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은 ‘이용객 포화’ 제주新공항은 ‘지역갈등 포화’
  • 제주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9.07 10:02
  • 호수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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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제주도의 ‘제주신공항 프로젝트’ 도민 반발 부딪혀…대체지 선정 논란

제주 관광산업이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항공 인프라 확충’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재방문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불편한 항공 인프라를 꼽을 정도로 현재 제주공항은 관광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평가받는다. 저가항공사 등장으로 제주를 오가는 항공료가 떨어지고 있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입도(入島) 수요를 맞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014년 제주공항 이용객 수는 2329만 명, 지난해에는 2624만 명으로 13% 증가했다. 제주도는 이 추세라면 오는 2018년 제주공항 이용객 수가 2930만 명, 2025년에는 4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오는 2018년께 제주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상태다. 

 

 

“마을 관통…소음 등 주민 피해 커” 도민 반발

 

제주도가 신공항 건설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이러한 현실적 고민 때문으로 봐야 한다. 포화상태에 이른 제주공항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이다. 1990년 ‘제주권 신국제공항 개발 타당성 조사 계획’이 발표되면서 신공항 추진에 불이 댕겨졌다.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가던 신공항 사업이 재부상한 것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신공항 개발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부터다. 정부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은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주공항 포화 시점을 2025년으로 잡으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었으나,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탔다. 대선 후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제주공항 포화 시기가 오는 2018년으로 앞당겨지자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서둘러 공항 부지 마련을 위한 조사에 들어갔고, 지난해 11월 최종 후보지로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일대(13.99㎢)가 선정 발표됐다.

 

7월25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 대책위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초 정부는 △기존 제주공항 확장 △제주공항 폐쇄, 대규모 신공항 건설 △제주공항 유지, 신공항 건설 등 세 가지 안을 놓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존 제주공항을 넓힐 경우, 토지 매립이 불가피해 해양 환경 훼손과 9조3800억원(제주도 추정)에 달하는 막대한 공사비가 들어가는 것이 문제였다. 

 

두 번째 방안인 현재의 제주공항을 폐쇄하고, 대규모 신공항을 새롭게 짓는 것 역시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이 필요하며 현재 제주공항 주변의 편의시설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결국 정부는 기존 제주공항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신공항을 새롭게 짓는 것이 환경 훼손이 적고 상대적으로 공사비(4조1000억원-제주도 추정치)도 적게 들어간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사업 역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국토부가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제주시 애월읍 일대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세 곳 중, 대정읍 신도리가 가장 유력했었다. 남제주권에 새로운 공항이 들어설 경우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뚜껑이 열린 결과, 후보지는 성산읍 신산리 일대로 결정 났다. 당시 정부는 그 이유로 △기존 제주공항과 공역(空域)이 중첩되지 않아 비행 절차 수립에 큰 문제가 없고 △안개가 잘 끼지 않는 등 기상조건이 좋으며 △개발에 따른 환경훼손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다는 점을 꼽았다. 후보지가 결정됨에 따라 국토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 등의 절차를 시행, 적어도 2025년 이전에 공항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개발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현재 해당 지역 주민들은 “비행기 이착륙에 따른 소음 피해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내륙보다는 해안형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공항 개발 비상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강원보씨는 “제주도와 국토부가 주민설명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통해 자체 분석한 결과, 활주로 북단에서 수산초등학교까지 거리가 1.7km밖에 되지 않아 활주로로 사용하기에 짧으며 항로도 마을을 관통하기 때문에 소음 등 주민들이 입는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강씨는 “연구용역 과정에서 마을 전체가 소음피해를 입을 것이 충분히 예상됐을 텐데도 이런 점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후보지 선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대해 제주도는 충분한 협의를 거쳐 나갈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제주도는 도민들이 신공항 건설에 대해 정확하게 알도록 공식 홈페이지 내 ‘신공항 건설 Q&A코너’까지 마련해 놓았다.

 

‘지역 주민과의 원만한 협의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겠느냐’는 한 네티즌의 질문에 제주도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신공항이 24시간 운영되기 위해서는 소음피해가 우려되는 지역 등은 상업지역으로 전환하여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주거지역은 소음피해 영향이 없는 곳으로 이주되어야 한다”면서 지역 주민과의 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풀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서귀포시 표선면 정석비행장 건너편에 위치한 정석항공관. © 시사저널 송창섭


해군기지 연계된 항공시설 마련 소문 파다

 

이런 가운데 신공항 일부에 군사시설이 들어설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현재 제주도에는 정부가 서귀포시 강정동에 건설 중인 제주해군기지와 연계된 항공시설을 신공항 내에 마련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신산리에 사는 한 주민은 “당초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정석비행장이 유력후보지였는데, 이곳에 정부가 군사시설 비행장을 조성한다고 하자 소유자인 한진그룹이 신공항 조성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으며, 그래서 신선리가 후보지가 됐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정석비행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 대 브라질’전을 보기 위해 내한하려는 중국 관광객을 위해 활주로를 개방한 적이 있었으며, 2009년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곳을 통해 제주를 찾았다. 하지만 지난 국토부 타당성 조사에서 정석비행장은 활주로를 조성할 경우, 주변 오름(소형 화산)을 깎아야 하며 안개가 자주 낀다는 이유로 후보지에서 탈락했다. 현재 제주도는 공식적으로 “군사시설과 관련해서는 전혀 검토되지 않았으며 제2공항(신공항)이 완공되면 민간 전용 비행장으로 활용하게 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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