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락의 풍수미학] “풍수에 따라 복도 달라진다”
  • 박재락 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1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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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공간 터의 풍수적 형국을 확인해야…지명도 풍수와 관계있어
지명은 터의 내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경북 문경시는 들을 ‘문(聞)’과 경사 ‘경’(慶)을 쓴다. 홍역학(洪易學)의 대가 야산(也山) 이달선사는 해방의 기쁜 소식을 듣기 위해 문경에 가서 머물렀다 전한다. 경산이란 지명은 ‘경사 경(慶)’ ‘뫼 산(山)’을 쓰는데 경사스러운 산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지명은 풍수적 형국과 연관이 있다. 터는 입지한 공간형태에 따라 풍수적 명당지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즉 터는 입지를 위한 공간이므로 어떠한 지명을 가진 곳인지, 주변의 지세가 어떠한지, 산과 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지에 따라 입지공간의 풍수적형국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풍수적형국은 산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식한 것에서 시작된다. 여러 유형들이 있지만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봉황귀소형(鳳凰歸巢形), 회룡고조형(回龍顧祖形),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의 터는 풍수적으로 부(富), 귀(貴), 손(孫)의 번성과 부귀겸전의 발복과 연관이 있는 형국이다. 주로 양택풍수에서 적용되는 형국인데, 주변지세에 따른 주거입지는 특정한 인물 배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암시한다. 

금계포란형국은 선비나 학자를 배출할 수 있는 고귀한 기를 머금고 있는 터다. 이곳의 지세는 현무봉(玄武峰 : 의지하는 입지의 뒤에 있는 산)이 금형체를 이루고 좌우의 산줄기가 뻗어내려 중명당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형국인데, 중심공간에 터 잡이가 이루어져야 발복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만약 좌우측면으로 뻗어 내린 산세를 의지하는 터이거나 중명당에 내수(內水)가 흐르지 않는다면 발복의 역량이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입지가 된다.

봉황귀소형은 현무봉의 형태가 목형체를 이룬 곳으로, 좌우 산세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안산과 마주하는 공간엔 넓은 중명당을 형성하면서 그 중앙으로 내수가 흐르고 있는 형국이다. 이때 수세는 역수형태를 이루어야 생태공간을 이룬다. 특히 현무봉의 중심룡맥을 받는 곳의 터는 봉황을 상징하는 지도자가 머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입지이다. 지금의 경복궁 터가 조선 500여년을 지키게 한 것도 이러한 형국에 터 잡이를 하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회룡고조형은 조산(祖山)을 바라보는 좌향의 터를 말한다. 이곳은 조산의 용맥이 주산이나 현무봉을 이룬 곳을 의지한 곳일 때, 할아버지가 손자의 응석을 아무를 대가없이 받아 주듯이 동기감응을 이룰 수 있는 입지를 말한다. 가령 마주보이는 조산 봉우리가 문필봉을 이루고 있다면, 고명한 학자를 배출할 수 있는 기를 받는 곳이다. 금형체는 거부의 기를, 토형체는 높은 관직과 명예를, 화형체는 예술인의 지기를 받을 수 있는 입지라는 뜻이다. 

연화부수형은 연꽃이 물에 떠 있는 모습처럼 터 주변으로 물길이 형성되어 흐르고 주변의 산세가 가까이서 원형을 이루듯이 에워 쌓고 있는 입지를 말한다. 특히 주변의 산봉우리가 목형체, 금형체, 토형체 등의 형태를 이루면서 터를 감싸는 형국을 이룰 때는, 명당발복의 역량이 매우 큰 입지이다. 그리고 물길은 조산에서 발원한 계류수가 구곡수 형태를 이루면서 터를 향해 흘러들어오는 곳이면 부귀겸전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명당 터를 이루게 된다. 

이처럼 풍수적형국에 따라 명당발복의 역량을 달리 판단하는 것이 풍수지리학의 논리이다. 이중에서 주거공간을 위한 양택풍수적 명당입지는 연화부수형의 터가 좋은 명당의 기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형국이 된다. 즉 연화부수형은 산과 물이 서로 만나고 득수가 용이하며 좌향이 조산을 바라보는 입지이므로, 주거입지로써 가장 좋은 명당공간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조산에서 출맥한 용맥과 그곳에서 발원한 계류수가 서로 만나는 곳, 조산을 바라보는 회룡고조형의 좌향을 이룰 경우는, 풍수적으로 생기를 생성하면서 기를 머물게 하거나 분출이 이루어짐으로써 지속적으로 생태공간을 이루는 명당입지로 판단한다. 

삼방동 터 건너편에 자리한 성암산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모습 ©유튜브 캡처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경산시에 소재한 상방동(上方洞)의 터는 연화부수형의 입지로 나타난다. 이곳은 조산(祖山)인 백자산(486m)과 그곳에서 발원한 계류수가 남천을 이루면서 흐르고 있으며, 물길 건너편에 성암산(469m)이 자리한다. 백자산의 지세는 낙동정맥의 구룡산(675m)에서 분맥한 비슬지맥의 첫 산진처로, 산의 형태는 문필봉을 이루고 있다. 백자산의 중출맥(中出脈)은 영남대학교를 품고 있는데,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의 입지와 부합되는 지기를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좌선지맥은 생룡형태를 이루면서 북쪽방위로 꾸불꾸불 뻗어내려 오다가 서쪽방위로 몸을 틀어 남천을 만난다. 이때 내룡맥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상방동을 안기 위해 금형체와 토형체의 산봉우리를 차례로 세우면서 터를 이루었다. 즉 백자산의 문필봉, 좌선지맥의 금형체와 토형체, 성암산의 봉우리가 터를 포근히 감싼 형국이다. 또한 우측편의 남천은 남에서 북으로 구곡수형태로 유유히 흐르면서 연화부수의 터에 수기를 지속적으로 유입시켜주는 명당수 역할을 한다. 그리고 남천은 백자산의 정기를 머금고 흐르는 물길이므로, 이러한 입지는 발복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산시 삼방동의 '연화부수형'의 풍수입지도

옛말에 삼대가 적덕을 해야 남향집터를 얻는다고 했다. 남쪽의 백자산과 문필봉을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의 입지는, 고명한 학자를 배출할 수 있는 지기를 받는 곳이다. 또한 터를 중심으로 주변 가까이 형성된 동쪽방위의 금형체 산봉우리는 거부의 기를, 북쪽방위의 토형체는 높은 관직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지세이므로, 부귀겸전의 발복이 이루어지는 명당입지라 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주거공간의 형태가 주변의 지세와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면, 그곳의 구성원들에게 발복의 역량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 풍수지리학의 형식논리이다.

지금도 주거입지를 선정할 때 확 트인 조망권만을 선호하다보니 일부 입지는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멀리 내다보이는 전망은 눈만 시원하게 할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입지공간의 터가 어떠한 풍수형국을 이루고 있는지, 어떤 형태의 봉우리가 조망권내에서 마주하고 있는지, 가까이 물길이 흐르고 물길은 터를 향해 흘러들어오는 방향인지를 살피는 것도 풍수지리의 명당발복을 받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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