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콘돔 배포는 ‘서울 올림픽’이었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8.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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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콘돔 배포의 역사

35만 개의 남성용 콘돔과 10만 개의 여성용 콘돔. 총 45만 개의 콘돔이 2016 리우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촌에 지급된다고 한다. 올림픽 개최 기간은 17일이며 참가 인원은 1만 명에 조금 못 미친다. 평균을 내보면 1일 1인당 2.5개의 콘돔을 사용하는 셈이다. 아마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설마... 저 콘돔이 다 쓰이는 거야?”라고.

 


선수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외부에 있는 우리가 알 턱이 없다. 다만 드문드문 힌트는 얻을 수 있다. 일단 스포츠 전문방송국인 ESPN의 2013년 보도를 보자. 

 

"신성한 승부를 앞둔 금욕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올림픽은 1992년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마치 피자를 주문하는 것처럼 피임약을 주문하면서 그런 이미지를 깨뜨렸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IOC가 준비했던 7만 개의 콘돔이 모자라 2만 개를 추가해야 했다.“

 

ESPN은 여러 선수들의 증언을 통해 선수촌 내에서 벌어지는 사랑의 장면들을 보도했다. 한 미국 여자축구 대표선수는 “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하고 있다. 잔디나 건물의 그늘 등 밖에서도 한다”고 말했다. 이토록 많은 일이 벌어지는 것과 비교하면 선수촌 내의 일이 퍼질법도 한데, 의외로 알려진 건 드물다. 그들만의 비밀주의 때문이다. 한 미국 수영 대표선수는 “올림픽의 불문율 중 하나가 선수촌에서 일어난 일은 절대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아마도 이런 19금 사건들은 경기를 마친 선수들 사이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이라면 아무래도 긴장감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컨디션 조절에 만전을 기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성관계가 선수의 경기력과는 무관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00년 캐나다 연구팀이 의학전문지인 'Clinical Journal of Sport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과거에 행해진 관련 연구 3건은 모두 성관계가 악력, 균형 감각, 순발력, 유산소 운동 등 체력 지표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결론 내렸음을 보여준다. 

 

육체적인 영향과는 무관하더라도 정신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관계가 끝나고 얻는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이 경기 전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경기에 반드시 필요한 승부욕과 공격성을 박탈할 수도 있다. 수면 부족이라는 위험도 존재한다.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 콘돔 배포 추이

 

 

 

▲ 올림픽 콘돔을 맨 처음 나눠준 곳은? ‘서울’

 

올림픽 콘돔 배포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1988년 한국에서부터다. 서울 올림픽에서 8500개가 배포됐는데 이때는 1인당 1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불과 4년 뒤인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는 무려 9만개가 배포된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개최지의 성(性)문화가 다른 점도 있겠지만 갑자기 급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에이즈(AIDS)였다. 1990년대 들어 에이즈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올림픽에서 예방의 필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 1인당 평균 배포 개수, 동계 올림픽>하계 올림픽

 

표에 나타난 콘돔 배포 숫자의 총합은 하계 올림픽이 많다. 당연하다. 참가 선수가 훨씬 많으니까. 반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1인당 평균 배포 개수는 동계올림픽이 더 많다. 

 

리우올림픽을 제외하면 하계올림픽 중에서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가 1인당 평균 14.1개로 가장 많다. 하지만 동계 올림픽 중 가장 빈약하게 보급 받았던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도 런던 때보다는 많다.

 

동계 올림픽에서 콘돔 배포가 많은 이유가 뭘까. 아마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추운 겨울이다 보니 따뜻한 실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다른 하나는 참가 인원수와 관계없이 하나의 이벤트로 가능한 많은 콘돔을 배포하는 개최지 정부의 정책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  

 

 

▲ 지카 바이러스와 아마존, 그리고 콘돔

 

브라질에서도 확산된 지카 바이러스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소두증의 원인이 되는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리우 올림픽에 참가를 꺼려하는 분위기도 분명 있었다. 비록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성관계에 의해서도 지카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리우 선수촌의 콘돔 배포는 이런 두려움을 일정 부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 리우 올림픽 콘돔의 재료가 된 고무는 어디서 왔을까. 브라질의 아마존에서 생산되는 고무를 사용해 만들었다. 콘돔의 배포를 통해 열대 우림 보호도 동시에 어필하려는 게 브라질 정부의 생각이다. 브라질만이 할 수 있는 캠페인이다.

 

 

▲ 최초로 여성용 콘돔을 배포한 리우

 

콘돔은 남성의 도구라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남성이 주체가 되고 사용 여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여성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은 피임 도구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여성용 콘돔도 10만 개나 배포됐다. 여성용 콘돔은 여성이 주체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장착하는 콘돔이다. 아직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피임 성공률은 대략 80%에 육박한다. 남성용 콘돔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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