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드리워지는 ‘노조 사냥꾼’의 그림자
  • 이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6.08.17 18:02
  • 호수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사 월수입 1000만원 vs 160만원, 사용자 측 대변 강요하는 구조
충남 아산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에 차량 공조장치를 공급하는 갑을오토텍은 1년 넘게 계속되는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급기야 회사 측은 7월26일 노동조합의 장기 파업에 대항해 직장폐쇄를 단행한 데 이어 용역경비원으로 맞서며 관리직 직원 투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노조) 측은 회사 정문에 4m 높이의 철제 구조물을 쌓고 조합원들을 배치했다. 갑을오토텍 정문에 노사 양측은 물론 물리적 충돌을 막으려는 의원단, 시민단체 등까지 몰리면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갑을오토텍 노사 갈등의 표면적인 원인은 임금교섭 문제다. 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갈등의 시발점은 지난 2014년 말이었다. 회사 측은 특전사와 경찰 출신 60명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한 뒤 이듬해 별도의 수당까지 주면서 제2노조를 만들게 했다. 회사에서 채용한 ‘용병들’은 기존 노조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박효상 전 갑을오토텍 대표는 직장폐쇄 직전인 7월15일 부당노동행위로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하지만 갑을오토텍 문제는 일반적인 노사 갈등의 양상과는 달랐다. 특전사·경찰 출신을 대거 채용하고 불법 파업을 유도한 뒤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이른바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작동했다. 그 배경에는 통상임금 판결을 이끌어낸 노조에 대항한 경제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측의 용역경비 투입을 두고 첨예하게 대치하던 8월4일 한 건의 문건이 공개된다. ‘K-P 전략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문건이다. 64쪽으로 이뤄진 이 문건은 2014년 노무법인 예지가 2억5000만원을 받고 작성했다. 표지에는 ‘대외비’ ‘최상위 보안 등급’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압수수색을 통해 회사 문서고에 보관 중이던 이 문건을 확보했다.

8월1일 충남 아산시 갑을오토텍 정문에서 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원들과 사측이 고용한 경비용역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
실체 드러난 ‘노조 파괴 시나리오’

문건에는 “경비 노동자 외주화 등을 실시한 뒤 불법 파업을 유도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한 뒤 노조를 파괴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동관계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인도 회사 측의 불법행위 공모 의혹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자세히 보면 “경비업무 외주화를 노조에서 비정규직 전환의 시발점으로 인식→경비업무 외주화 적극 반대 예상→파업 돌입 예상→파업 돌입 디데이(D-day)의 시발점 역할”이라고 적혀 있다. 또 “파업 디데이 계획에 맞춰 외주화를 시행한다. 투입인원 중 3명은 용역으로 투입하고 어려울 경우 전원 젊고 건장한 인력으로 투입한다”고 기록돼 있다. 실제로 회사는 지난 1월3일 정문 경비를 외주화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노조는 “일방적인 경비용역 외주화는 노사 단체협약에 위배된다”며 경비용역 배치를 막았다. 노사 모두 시나리오대로 움직인 셈이다.

문건에는 또 파업에 들어가면 “직장폐쇄 및 선별복귀/징계 및 민·형사 고소” “조합원이 사내 진입을 시도할 것에 대비해 용역 및 신규인원 정문 및 진출로 배치” 등의 내용도 있다. 조합원을 강성·온건 A~D등급으로 분류한 뒤 “1차적으로 전체 조합원의 30%를 선별복귀”시킨다는 내용도 있다. 이후 “심리적 압박을 통한 제1노조(금속노조) 탈퇴 유도”를 위해 징계를 시행한 뒤, 집행부를 대상으로 고소·고발할 계획을 세웠다. 이후 제2노조(특전사·경찰 출신 신입사원으로 구성된 노조) 형성에 조력한 다음 “감봉 징계 시 학자금·장학금 지급이 중단되는 만큼, 제2노조가 이를 해소시켜주는 것을 조건으로 조합 탈퇴 및 제2노조 가입 유도한다”고 적혀 있다. 

아울러 신규 인원 가운데 3개의 채증 조를 편성하도록 했다. 노조 조합원이 사무실에서 고성을 내거나 구호 및 노동가를 제창할 경우, 욕설 등을 하며 업무를 방해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 징계 조치를 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대응력’이 가장 강한 7명을 조합원과 일선에서 직접 대치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군사 용어까지 동원해가며 “노출 우려가 있으므로 피아 식별이 가능한 인원으로 구성”하라고 조언했다. 이들에겐 “회사를 위해 대응한 경우 모든 책임은 회사가 진다”는 명확한 입장표명이 이뤄지도록 했다.

