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기 수장 누가 될까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8.24 15:05
  • 호수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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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회장 포함 내부 임원 5~6명 회장 도전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임기 만료일이 내년 3월로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차기 회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포스코는 재계 순위 6위의 국내 대표 철강기업이지만 주인이 없다는 점이 늘 약점으로 지적받아왔다. 현 최대주주는 지분 10.01%를 가진 국민연금공단이다.

 

권 회장은 2014년 3월 전임 정준양 회장이 중도 사퇴하면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현재 포스코 안팎에서는 권 회장의 연임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준양 전 회장이 물러날 때만 해도 권 회장은 후보군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포스코 입사 후 권 회장이 거친 자리가 주로 연구·개발(R&D)과 관련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통적으로 역대 포스코 회장은 등기임원 중에서 뽑아왔던 것과 달리, 권 회장은 회장 선출 전까지만 해도 비등기임원에 불과했다.

 

임기를 반년 남긴 지금, 권오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50%다. 권 회장에 대한 평가는 ‘최악의 업황에서 어느 정도 선방했다’는 것과 ‘줄기(포스코)는 놔두고 잔가지(중소 계열사)만 정리하는 ‘생색내기 식 처방’에 불과했다’는 것으로 갈린다. 한 대형 증권사 철강담당 애널리스트인 A씨는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건설 당진발전소를 패키지로 묶어 팔려던 산업은행 요청에 권 회장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전임자들과 분명 다른 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 B씨는 “최근 권 회장의 구조조정 속도나 강도에 실망하는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상고하저(上高下低)라는 업황 특성상 하반기 실적이 연임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구조조정의 속도가 더디다’는 주장에 가장 속이 타는 당사자는 권 회장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포스코는 설립 이래 사상 첫 960억원의 순손실(연결기준)을 기록했다. 회장으로 취임한 201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45개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하반기에도 포스코의 최우선 과제는 ‘잡음 없는 구조조정’이다. 포스코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만약 권 회장이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밝힌다면 자리에 연연하려는 모습보다는 ‘구조조정 고삐를 더 죄고,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서는 임기 3년으로는 부족하다’는 논리를 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특히 올해 들어 권 회장은 정치권 관련 행사에 적극 얼굴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현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등과 만난 것이 지역 정가에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다. 또 3월에는 경북 안동으로 이전한 경북도청 개청식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재계 일각에서는 경북도청 개청식에 권 회장이 참석한 것을 놓고 ‘연임을 위한 포석이 아니겠느냐’고 보기도 한다.  

 

권 회장 연임과 관련해 부인인 박충석 대구대 교수, 동생인 권오용 전 SK 사장(현 효성그룹 상임고문)의 역할론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박 교수는 박 대통령이 나온 서강대 출신으로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사회학 박사를 받은 뒤 현재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권 회장과 달리 박 교수는 언론중재위 감사,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원장을 맡는 등 사회활동에 적극적이다. 박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대구대 가정복지학과는 현재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 캠퍼스가 있다. 막내 동생인 권 전 사장은 SK그룹에서 PR어드바이저(사장)까지 역임한 ‘홍보맨’ 출신이다. 

 

이런 가운데 8월5일 터진 미국 정부의 반덤핑 과세 조치는 권 회장의 연임 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조짐이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60%에 이르는 특별관세율 적용 시, 대미(對美) 수출 품목 중 열연 제품의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열연제품의 경우 국내 업체인 현대제철이 13.4%, 브라질 철강기업이 45%선, 터키가 13%선의 특별관세율을 적용받는 것과 비교하면 포스코의 반덤핑 관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상무부 조사에서 미국 정부가 포스코에 충분한 소명자료를 요청했을 텐데도 이런 결정이 나오게 된 것을 보면 내부에서 안일하게 대응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이사회 권한이 막강하다. 대표이사(회장) 및 사내외 이사 모두 이사회에서 선출한다. 회장을 뽑는 이사회 산하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는 오로지 사외이사만 들어갈 수 있다. 그간 외압 논란이 있을 때마다 포스코와 정부가 “이사회가 투명하게 뽑기 때문에 외압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펴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임기 도중에 물러나는 것을 보면 정부 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포스코 이사회 의장인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은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연말 권 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차기 회장 인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 포스코는 남은 3개월 이내 차기 수장을 뽑아야 한다. 포스코 사외이사를 역임한 한 인사는 “정준양 회장 선임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사외이사로 있었는데도 결과적으로 추후 청와대 낙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을 보면, 3개월 이내 잡음 없이 회장을 뽑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하반기 실적 등을 보고 청와대가 권 회장 진퇴를 결정할 거라는 시각이 많다. 

