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회에 대한 단상
  •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12 15:20
  • 호수 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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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국정이란 것이 바람 잘 날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불만이 시위 형태로 표출된다는 것은 정부가 갈등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요구가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 관철될 수 없을 때 집회나 시위로 발전한다. 여기서 관건은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이다. 정부가 시위를 통해 압력을 받고 거기에 반응할 것이라 믿는다면 집회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불신과 참여자들의 좌절의 정서가 시위로 연결된 것이라면 그 집회는 과격해지게 마련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비하면 집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민주적이다. 예전 권위주의 시절에 정부에 대한 비판은 허용되지 않았고 사회적 불만은 억압되고 통제됐다. 반정부적 태도는 무조건 용공이며 반국가적 행위로 치부됐다.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는 민주적 사회가 아니라는 너무도 명시적인 원칙이 무시됐던 시절이다. 최근 집회를 보면서 아직도 집회에 대한 과거의 부정적 시각이 잔존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사드 배치에 대한 성주 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단결돼  있고 단호하다. 주민들은 자칫 지역이기주의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사드로 인한 안전에 대한 의혹과 배치 결정 과정에 주민들이 배제된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를 방문했을 때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총리가 일시적으로 감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외부 불순세력이 개입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이후 성주 주민들이 서울역 앞 집회를 열면서 푸른 리본을 표식으로 외부인들의 집회 참여를 금했다. 주민들만이 참석한 시위를 개최한 것이다. 집회가 자신들의 뜻임을 알리겠다는 의도는 이해하겠지만 자칫 고립화로 연결되는 것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외부인은 걸러내야 하겠지만 사드 배치는 단순히 성주라는 물리적 지역의 문제만이 아닌 것이다. 

 

과거의 관행대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국민들이 따르기를 강요하는 권력의 관행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성주 주민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다. 정부와 관련된 갈등에서 이해당사자를 분리해 고립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이화여대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미래라이프 대학 설치 결정에 대한 재학생들의 강한 반발이 주목을 받았다. 항의에 참여한 학생들이 모두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학내 문제로 자발적으로 참여한 대학생들이 왜 얼굴을 가리는 것일까? 대학생들이 의사표현 과정에서 자신을 밝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은 차후 처벌의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두 사례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첫째는 의사결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를 주지 않아 갈등을 키웠다는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정책이 변경되는 것이 두려워서 일방적 결정을 한 것이었다면 심각한 문제다. 정책결정 과정의 문화가 민주적이 되어야 한다. 둘째, 참여자들을 위축시키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차후 보복이나 처벌이 두려워 참여를 못하는 분위기라면 결코 민주사회라 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시끄럽게 마련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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