시나리오에는 직장폐쇄, 복수노조 설립 등에 따른 소요 비용도 상세히 기재돼 있다. 직장폐쇄를 단행할 경우 전문업체 컨설팅, 경비용역 투입비 등으로 13억~25억원이 든다고 예상했다. 복수노조 설립을 위해선 7억~12억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여기서 전문업체 컨설팅은 노무법인은 물론 김&장 법률사무소에 맡기도록 적시돼 있다. 회사 측은 노무법인 예지가 작성한 이 시나리오 문건대로 움직였다. 노동조합도 시나리오 예측대로 대응했다. 하지만 기존 노조와 어용 노조 간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 시나리오를 작성한 노무법인 예지는 결국 설립인가가 취소됐다. 또 시나리오를 승인한 전직 대표는 부당노동행위로 법정 구속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원회는 7월11일 글로벌 원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금천구 독산동 현대지식산업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폐쇄를 요구했다.

되살아나는 ‘노조 사냥꾼’의 망령

여기서 갑을오토텍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가 최고 징계를 받게 된 노무법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노무법인 예지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출신의 김형철 노무사가 설립했다. 예지는 유성기업·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영남대의료원 등의 노조 파괴 사태에 개입했다가 노무법인 최초로 설립인가가 취소된 창조컨설팅의 후신인 셈이다. 실제로 김형철 노무사는 노무법인 공식 홈페이지의 소개란에 ‘창조컨설팅 출신’이라는 점을 강하게 강조했다. 사회적 비난보다는 ‘노조 파괴’를 원하는 경영진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노조 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렸던 창조컨설팅의 경우, 노무관리를 맡은 사업장 중 14곳에서 노조를 무너뜨렸다. 이렇게해서 7년간 82억원가량을 벌어들였다. 창조컨설팅은 홍보 자료에서 만도와 대림 등의 사업장에서 노조 조직변경을 이끌고 조합원 수를 급감시키거나 아예 노조 자체를 와해시켰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 사업장에서 노조를 파괴한 방식은 대부분 일치한다. 고의로 협상 결렬을 유도하고 이에 따라 쟁의행위를 유발한 다음, 경비용역업체를 통해 폭력을 행사하고 기업 노조를 세워 노노갈등을 유발, 기업노조를 지원해 제1노조로 만드는 것이다. 자연스레 기존 노조의 조합원들은 이탈하거나 기업노조로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창조컨설팅은 문을 닫게 됐고, 심종두 노무사는 등록 취소를 당했다.

갑을오토텍 문건으로 논란이 된 김형철 노무사 또한 법인 설립인가 취소에 이어 징계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1대 노조 사냥꾼으로 불렸던 창조컨설팅의 심종두 노무사처럼 등록취소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불법적인 노조 파괴 활동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3년 이후 재개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종두 노무사는 최근 노무법인 ‘글로벌 원’을 설립해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최근 “2012년 뜻하지 않은 시련을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로 극복하고 지난 7월1일 노무법인 글로벌 원을 설립해 새로운 출발을 했다”며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노조 사냥꾼 막대한 수익의 배경

