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대권 주자 / 정상 오른 문재인…하산하는 김무성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9.08 15:05
  • 호수 14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위 반기문, 3위 안철수…안희정, 순위·지목률 해마다 상승

정치 분야 영향력 있는 인물을 묻는 조사 결과는 다른 분야에 비해 해마다 순위 변동 폭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흐름은 2016년 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특히 19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그 어느 해보다도 순위 변동이 심했다. 시사저널이 각 분야 전문가 1000명에게 ‘차기 대권과 관련해 가장 잠재력 있는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서 지난해 3위에 그쳤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 27.4%의 지목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2014년과 2015년 연속 1위를 기록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순위가 6위까지 급락했다. 김 전 대표는 3명의 복수응답까지 허용했던 지난해 조사에서 24%의 지목을 받아 1위를 차지했지만, 단수응답으로 조사방식을 바꾼 올해는 3.7%의 지목을 받는 데 그쳤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조사를 비교해 봤을 때 순위가 가장 많이 하락한 정치인으로 기록됐다. 

 

문 전 대표에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24.1%)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9.1%)가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조사에서는 각각 4위와 7위를 차지해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19.4%로 2위를 차지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8.2%의 전문가들에게만 지목을 받아 순위가 4위로 하락했다. 최근 대권 도전을 선언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해와 똑같은 5위에 올랐다. 하지만 지목률 면에서는 4.2%에서 6.6%로 2.4%포인트 상승했다. 이어 김 전 대표가 6위,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7위(3.0%),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2.3%)로 8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10권 안에 없었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2.1%)이 9위에 오르며 순위권에 새롭게 진입했다. 이외에 남경필 경기도지사(1.4%)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1.4%)가 공동 10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문재인 제공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 EPA연합,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 시사저널 포토 (왼쪽부터)


대선 1년 앞두고 당선 가능성에 무게

 

차기 대권 주자와 관련해 잠재력 있는 정치인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것은 1년3개월 앞으로 온 대선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2년 넘게 남았던 지난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현실적인 당선 가능성이나 지목률보다는 표의 확장성, 즉 잠재력이 많은 사람을 선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여당 대표로서 권력의 중심에 있던 김무성 전 대표가 이 조사에서는 1위를 차지해 왔으나, 다른 언론사의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거의 대부분 3위권에 머물렀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4년 조사에서는 공동 1위, 지난해에는 2위를 차지한 것도 유사한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선이 가까워온 지금 시점에서는 전문가들이 잠재력보다는 당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 대선 주자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3위를 다투는 문 전 대표와 반 총장, 안 전 대표가 나란히 순위 안에 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5위를 차지하며 유력 잠룡으로 분류됐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올해엔 불과 1표를 받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양강 구도가 눈에 띄게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조사에서 각각 14.4%와 9.8%의 지목을 받는 데 그쳤으나 올해는 두 사람 모두 25% 전후의 지목률을 기록했다. 문 전 대표는 현재 공개 활동을 자제하면서도 SNS를 통해 꾸준히 자기 의견을 피력하면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친(親)문재인계의 지지를 받은 추미애 대표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면서 문 전 대표의 당내 영향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하지만 응집력 강한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이 오히려 당내 다른 계파에게는 심한 반발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대선 가도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선플 운동’을 호소하는 등 내년 대선을 향한 물밑작업을 착실하게 벌여 나가고 있다. 반 총장의 경우 대선 출마는 거의 확실시되지만 과연 지금 알려진 대로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출마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평생을 외교관으로 살아오며 누구에게도 등을 지지 않은 감각을 발휘해 온 그가 과연 30%의 지지율선 붕괴가 눈앞에 닥친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대선에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반 총장은 뉴욕 현지 교민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물밑작업을 펼치는 등 소리 소문 없이 대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현재 대선후보 지지도를 묻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몇 개월째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결과가 시사저널 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 9.1%의 지목을 받아 전체 후보군 중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순위(7위→3위)나 지목률(3.1%→9.1%)에서는 상승했지만, 2014년 같은 조사에서 보였던 지목률 11.2%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대선 주자로서 안 전 대표의 잠재력이 정치 입문 때보다는 확연히 낮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1위와 2위 후보와는 지목률 면에서 많게는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점도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유승민·김부겸,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중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목률과 순위가 갈수록 낮아지는 반면, 최근 대권 도전을 선언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순위가 해마다 올라가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안 지사는 2014년 조사에서 2.6%의 지목을 받아 7위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4.2%의 지목률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역시 순위는 5위에 불과했지만, 지목률은 6.6%로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조사에서는 3명을 복수로 지목하게 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단수 응답을 받았음에도 이런 지목률을 기록한 것은 그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난 총선 패배 이후 전국 민심 투어를 다니고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순위 하락은 본인과 여권 전체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김 전 대표의 지목률(3.7%)과 순위(6위)는 현재 여권에 소속된 정치인 가운데는 가장 높다. 김 전 대표는 현재 민심 투어를 다니며 대선 준비를 하고 있으나, 과연 친박계의 반감을 넘어서 여권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지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사실 전문가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정치인들은 이번 조사에서 각각 8위와 9위를 차지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두 사람은 소속 정당 내부에서 새로운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합리적 보수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김 의원은 여당 텃밭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지역주의 타파에 앞장서는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 두 사람은 순위에 오른 다른 후보들에 비해 표의 확장성이 더욱 크다는 점에서 내년 조사에서는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의 지목을 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역시 1% 남짓한 지목을 받았지만 새로 순위권에 진입했다는 차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 대표의 경우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는 점이 눈이 띈다. 이 대표는 지금껏 대권 도전 의사를 천명한 바 없는데도 순위권에 진입했다는 것은 여권의 대권 주자군이 그만큼 빈약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외에도 지난해 10위권에 진입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올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외에도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황교안 국무총리,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지목됐으나 5명 전후의 지목을 받는 데 그쳐 사실상 유의미한 숫자로 보기 어렵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