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 역사동화를 더 써야 한다”
  • 김회권 기자|정리=구민주 인턴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9.02 16: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를 소재로 한 묵직한 동화 그리는 이규희 작가-①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교과서를 통해서만 접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릴 때부터 역사적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아동문학가 이규희 작가는 역사를 소재한 동화를 쓴다. 이유를 물었을 때, 그는 ‘사명감’과 ‘의협심’이란 단어를 꺼냈다. “제가 다혈질이고 뜨거운 게 있나보다, 의협심 같은 게. 작가로서 어떤 사명감, 책임감도 있고. 명성황후, 위안부 할머니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다.”

 

27살의 나이, 중앙일보사 ‘소년중앙문학상’에 출품한 처녁작《연꽃등》이 덜컥 당선되면서 40년 가까이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동화의 소재로 선택한 역사적 인물․사건을 보면 그가 말하는 ‘사명감’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위안부 할머니를 다룬 《두 할머니의 비밀》(2004),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2012),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다룬  《왕비의 붉은 치마》(2015), 제주 4․3사건을 다룬 《한라산의 눈물》(2015), 3․1운동을 다룬 《독립군 소녀 해주》(2016) 등 그의 바이오그래피는 묵직한 역사적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누군가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그리기에 무겁다고 느낄 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규희 작가의 소신은 확고했다. 

 

“역사란 원래 재밌는 것이다. 물론 작가로서 한 편 한 편 쓰는데 힘들지만, 그 사건을 아이들에게 알리는 사명감에 긍지를 느낀다.”

이규희 작가가 쓴 주요 작품들


역사를 소재로 해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주로 쓴다. 역사는 사료도 읽고 취재도 해야 하기 때문에 품이 많이 들 것 같다.

 

작품 한번 쓰려하면 관련 역사책을 열 권, 스무 권은 읽어야 한다. 역사동화가 힘든 게 역사적 이야기만 갖고 쓰면 그건 다큐멘터리 아니면 위인전이 돼버린다. ‘동화’이기 때문에 거기에 제가 쓴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 이 과정이 쉽지 않다.

 

 

그게 위인전과 동화의 차이인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역사 동화작가로서 사실을 바탕으로 픽션을 만들어야 했다. 그 시대 살았던 사람의 삶을 고증할 수 있어야 했다.

처음 쓴 역사동화가 단종의 어린 시절을 다룬 《어린 임금의 눈물》이다. 그 때 고생 좀 했다. 단종을 쓸 때는 영월에서 살았던 나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작업을 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한의사였는데, 아버지가 재산을 탕진하고 거의 망해서 천안에서 영월로 이사왔다. 그래서 당시 어렸던 저와 단종을 동일화해 썼다. ‘나도 단종처럼 유배 온 것 처지 같아’ 이런 생각으로 .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영화의 경우는 실록의 한 줄에서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참고 자료 한 줄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주로 실제 역사적 장소에 가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어린 임금의 눈물》을 쓸 때도 단종릉으로 소풍 가고, 단종이 귀향살이 하던 청령포가서 친구들하고 물놀이도 하고, 단종이 돌아가신 관풍원에 가기도 하고. 

그런데 어느 날 신문에서 ‘단종 별’을 명명한다는 기사가 났다. 단종의 탄신일이 음력으로 7월인데 그때를 상징하는 별의 학명이 ‘레굴루스’다. ‘어린 왕’이란 뜻인데. 영월에서 그 별을 ‘단종 별’로 명명하면서 천문대도 짓고 했다. 그 기사를 보고 그걸 주관한 공무원에게 전화해 만났다. 답사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야기가 막 떠올랐다. 그렇게 거의 3년 만에 그 작품을 썼다.

 

 

역사의 경우, 하나의 인물을 가지고도 상반된 해석이 나오는데 이럴 경우 어떻게 하나.

 

그래서 항상 인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단종의 경우도 불쌍한 어린왕이라 보는 시각과 무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지 않나. 저는 그 어린 임금이 부모 다 죽고 왕비와도 떨어져 살면서 느꼈을 절대 고독, 두려움 같은 내면에 초점을 뒀다. 

 

아동문학가 이규희 작가


지금까지 작품을 보면 중심 궤에는 역사가 있다. 역사동화 작업을 선호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수업시간에 한국사나 세계사나, 역사를 읽으면 이상하게 행간 하나하나에서 이야기가 떠올랐다. 연도를 외우거나 몇 대 왕은 누구고 이렇게 외우진 않아도 이야기처럼 공부를 하게 되더라. 역사에 기본적으로 재미를 느낀 것 같다.

 

이후 동화작가가 되고 보니까, 위안부 할머니 같은 경우는 굉장히 다루기 힘든 주제고, 4․3 사건이나 명성황후 이야기도 쓰기 어려운 거였다. 나는 모든 이야기를 아이에게 들려준다 생각하고 쓰기 때문에 더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되더라.

 

 

이 모든 과정에 결코 쉽게 들리진 않는다.

 

글을 쓸 때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이 이입해서 작업한다. 어린이들이 읽어서 이해할 수 없는 단어는 가능한 한 피하고 어린이들이 읽기 쉬운 단어들 선정해서 쓴다. 어렵다.

 

글을 쓸 때 현장을 중요시 하는데, 예를 들어 명성황후 쓸 때도 경기도 여주의 명성황후 생가를 방문했다. 민씨 가문묘를 방문해서 명성황후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그곳의 하늘과 땅과 여러 모습들을 봐야 뭐가 떠오르는 거다.

 

 

현장에 직접 가서 당시의 상황을 떠올린다라.

 

그렇다. 명성황후 이야기를 쓴 계기는 ‘우리는 왜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등 궁은 있는데 왜 궁궐에 사는 임금의 후손은 없나’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 답을 찾다보니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자행한 만행에 대해 알게 되고 분노하고, 아이들에게도 이걸 알려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이걸 읽으면서 아이들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구한말 정서를 조금 더 이해하게 하고 싶었다. 명성황후라는 한 여성, 나라를 반듯하게 세우고 되찾고 싶어 했던 그녀를 알려주고 싶었다. 

 

 

요즘같이 역사교육 안하는 교육 현장 보며 어떤 생각하시는지.

 

우리나라 역사를 모르고 어떻게 우리나라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 역사를 우리가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근데 왜 그걸 줄이고 그러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할 때 우리는 역사를 지나치게 교과서에서만 가볍게 배우고 지나간다. 최근 동화시장에 역사 붐이 일고 있는 것은 학부모들이 동화를 통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역사를 알려주기 위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 역사를 너무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동기 유발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우리 작가들이 역사동화를 더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