비난의 화살이 일부 노무사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일련의 사건들이 한 노무사의 일탈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상적으로 노무법인들은 일상적인 기업 자문을 통해 회사당 월 100만원가량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회사마다 노사 문화가 달라 자문사를 바꾸는 일은 흔치 않다는 것이 노무사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한 노무법인이 특정 회사와 10년 이상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창조컨설팅, 예지 등은 업계에서 비범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들이 거둬들인 수입 또한 다른 노무사 업체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만큼 다수의 기업들을 유치했고, 통상적인 수임료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챙기며 컨설팅을 진행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노조 사냥꾼으로 불리는 이들이 개입한 업체들의 ‘공통분모’다. 과거 노조 파괴 논란이 일었던 유성기업, 발레오전장, 상신브레이크는 물론 갑을오토텍의 경우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해당 기업의 노조의 경우 금속노조를 통해 산별 교섭을 진행해왔다. 이때 등장하는 사람이 심종두 노무사다. 심종두 노무사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13년 동안 노사대책팀장, 법제팀장으로 근무했다. 노무사 활동을 하면서도 금속노조의 교섭 상대인 금속사용자협의회와 병원사용자협의회 교섭 대표를 맡았다. 금속노조와 대립각을 세우는 사용자협의회의 교섭권을 위임받을 정도로 경총 내에서 인정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용자 측 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한 노무사는 “과거 창조컨설팅 등에 속한 일부 노무사들이 수억원씩 번다는 얘기가 돌았던 적이 있다”며 “노무사들이 경쟁적으로 기업 자문을 유치하려고 해도 노무법인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는 상황에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무사는 “대다수 노무사들이 회사 측에서 노조에 강경책을 쓰려고 하면 손을 떼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특정 업체로 몰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개입 가능성도 제기됐다. 과거 노조 파괴 논란이 일었던 현대차 협력업체의 경우 현대차의 개입설이 돌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유성기업이 노사 갈등을 겪던 당시 현대차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노조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현대차에 보고한 이메일도 밝혀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유성기업의 경우 엄청난 노무관리 비용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직장폐쇄 이후 오히려 눈에 띄는 성장을 거두고 있다”며 “통상 대기업들은 납품단가를 낮추려고 하지만 오히려 현대차는 유성기업의 납품단가를 올려주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노무사 90%가 사측 대변’ 왜곡된 구조

노무사들은 갑을오토텍의 사례처럼 극단적인 노조 파괴까지 벌어지지 않더라도 노무사 시장이 왜곡돼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회사와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균형점이 끊겼다는 의미다. 노무사 시장은 회사와 노동자 시장으로 크게 양분된다. 회사를 대리한 경력이 있는 노무법인에 노조는 사건을 맡기지 않는다. 반대로 노조를 대변한 경력이 있는 노무법인에 회사는 사건을 맡기지 않는다. 노사를 오가며 사건을 맡는 노무사도 있지만 개인의 부당해고 사건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건에 한정된다.

문제는 노무사 시장이 극심한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 노무사는 “노무사 시장은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이 50대 50으로 나눠지는 게 정상”이라며 “하지만 회사 측 입장을 대리하는 노무사가 전체의 90%에 달한다. 노조 측을 전문으로 대리하는 노무사는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당연히 수입 문제가 걸려 있다. 2000년 이후 노무사 시장이 포화된 이후 합격한 이들을 제외할 경우 회사 측을 대리하는 고참 노무사들의 수입은 연 1억원을 넘는다. 부당해고 사건의 경우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을 합쳐 건당 600만원 이상을 받는다. 반면 노무법인 현장이나 참터처럼 노동자 측 입장을 대변하는 노무사의 수입은 월 160만원을 넘지 않는다. 특히 이들은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해고자들의 사건을 주로 다루다 보니 착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6개월간 월급이 밀리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생계를 위해 사측을 대변하도록 강요받는 구조다.

노무사의 쏠림 현상에는 반(反)노조적 사회 정서도 한몫했다. 노조를 불온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한 데다 정부 정책마저 반노조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노무사들을 사측 대리인으로 떠미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의 최강연 노무사는 “노조를 동반자 관계로 인식하기보다는 탄압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반노조 정서가 팽배하다”며 “노조 파괴가 반헌법적이고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을 자문하고 있는 한 노무사는 “노조 파괴의 유혹에 항시 노출돼 있지만 대부분의 노무사들은 과격한 정책을 회피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법 자체가 노조에 불리한 형태로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 개인적 양심을 위해 노동자 편에 설 노무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드리워지는 ‘노조사냥꾼’의 그림자” 관련 반론보도문

 

시사저널은 지난 8월23일자 사회면에 “다시 드리워지는 ‘노조사냥꾼’의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노무사 90%가 사측대변’한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인노무사회에서는, ‘노무사 90%가 사측대변’은 전혀 사실과 다르며, 대다수 공인노무사들은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정·중재·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노동관계법령에 근거하여 노동위원회사건을 대리하며, 취약계층을 위한 노동위원회 국선노무사, 국선체당금 조력 지원 사업, 영세사업장 근로자와 사업주를 위한 근로조건자율개선 지원 사업,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사업, 최저임금지킴이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사업에 동참하고 있으며,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를 위하여 일하는 상당수의 노무사들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극소수 노무사들의 행태를 빌미로 노무사 90%가 사측을 대변한다고 한 것은 전체 공인노무사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이며,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