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보이스 피싱’ 사기도 막는다
  • 이규석 일본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23 13:36
  • 호수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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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급변하는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

바야흐로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의미하는 ‘인더스트리 4.0’을 제시해 놓고 있다. 이를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인공지능(AI)이다. 

 

일본에서는 도요타·혼다·NTT·히타치(日立)·후지쓰(富士通)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들, 그리고 여러 은행들이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고, 상용화를 위한 기술보완과 새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니는 올 6월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로봇 사업에 다시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熊本市)에 본점을 둔 지방은행인 ‘히고은행(肥後銀行)’은 어린이들을 상대로 아주 재미있는 질문을 던졌다. “1달러에 100엔에서 80엔이 됐다. 이것은 엔저(円低)인가?” 어린이들의 판단력을 흔드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자가 바로 40cm 정도의 인간형 로봇이었다. 이 로봇은 상대방의 음성을 듣고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한 다음에 그에 맞춰 대답을 해 주는 ‘음성인식’ 기술까지 갖추고 있다. 또 반복적인 ‘강화학습(強化学習)’을 하면서 올바른 동작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히타치제작소(日立製作所) 측은 “인공지능은 보통 문제별로 만들어낸 개별적인 프로그래밍대로 움직이고 있지만,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도약학습(跳躍学習)’을 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용한 솔루션을 찾아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2030년 무렵에는 인간의 능력을 훨씬 넘어서는 ‘초인(超人) 인공지능’이 탄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개발이 한창이다. 사진은 일본 혼다에서 만든 로봇인 ‘아시모’


“2030년 인간 능력 뛰어넘는 인공지능 탄생”

 

또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인간이 하는 일’을 빼앗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의 소리도 높다. 그러나 로봇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고, 로봇을 운영·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그래서 ‘시스템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 등 인공지능을 취급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적지 않게 생기는 것도 사실이기에 일자리가 줄어들지, 늘어나게 될지 여부를 놓고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일방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애플사는 아이폰에 탑재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아이폰에 탑재된 음성인식 소프트 ‘시리(Siri)’는 주위가 시끄럽고 혼잡한 가운데서도 이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답을 도출한다. 이는 단말기 내에서 음성을 즉시 문자로 바꾸면, 서버 측의 소프트가 의미를 해석해 자연스럽게 응답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시리는 일주일에 걸쳐 약 20억 건(件) 이상의 리퀘스트에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범죄를 발견해 해당자들이 범죄에 걸려들지 않도록 경고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일본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범죄 중 하나로 ‘후리코메 사기(振り込め詐欺·보이스 피싱)’가 있다. 후지쓰(富士通)와 나고야대학은, 목소리의 높고 낮음과 크고 작음의 변화를 포착해 전화를 건 사람의 심리상태를 분석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이 인공지능은 ‘후리코메 사기’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 사기인지 아닌지를 탐지한 후에 가족과 경찰, 그리고 은행 등에 경고 메일을 보내, 사기에 말려드는 일을 방지하고 있다. 오카야마현(岡山県)의 약 100가구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후리코메 사기에 대처해 본 결과, 후리코메 사기의 건수는 반으로 줄었다. 인공지능이 오류를 범하는 오검출률(誤検出率)은 1% 미만이었다.

 

의료의 현장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용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정보해석사업체 ‘USIC메디컬’ (USIC 자회사, 도쿄 소재)은 환자의 전도(転倒)나 전락(転落)을 방지하는 의료시스템에 인공지능을 채용하고 있다. 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진료기록 카드 속의 문장 데이터를 해석해 환자가 넘어지거나 쓰러질 수 있는 요소가 발견되면 그것을 점수화해 간호사 등에게 알려준다. 간호사 등은 점수를 보고 환자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져 미리부터 환자에 대한 주의와 경각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조사·연구 전문 싱크탱크 EY소켄(EY総研)에 의하면, 2015년의 인공지능 관련 산업의 일본 국내시장 규모는 3조7450억 엔이었다. 앞으로 인공지능 시장은 급속하게 확대돼 2020년에는 23조638억 엔, 2030년에는 86조9620억 엔 규모로 계속 성장해 갈 것이라 한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성장세는 두드러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도요타자동차가 보다 적극적이다. 도요타는 올 1월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전시회를 열었고, 올해 중 미국에 인공지능의 연구·개발 거점을 구축할 예정이다. 혼다는 올 9월께 도쿄에 인공지능 연구·개발 거점을 개설한다. 자동차의 자동운전(자율주행)에 있어서도 인공지능은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자동운전) 상용화를 겨냥해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보완기술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도요타·혼다·닛산·다이하쓰(Daihatsu) 등이 ‘죽고 살기 식’의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만든 인간형 로봇 ‘페퍼’

노령자 생활 도와주는 ‘상냥한’ 로봇

 

일본의 건축·건설 회사 등은 대형 다리에 꽉 달라붙어 수행하는 밀착검사와 촬영에 있어서도 로봇을 쓰고 있고, 파나소닉은 올 6월초 댐을 점검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성장이 기대되는 로봇 시장은 공장 자동화(FA·Factory Automation) 메이커와 벤처기업도 노리고 있어 앞으로도 경합은 더욱 치열해질 것 같다.

 

이 밖에도 노령자의 생활을 돌봐주는 ‘상냥한’ 로봇, 인력난에 허덕이는 외식업체에서 봉사하는 서비스 로봇, 호텔 프런트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로봇 등 일본의 미래는 로봇과 함께 사는 세상이 펼쳐질 것 같다. 해외에서 수입한 로봇을 포함해 일본 내에서 지금 ‘활동’하고 있는 로봇은 100종류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8세기에 증기기관을 발명해 세계의 패권을 쥔 영국, 21세기 전후 IT혁명을 이끌며 세계 패권을 더욱 공고히 했던 미국, 그리고 그 이후 세계의 패권은 인공지능을 더욱 실용화, 범용화(汎用化), 상용화하는 나라에 돌아갈 것으로 예견된다. IT(정보기술)가 계속 진보와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더욱 진화된 기술인 인공지능은 가까운 장래에 너무나 당연한 일이 돼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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