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힘들어 차가운 강물에 뛰어내리려고 했는지...”
  • 구민주 인턴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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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려는 자와 살리려는 자... 생사가 오가는 한강 다리

한강대교가 보이는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 낮부터 비가 한바탕 쏟아지자 수상 스포츠를 즐기던 사람들도 일찍이 자리를 떴다. 공원에는 모처럼 한적함이 감돌았다. 날씨가 스산해지자 더욱 분주해지는 이들이 있었다. 공원 가운데 위치한 한강경찰대 소속 경찰들이다. 

 

8월23일 오후 6시30분 초소의 정적을 깨는 무전이 울렸다. 동작대교 인근에 시신이 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일순간 분위기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구조 경찰들은 지체 없이 초소 앞에 세워진 구조정으로 뛰어 올랐다. 마포대교 위에서 신발이 발견되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돌아온 지 불과 30분도 되지 않았던 터다. 배가 시속 80km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목적지를 향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구조 복장을 갖추고 시신 인양에 쓰일 고무 들것을 대기시키고 있었다. 

 

도착한 곳에는 이미 처음 신고를 받은 119 소방대원들이 있었다. 시신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막대로 붙든 채 경찰을 기다리고 있었다. 변사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시신이 부패되고 저절로 떠오른 걸로 봐서는 사망한 지 최소 이틀은 되어 보인다.” 구조 경찰의 추정이었다. 온몸이 시커메지고 딱딱하게 굳은 시신은 들것에 실린 채 곧장 배로 옮겨졌다. 미리 준비해온 하얀 면포가 시신을 감싸자 재빨리 배는 초소로 향했다.

 


초소 앞에는 관할 구역 경찰 두 명이 변사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구조 경찰들은 대략적인 발견 상황을 이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과수와 변사수사형사팀이 도착했다. 시신을 인근 병원에 안치시키고 필요에 따라 수사와 부검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에게 시신을 인계하고 상황 보고서를 작성하고 나서야 비로소 한강 경찰대 구조 경찰들의 임무는 끝이 났다.

 

구조 경찰들이 신고를 받고 시신이 있는 곳에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장일영 한강경찰대장은 “투신이 이미 일어난 경우라도 주변 시민이 신고만 바로 해준다면 어느 곳이든 대부분 살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강 다리에는 신고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일부 다리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투신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아 신고가 잘 이뤄지지 못한다고 했다. 소방 관제센터에서는 각 다리마다 설치된 cctv를 모두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워낙 투신이 잦은데다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순간을 잡아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지난해 한강 다리에서 투신을 시도한 사람은 모두 1224명이었다. 날씨가 더워 정서상 물과 가까워지는 여름철에 투신이 가장 많다. 31개 다리 중 마포대교에서 투신하는 횟수가 단연 높다. “접근하기 좋고 다리 높이가 낮아 많은 것 같다.”는 게 장 대장의 설명이다. 죽음을 결심한 사람이라도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청담대교처럼 수면에 높이 떠 있는 다리는 선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변사자 인양 현장을 함께했던 한강경찰대 이촌센터 외에도 3개의 센터가 광나루․뚝섬, 그리고 망원지구에서 출동을 대기하고 있다. 4개의 센터가 담당하는 범위는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다. 길이만 41.5km에 달한다. 각 센터에는 보통 구조 경찰 2명이 근무하는데 출동 빈도가 가장 높은 이촌 센터만 지난해부터 3명이 대기 중이다. 분초를 다투는 작업이지만 인력은 항상 부족하다. 2명이 출동을 한다고 치자. 한명이 배를 운전하면 다른 한명은 물에 들어간다. 투신자를 구조해 배에 끌어 올릴 때는 운전을 맡은 경찰이 힘을 보태야 한다. 심폐소생술이나 체온 유지를 위한 응급조치도 한명이 해야 한다. 장 대장은 “어디나 경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있는 사람들끼리 최대한 일당백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 위에서 생존자를 구조하는 일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미 가라앉은 변사자의 시신을 찾아야 하는 작업은 체력과 장비가 모두 더 필요한 일이다. 대부분 경력 10년을 훌쩍 넘긴 베테랑들이지만 이들조차 “물속은 늘 두렵다.”고 말한다. 한강 경찰대 망원센터의 김성식 경사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데서 오는 공포가 가장 크다.”며 “손으로 더듬거리며 시신을 찾아아 하는데 무엇이 잡힐지 알 수도 없고 언제 시신이 발견될지도 모르니 막막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2인1조로 잠수하지만 물속에서는 흩어져 수색해야 하니 혼자 있는 것과 다름없다.

 

모든 시신이 예상대로 위치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3일 밤낮을 군데군데 잠수해 수색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망원센터 이호윤 경위는 “3년 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시신을 일주일동안 찾아 헤맸을 때가 가장 힘에 부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힘겨울 때는 인양한 변사자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낄 때다. 지난 겨울, 28개월 된 아기의 시신이 천호대교 부근에서 발견된 일이 있었다. 중국 동포였던 20대 엄마가 아기와 함께 죽으려 물속으로 떨어졌지만 엄마는 구조되고 아기만 숨을 거둔 사건이었다. 간질을 앓던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에 선택한 결정이었다.

 


너댓 번 투신할 때마다 구조했던 사람이 결국 며칠 후 싸늘한 시신으로 물속에서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더 확실하게 죽음을 맞으려고 가방에 벽돌을 가득 넣은채 허리에 가방끈을 꽁꽁 동여맨 변사자도 있었다. 이런 변사자들은 수백 명의 시신을 봐온 경찰들에게도 평생 잊기 힘든 기억이다. 김 경사는 “투신자들 중 다른 연령대는 주춤하거나 감소하지만 요즘은 20~30대가 상당히 많이 투신하고 있다.”며 “뭐가 그리 힘들어 차가운 강물에 뛰어내릴 생각을 했는지 안타깝고 아쉽다.”고 말했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다리 위 CCTV를 설치를 늘리고 글귀를 설치하는 등 자살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자살 욕구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살은 사회 불안정에서 오는 일종의 사회적 질병이기 때문에 결국 국가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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