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지금의 안경처럼 부정적 낙인 사라질 거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6.09.08 20:48
  • 호수 14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진균 오티콘코리아 대표 “기술 발전으로 공간감까지 살린 보청기로 악화 예방해야”

매년 9월9일은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정한 ‘귀의 날’이다. 숫자 9가 귀의 모습과 닮은 데 착안한 날이다. 올해 귀의 날 50주년을 맞아 대한이과학회는 8월25일 대한의사협회 강당에서 난청에 대해 사회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청회를 열었다. 난청은 단순히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채성원 고려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난청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부재가 우울증·스트레스·치매 위험 증가 등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는 노인의 난청 방치를 ‘중대한 국가적 문제’로까지 규정하고 지난해 10월 보청기 보급 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출한 바 있다.

 

의학적으로 난청은 41데시벨 이상의 청력 저하를 의미한다. 즉 보통 크기의 말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이 생기면 난청이라는 말이다. 심해지면 가까운 거리에서 큰 소리로 말해도 듣기 어렵게 된다. 국내 국민건강영양조사(2010~12년)를 보면 60세 이상의 절반(52%)은 난청이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노인성 난청도 증가할 전망이다. 게다가 소음 공해, 잦은 이어폰 사용 등으로 청소년의 난청도 사회적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눈이 나빠지면 안경을 쓰지만 귀가 이상하다고 해서 보청기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한이과학회에 따르면, 난청 환자 가운데 보청기 사용자는 20%에 불과하다. 시력처럼 크게 불편하지 않은 데다 보청기 가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보청기 보조금을 30만원대에서 130만원대로 확대했다. 또 세계적인 보청기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덴마크 보청기 기업 오티콘도 올해 가을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1904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이 업체는 청각 진단 장비·보청기·이어폰 등을 개발해 생산하는 청각 솔루션 기업이다. 9월6일 기자를 만난 오티콘코리아 박진균 대표는 “보청기는 단순히 소리를 증폭하는 기계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티콘코리아 박진균 대표 © 시사저널 고성준


어떤 사람에게 보청기가 필요한가.

 

사람마다 청력 손실 정도가 달라 남자 목소리를 잘 못 듣거나 여자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평소 생활에 불편함이 있다면 청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므로 보청기가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학교에서 청력선별검사를 해서 어릴 때부터 보청기를 착용하도록 한다. 이는 노인 복지와 국가 경쟁력과도 연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때부터 시력을 관리하듯이 청력도 예방하는 나라가 선진 복지국가다. 한국도 점차 그런 방향으로 갈 것으로 생각한다.

 

 

보청기로 난청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는가.

 

개인이나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난청 대부분은 보청기로 해결된다. 일반적으로 고막이나 이소골(耳小骨)에 물리적 문제로 생긴 난청이라면 보청기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과거에는 청신경이 많이 손상된 노인성 난청에 보청기는 한계를 보였지만 지금은 이런 문제까지도 해결하는 수준이다.

 

 

요즘 보청기는 작고 첨단 기능도 있는데 사용자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가.

 

최초의 보청기는 깔때기였다. 소리를 물리적으로 모아주는 이 기구를 귀에 대고 소리를 들었다. 그러다가 진공관을 이용해 소리를 인위적으로 증폭하는 제품이 나왔고 IC(집적회로)가 개발된 후 보청기 크기는 손톱보다 작아졌다. 제일 작은 보청기는 고막 가까이에 붙일 정도로 작아서 겉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제는 보청기가 소리를 증폭하는 데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느냐에 초점을 둔 것이다. 그래서 사물인터넷 보청기까지 나왔다. 블루투스와 근거리 통신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보청기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므로 별도의 이어폰이 필요 없다. 또 좌우 눈이 있어야 사물과의 거리를 알 수 있듯이 귀도 양쪽에서 듣는 소리의 차이로 공간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좌우 보청기가 근거리 통신으로 연결됨으로써 앞뒤 또는 좌우에서 나는 소리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시끄러운 커피숍 등 특정 환경에서 상대방의 목소리를 잘 듣기 위해 보청기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가.

 

일반적으로 교회에서 설교를 또렷이 듣고 싶다거나 TV 소리가 윙윙거려서 못 듣겠다는 이유로 보청기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 보청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면 청력에 이상이 생긴 상태이므로 진단을 받은 후 평상시에도 보청기 착용을 권한다. 또 안경을 처음 쓰면 어지러워 적응 기간이 필요한 것처럼 보청기도 적응이 필요하다. 그런데 일시적으로만 사용하면 계속 사용했을 때보다 적응력이 떨어진다.

 

 

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난청인데도 보청기 착용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부른 노래를 녹음한 후 다시 들어보면 제 목소리 같지 않고 이상하게 들린다. 자연음의 주파수는 넓은데 녹음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주파수를 좁혀놓았기 때문이다. 보청기를 사용하면 아무래도 자연음과 다르므로 이에 대한 거부감에 보청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손바닥으로 귀를 막고 말을 해 보라. 자신의 목소리가 울린다. 이것이 거슬려서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이번에는 손가락을 약간 벌려 귀를 막은 후 말을 해 보라. 그 울림 현상이 줄어든다. 요즘에 환기 구멍을 뚫은 보청기가 많이 나온 이유다. 또 보청기를 한쪽 귀에만 착용하다가 보청기 적응에 실패한 사람도 있다.

 

 

보청기를 양쪽 귀에 모두 사용해야 하는가.

 

보청기 한 개 가격이 1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다양하다. 양쪽 귀에 사용하려면 금액이 두 배로 뛴다. 가격 부담 때문에 한쪽만 하려는 사람이 있다. 또 한쪽만 해도 잘 들린다고도 한다. 그러나 본래 양쪽 귀에 다 착용하는 게 정상이다. 그래야 보청기에 적응하기도 쉽고 소리도 잘 들을 수 있다. 또 정부 보조금도 커져서 비용 부담도 작아졌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안경과 보청기를 보는 사회적 인식에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업계에서는 그것을 스티그마(부정적 낙인)라고 말한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안경과 달리 보청기를 착용하면 노인처럼 보는 시각이 많다. 눈이 나쁜 사람이 많아서 안경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처럼 보청기도 착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스티그마는 사라질 것이다. 실제로 소음 공해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그만큼 귀는 피곤해진다.

 

 

이어폰처럼 보청기에도 스피커가 있어서 귀에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어폰은 단순히 소리를 전달하지만 보청기에는 비행기 소리, 공사장 소리 등 큰 소리를 조정해서 불편하지 않게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난청이 더 심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눈이 좋았던 사람의 시력이 다소 떨어지면 보안경 착용을 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