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에 발목 잡힌 반기문 총장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8.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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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평화유지군이 퍼트린 아이티 콜레라, 책임 논란에 서다

“우리 인권 보호해 주세요.”

2015년 말, 지구 반대편 집회에 한글이 등장했다.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다. 집회에 등장한 한글은 유엔(UN)의 반기문 사무총장을 향한 것이다. 집회가 말하고 싶은 건 뭘까. 바로 유엔평화유지군(PKO)이 아이티에 콜레라를 퍼뜨린 데 대해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논란의 발단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1월 아이티에서 리히터 7.0의 강진이 일어나 32만여명이 숨졌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유엔평화유지군 소속 네팔군이 2010년 10월 투입됐다. 

 

전문가들과 외신에 따르면 평화유지군 소속 네팔군이 아이티에서 주둔한 지역에서 콜레라가 확산됐다. 아르티보니트 삼각주가 그곳이다. 발병 시기도 네팔군이 주둔을 시작한 시기와 같다. 2010년 10월부터다. 콜레라는 인근 강을 타고 번져 창궐했다. 결국 아이티 국민 14명 중 1명인 80만명이 콜레라에 감염됐다. 이 중 1만여명이 결국 콜레라 때문에 숨졌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망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 법의학계는 아이티의 콜레라 창궐이 네팔의 평화유지군에게서 나왔다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다. 2009년 네팔에서 발생한 콜레라와 2010년 아이티에서 발생한 콜레라의 특성이 일치한다는 내용을 보고서는 담고 있었다. 네팔에서 온 평화유지군이 버린 폐기물 등을 매개로 아이티에서 콜레라가 발생한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flickr


아이티의 콜레라 피해자와 유족들은 유엔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엔은 “책임이 없다”고 대응했다. 이 때문에 2013년 아이티 콜레라 희생자들을 대표하는 '아이티 정의·민주주의협회'(IJDH)는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소송은 1심과 2심 모두 기각됐다. 유엔활동은 법적으로 면책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의 면책을 받긴 했지만 유엔에 실질적인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이 문제를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휩싸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반기문 총장이 아이티 대통령에게 이 문제의 보상요구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2013년 보도했다. 또 유엔은 2014년 내부 감사에서 평화유지군이 콜레라 발병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 조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버티던 유엔은 최근 들어서야 결국 책임을 인정했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반 총장은 8월18일 아이티 콜레라 발병에 대해 유엔이 책임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의 책임 인정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8월22일 사설에서 “(책임을 인정하는 데) 5년이나 걸려선 안됐다”면서 “반 총장은 아이티의 콜레라 확산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희생자들을 보상해야한다. 또 왜 유엔의 책임인정이 늦었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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