봤다는 노인 11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40.4%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노인빈곤이 노인자살의 큰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빈곤으로 인한 노인 범죄와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의 인상과 ‘더불어 연금’(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공적 이전소득 제도를 통해 보장되는 총액이 매월 최저생계비인 62만원이 되도록 하는 정책), 사회복지 차원의 노인 일자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헬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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