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권력 지도 설문조사] “여권 대선 주자 누구냐고? 반기문!”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8.24 13:55
  • 호수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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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가 100명이 꼽은 여권 대선후보…반기문 ‘압도적’

“현 시점에서는 반기문이 가장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정치평론가와 정치부 기자들은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한 새누리당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꼽았다. 8월17일부터 19일까지 시사저널이 국내 정치평론가와 정치부 기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반 총장은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누구를 예상하는가’란 질문에 62표를 받으며 1위에 올랐다. 반 총장의 뒤를 이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14표)와 유승민 의원(14표)이 공동 2위에 올랐고, 황교안 국무총리(5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3표), 남경필 경기도지사(3표) 등이 뒤를 이었다. ‘대권 주자가 없다’가 2표, 홍준표 경남지사가 1표를 받았다. 특정 후보를 꼽지 않은 ‘잘 모르겠다’는 답은 8표가 나왔다. 

 

여권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혔다.


‘친박계’ 지도부와 맞물려 ‘대권 주자 1위’ 등극

 

반 총장이 압도적인 표차로 여권 대선 주자 중 1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8월9일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있다. 이날 친박계 대표 주자였던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되고, 최고위원도 친박계 일색으로 꾸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는 평가다. 한 일간지 기자는 “사실상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반기문·김무성·유승민의 주가가 엇갈린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의 독주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8월18일 발표한 ‘2016년 8월 정례 여권·야권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은 29.6%의 지지를 얻었다. 2위인 유승민 의원(12.5%)의 두 배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 ±3.0%인 점을 감안했을 때 오차 범위를 벗어난 압도적 1위다. 반 총장과 유 의원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 7.2%(3위), 김무성 전 대표 5.8%(4위), 남경필 경기지사 4.4%(5위) 순으로 나타났다. 반 총장은 충청(40.7%)과 부산·경남·울산(31.1%), 60세 이상(38.8%)과 50대(29.6%), 새누리당 지지층(48.5%), 무당층(29.4%), 보수층(41.6%)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 총장은 지난해 실시한 시사저널 조사에서 여권 대선 주자 중 3위에 올랐다. 당시에는 김무성 전 대표가 54표를 얻으며 1위를, 유승민 의원이 27표로 2위를 각각 차지했다. 반 총장은 당시 6표를 받는 데 그쳤다. 올해 조사에서 3위였던 반 총장이 1위로 올라서고,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은 공동 2위로 내려앉은 모양새다. 

 

정치평론가와 정치부 기자들은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반기문 대망론’이 점점 탄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초부터 친박계가 원했던 인물이 반 총장이었는데, 이번 전당대회로 당내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면서 자연스럽게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 총장은 정치평론가뿐만 아니라 정치부 기자 모두에게서 고르게 여권 대선 주자 1순위로 꼽혔다. 한때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이제는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 정치평론가는 “반 총장은 (대권에) 안 나올 사람이 아니다. 안 나올 사람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할 리 없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난 7월 정부의 ‘외교행낭’을 통해 김종필 전 총리에게 편지를 한 통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선 5월25일 제주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내년 1월1일이 되면 한국 사람이 되니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가서 고민하고 결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권 행보’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나왔다. 

 


반기문, ‘대권 장악’ 가능성엔 물음표

 

하지만 반 총장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의문을 표했다. 반 총장을 1위로 꼽은 것은 현 시점에서의 판단이고, 차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의미다. 한 주간지 정치부 기자는 “반 총장이 대선 경선에 뛰어들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권의 대권 주자를 꼽으라면 반 총장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반 총장의 대외적 이미지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뽑았지만, 그가 실제 대선 판에 들어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마땅한 대체 인물이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당의 세력이 친박계로 기울어지면서 비박계 대권 주자로 꼽혀온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의 힘이 상당히 빠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방송사 기자는 “반 총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전당대회에서 비박계가 참패하면서 사실상 김무성·유승민 두 사람의 힘이 많이 빠진 게 사실이다. 현 상황에서는 반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다른 주자가 반 총장을 넘어설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관측했다. 

 

공동 2위를 차지한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비슷했다. 여당 내에서 현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인물들이고, 내년 대선에서 어떻게든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실제 조사에서 대권 주자로 김 전 대표나 유 의원을 뽑은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여당 인물’로도 ‘김무성-유승민’을 선택했다. 한 인터넷 매체 기자는 “현재 민심을 볼 때 새누리당은 중도 외연을 확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는 유 의원이 유력하다고 본다. 수도권에서 다른 여당 후보들에 비해 지지도가 높다는 것이 큰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대표에게 한 표를 준 지역 일간지 기자는 “김 전 대표에게 조직적인 뒷받침이 따라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는 조직력과 민심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앞서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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