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교가 보이는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 낮부터 비가 한바탕 쏟아지자 수상 스포츠를 즐기던 사람들도 일찍이 자리를 떴다. 공원에는 모처럼 한적함이 감돌았다. 날씨가 스산해지자 더욱 분주해지는 이들이 있었다. 공원 가운데 위치한 한강경찰대 소속 경찰들이다.
8월23일 오후 6시30분 초소의 정적을 깨는 무전이 울렸다. 동작대교 인근에 시신이 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일순간 분위기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구조 경찰들은 지체 없이 초소 앞에 세워진 구조정으로 뛰어 올랐다. 마포대교 위에서 신발이 발견되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돌아온 지 불과 30분도 되지 않았던 터다. 배가 시속 80km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목적지를 향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구조 복장을 갖추고 시신 인양에 쓰일 고무 들것을 대기시키고 있었다.
도착한 곳에는 이미 처음 신고를 받은 119 소방대원들이 있었다. 시신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막대로 붙든 채 경찰을 기다리고 있었다. 변사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시신이 부패되고 저절로 떠오른 걸로 봐서는 사망한 지 최소 이틀은 되어 보인다.” 구조 경찰의 추정이었다. 온몸이 시커메지고 딱딱하게 굳은 시신은 들것에 실린 채 곧장 배로 옮겨졌다. 미리 준비해온 하얀 면포가 시신을 감싸자 재빨리 배는 초소로 향했다.
초소 앞에는 관할 구역 경찰 두 명이 변사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구조 경찰들은 대략적인 발견 상황을 이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과수와 변사수사형사팀이 도착했다. 시신을 인근 병원에 안치시키고 필요에 따라 수사와 부검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에게 시신을 인계하고 상황 보고서를 작성하고 나서야 비로소 한강 경찰대 구조 경찰들의 임무는 끝이 났다.
구조 경찰들이 신고를 받고 시신이 있는 곳에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장일영 한강경찰대장은 “투신이 이미 일어난 경우라도 주변 시민이 신고만 바로 해준다면 어느 곳이든 대부분 살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강 다리에는 신고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일부 다리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투신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아 신고가 잘 이뤄지지 못한다고 했다. 소방 관제센터에서는 각 다리마다 설치된 cctv를 모두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워낙 투신이 잦은데다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순간을 잡아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