 

2014년 3월14일 포스코는 제46기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권오준 사장을 제8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하반기 실적이 권오준 연임 결정 분수령 

 

만약 권오준 회장의 연임이 불가능해질 경우 차기 회장 자리는 누가 차지할까. 내부 인사 중 고른다면 현재 등기임원 중 한 명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사내 등기임원은 권 회장을 비롯해 김진일 사장(철강생산본부장), 오인환 부사장(철강사업본부장), 최정우 부사장(가치경영센터장), 이영훈 포스코켐텍 사장 등 5인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이는 김진일 사장이다. 김 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권 회장의 대학 3년 후배다. 이구택 전 회장 역시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김 사장은 정준양·이구택 전 회장처럼 제철소 공장장 출신으로 포스코 내에서는 기술 부문 전문가로 분류된다. 2011~14년 포스코켐텍 대표를 지냈으며, 2010년 주총에서 등기임원에 선임됐다. 현재 김 사장은 권 회장과 함께 나란히 대표이사에 올라 있다. 형식상 ‘2인자’나 마찬가지다. 

 

연륜과 경력을 인선 기준으로 삼을 경우 현재로선 김 사장이 가장 유력하다. 김 사장은 앞선 회장 인선에서 1차 선발 과정에는 포함됐으나 최종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탈락했다. 경북 포항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인사는 “김 사장이 최근 전·현직 임원들과 많이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이 지역 내에 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성격이 소탈하며 내부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이영훈 포스코켐텍 사장은 포스코 재무투자본부장과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장을 거친, 재무·전략통이다. 권오준 회장과 함께 2014년 주총에서 등기임원에 선임됐지만 현재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있어 차기 후보군에서는 한 발짝 물러서 있다. 오인환 부사장은 철강사업전략실장과 포스코P&S 마케팅본부장 등을 거쳤다. 지난 3월 주총에서 등기임원으로 뽑힌 최정우 부사장은 포스코대우(옛 대우인터내셔널) 기획재무본부장과 포스코 정도경영실장을 맡았다. 

 

권오준 회장 선임 때처럼 비등기임원에서 고른다면 황은연 사장(경영지원본부장)이 단연 선두주자다. 황 사장은 입사 후 주로 마케팅과 홍보·인사 등의 업무를 맡아왔으며, 2014~15년 포스코에너지 사장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총리 3명을 모두 배출한 성균관대 출신으로 정홍원 전 총리, 황교안 총리와는 법대 동문이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포스코 내에서는 황 사장이 포스코와 청와대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많다. 

 

한 포스코 내부 인사는 “현재 비등기임원이기 때문에 (황 사장은) 인사권자인 권 회장 연임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만약 권 회장이 (연임에) 실패한다면 본인이 직접 도전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의 최측근인 조청명 포스코플랜텍 사장도 후보로 꼽을 수 있지만 부사장 재직 시절 포스코대우(옛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과 관련해 그룹 내 잡음을 만든 것이 약점이다. 지난해 6월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대우의 대표이사가 수익성이 높은 미얀마 가스전을 매각한다는 것에 항명하면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낙하산 논란 시 내후년 ‘포스코 흑역사’ 재연

 

외부인사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스코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올 초 차기 회장에 친박 실세인 A 의원과 현재 청와대 핵심요직에 있는 B씨가 물망에 올랐다는 소문이 회사 내부에 돌았었다”고 말했다. 만약 외부인사가 회장에 선임된다면 2000년 포스코가 민영화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된다. 물론 내부 인사를 중용해 온 포스코 인사 스타일상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포스코는 김만제 전 회장(민영화 전 회장에 선임)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부 출신을 회장으로 뽑아왔다. 다른 기업과 달리 OB임원 모임(중우회)의 입김이 강한 것도 외부 출신이 낙점받기 어려운 이유다. 

 

더군다나 내년은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다. 만약 외부인사가 차기 회장에 선임될 경우 그동안의 관례처럼 새 정부 출범 후인 2018년 또다시 대표이사가 교체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렇게 될 경우 외풍에 따라 최고경영자가 좌지우지되는 ‘포스코 흑역사’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유상부 전 회장의 사례처럼 포스코 내부에서 임원으로 있다 외부 기업 CEO를 거친 경우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부사장 출신인 유 전 회장은 포스코를 나간 후 삼성중공업과 일본삼성 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김대중 정부 출범 후 다시 포스코로 돌아와 회장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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