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대표로 만난 김남길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8.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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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로 대표로 만난 배우 김남길 (下)

 


‘저런 친구 있으면 재밌겠다’ 
2014년 여름 개봉한 영화 《해적》 속 배우 김남길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었다. 영화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잡아주는 그만의 재기발랄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올해 서른다섯, 연예인이란 색안경을 벗고 만난 김남길 길스토리 대표는 유쾌했지만 결코 경솔하지 않았다. 인터뷰 중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책임감’ ‘영향력’ ‘역사’ ‘함께’ ‘인간성’이란 단어들이었다. 질문 하나에 우르르 쏟아내는 답변을 들으면 ‘이 사람, 이런 걸 늘 고민으로 해왔구나’란 생각이 들게 했다. 

‘’길스토리‘ 활동을 하는 이유로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을 주고 싶어서‘라고 답했는데, 살면서 외로움을 느끼나.

지금도 외롭다. 생물학적으론 차라리 안 외로운데 때때로 고립돼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회의할 때마다 강조하던 게 있다. ‘이웃사촌’이란 개념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이웃사촌’은 익숙한 단어였다. 강동구 상일동 주공아파트에서 오래 살았는데 아파트 어디에 누가 살고, 야쿠르트 아줌마가 누구고, 오늘 학원에 누가 안 갔고 이런 걸 다 알고 지냈었다. 지금은 사라진 얘기다.
나도 그 시절이 종종 떠오른다. 비단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함께 잘 살자’. 길스토리의 모토이자 내 삶의 철학이다. 누구 하나가 잘 돼서 힘든 다수를 이끄는 사회가 이니라.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 말이다. 

‘더불어 함께 잘 살자’… 좋은 말이긴 하지만 다소 이상적으로 들린다. 이런 사회로 가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근본적으론 교육이 가장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교육?

길스토리 회의할 때마다 하는 얘기가 ‘교육이 문제’라는 거다. 5년 전에 한 사립고등학교 교실에서 드라마를 찍었는데, 그때 놀랐던 게 시간표 안에 ‘도덕’이나 ‘윤리’가 없는 것이었다. 다소 고루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교육을 받는 속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배려․책임감이 학습되고 체득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개인의 능력만으로 사회적 성공을 판가름하고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 그러다보니 아이고 어른이고 교육을 ‘지식 습득’으로만 접근한다.

‘성장’과 ‘성숙’은 다르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점점 사람들은 ‘성숙’보다 ‘성장’에 초점을 더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전부 잊어버리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도 그렇다. 물론 현재가 중요하긴 하지만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기에 미래가 있는 것 아닌가. 과거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모든 것을 기억할 순 없을지라도 우리 역사상 중요한 사건들, 6․25는 언제 일어났고,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와 같은 우리의 ‘뿌리’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요즘 학생들이 받는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길’에 대한 나의 관심 역시 어쩌면 사람들의 삶 속에 근간이기 때문이다. 

길스토리의 스토리볼이나 캠페인에 담긴 글들도 직접 쓴다고 들었다.

예전에 써둔 것들이다. 이제 재고가 다 떨어졌다.(웃음) 기본적으로 내가 시작한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직접 참여하려 하고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나는 연기자이지만 이 단체가 ‘김남길’이란 이름에 의지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길스토리를 처음 시작할 때 함께 하는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문제 일으키지 않을 자신 있냐’고 물었다. 반 협박조였다. 당시에는 “그럼~ 난 술도 많이 안 마시고 도박이나 마약도 안 하니까 잘 할 수 있어”라고 답했다. 아직 이런 부분에선 자신 있지만 늘 조심한다. 

연예인으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생각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스스로 많은 굴레를 씌우고 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당초에 내가 가진 영향력을 좋은데 쓰자는 것이었으니까. 수장으로 있는 단체의 일인데 당연한 거다. 길스토리 관련 업무에 대해서는 적어도 최종 결정만은 내가 직접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촬영에 들어가 있을 때는 많이 신경을 못 쓰기 때문에 중요한 일은 촬영 뒤로 미뤄 직접 챙기는 편이다. 내가 하는 일의 특성이 그렇다. 본업(연기자)에 있어서도 최정상을 달리고 배우로서 인정받아야 내가 하는 다른 일도 인정받을 수 있다. 

연예인으로서는 대중이 사랑을 주는 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은 그만큼 돈을 많이 벌지 않냐’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떼돈’을 버는 ‘스타’는 연예인의 1%도 안 된다. 또 그것이 영원한 것도 아니다. 사랑받는 배우가 되기까지 스스로의 노력도 있겠지만 또한 누군가가 봐주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니까. 이런 점이 배우로서 힘든 점이라면 힘든 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젊은 연예인들 중심으로 할리우드의 문화가 퍼져나가고 있다. 파티 문화, 파파라치 문화 같은 것 말이다. 문화란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유입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문화 간의 특성을 고려해 들여오는 게 아니라 무분별하게 가져오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상이다. 

어떤 면에선 조금 보수적인 것 같다.

어떤 면에선 그렇다. 나는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중간세대다. 당시에도 ‘배우는 술도 먹고 꼬장 부릴 줄 알아야 한다’ 같은 문화가 있었다. 중요한 건 받아들이는 사람이 중심을 잡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

평범한 삶을 꿈꾼다. 이룰 수 없는 꿈인지도 모르겠다. ‘아무 일 없는 게 좋은 일’인 듯도 싶고, 어디 이름 알리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천생 배우이기 때문에 아마 10년이 지나도 50년이 지나도 연기를 하고 있을 것 같다. NGO 활동 역시 오랫동안 병행하고 싶다. NGO 대표로서의 꿈을 조금 더 말해보자면, ‘인간성 회복’이다. 거창해보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이 목표는 아주 작은 것에 대한 실천으로부터 이뤄진다.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계기를 만들고 함께 할 시간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패자’ 역시 실수로 교훈을 얻고 사회성을 회복해서 다시 같이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승자만을 위한 사회’가 돼버린 것 같다. 한 번의 실수로 사회에서 재기할 수 없을 만큼 불구가 돼버리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점점 사람들의 공격성이 강화되는 것 같다. ‘묻지마 범죄’ ‘테러’가 발생하는 것도 결국 ‘틈’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낳은 병폐가 아닐까 생각한다. 연예인에 대한 얘기만은 아니다.

공동체 운동에 관심 있나.

용어적인 건 잘 모르겠다. 그저 다 함께 같이 웃으며 행복하게 사는 법에 관심이 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신문을 본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습관이다.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알 수 있는 창이라고 생각한다.

뉴스 속 세상은 정말 각박하다. ‘층간소음’도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될 게 아닐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과거에는 층간소음 문제가 더 심했지만 아무 문제없지 않았나. 이웃 간에 웃고 넘길 정도의 일이었는데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사회 문제로 튀어나와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이상주의자라는 얘길 들을 것 같다.

맞다. 우리는 살면서 자꾸 무엇이 중요한지 잊고 산다. ‘뭣이 중헌디!’ (웃음)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 누구에게나 남을 돕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게 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길스토리도 그런 차원에서 올해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한다. 청년 단편영화 감독들을 위한 제작 지원 사업이다. 5월에 유럽단편영화제의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사회공헌사업을 시작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지금도 배워가며 배우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꾸준히 해온 길을 걷고 싶은 사람들을 돕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 생각했다. 

요즘 문화영화계는 되는 작품만 만들고. 작은 영화, 좋은 영화, 소소하게 관객 모을 수 있는 영화엔 투자가 거의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투자자를 원망할 수만은 없다. 우리 사회가 그런거니까. 제작 지원은 물론 일 년에 한 번씩 영화 상영도 주고 관객과의 만남 기회도 주고자 한다. ‘문화예술 자체가 갖고 있는 의미가 가난을 구제할 순 없지만 위로할 순 있다.’ 이 말의 힘을 믿는다. 

김남길 길스토리 대표는 당분간 '한양도성 10인10색' 프로젝트에 집중할 생각이다. 도성길을 걸으며 직접 현장 촬영에 나서고 있다.
올해 길스토리에서 준비하는 계획은 더 없나.

청년 단편 제작 지원 말고는 당분간 ‘한양도성’ 프로젝트에 집중할 생각이다. '길을 읽어주는 남자, 한양도성' 길이야기 캠페인​은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 중인 한양도성을 걸으며 이 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온라인 플랫폼, 오디오북 등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되새기는 작업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세계유산이 우리한테 밥 먹여줘?’란 생각을 했다. 먹고 사는 고민도 빠듯한데 세계유산 등재에 누가 신경을 쓸까 싶었다. 그런데 한 번 실제 답사를 다녀와서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 오래된 성곽과 성곽마을이란 존재 자체가 주는 울림이 있었다. 성곽이란 게 ‘그저 옆에 제 자리를 지키며 있어주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묵묵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거창하지 않고 사람들 옆에 그저 있는 것. 그래서 그냥 좋은 것. 한양도성의 존재를 알리고 이참에 세계유산 등재까지 마음을 이어가면 어떨까 싶었다. 문화재란 매개체를 통해 공동체 의미를 공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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