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락의 풍수미학] 민족대명절 추석, 조상의 묘 찾으면 좋은 기 받을 수 있다
  • 박재락 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
  • 승인 2016.09.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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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가문의 터는 가문 번성 위해 잡은 '명당'

지난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씨별 인구현황이 나왔다. 전체 성씨는 5,582개로 밝혀졌다. 특히 개별 성씨별로 보면 김씨는 1,069만명으로 인구의 21.5%를 차지했고, 이씨는 731만명(14.7%), 박씨는 419만명(8.4%)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최(崔, 233만명), 정(鄭, 215만명), 강(姜, 118만명), 조(趙·106만명), 윤(尹·102만명), 장(張·99만명), 임(林·82만명)씨 등이 상위 10대 성씨를 이루며 인구 비중에서 64%를 차지했다. 특히 성씨를 본관별로 보면 김해 김씨(446만명), 밀양 박씨(310만명), 전주 이씨(263만명), 경주 김씨(180만명), 진주 강씨(97만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지금의 가문을 이어 온 조상들은 이러한 성씨 중 한 분파에 속하여 오랜 세월동안 대를 이어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유년시절에 조부모님을 통해 선조들의 발자취와 집안의 내력에 대해 듣게 된다. 이때 몇 대 조상님의 치적 등을 내 세우면서 은연중에 뼈대 있는 집안의 자손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추석명절은 바로 자신의 선조들이 삶의 터전을 처음으로 일군 고향으로 향하는 날이다. 이 곳은 가문의 시발처이며 대(代)를 이어와 자신이 태어난 생가(生家)이자 본적(本籍)을 나타내는 정주공간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혈통을 이어 준 선조들이 뿌리를 내린 중요한 공간이자 가문의 역사성과 지속성이 공존하고 있는 성스러운 곳임을 알아야 한다.
 

ⓒ 시사저널 포토

더구나 마을의 정주공간에 종택(宗宅)이 있는 경우는 마을을 처음으로 개척하신 입향조에 의해 주거지로 선정된 곳이다. 당시 입향조는 조선조 사대부로써 입지 선정시 풍수사상을 적용해 길지(吉地)에 터전을 이룬 곳이다. 길지란 풍수적으로 지속성을 갖고 있는 입지로 좋은 기가 머물고 있는 터를 의미한다. 가문을 이루어 오랜 세월동안 대를 이은 곳이자 지금까지 훼손되지 않은 채 그 후손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종택을 중심으로 정주공간을 형성하고 있는 곳을 종택마을이라 칭한다. 마을의 형성 시기는 약 300~500년 전으로, 주로 영남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특히 안동권과 경북북부 지역(의성·영주·예천·상주·봉화·영양·영덕·청송)은 역사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뛰어난 인물들을 많이 배출된 곳으로 명당의 기를 받는 입지라 할 수 있다.

양기풍수(陽基風水)에서 종택마을을 분석할 때 종택은 터의 공간배치를, 정주공간인 마을은 보국을 이룬 지세를 판단한다. 어떤 풍수지표가 적용될까. 첫째, 주산의 용맥이 현무봉을 이룬 곳인지를 본다. 둘째로 현무봉의 중심룡맥이 입수하여 혈장을 이룬 곳인지, 셋째로 좌청룡·우백호가 물의 흐름을 완화시키는 곳인지를 본다. 넷째는 안산이 마주하고 오형체를 이룬 곳인가를, 다섯째는 득수형태가 길수를 이룬 곳인가 여섯째, 사신사를 갖춘 보국인가 등을 살핀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북 영덕군 축산면에 입지한 무안박씨종택마을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기로 한다. 이곳은 약 370년 전에 경주성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선무훈일등공신(宣武勳一等功臣) 박의장(朴毅長:1555~1615)의 종택이 있으며 지금까지도 정주공간을 이루고 있다. 먼저 주산은 낙동정맥에서 화람기맥으로 분맥하여 기봉한 봉화산(278m)이다. 주산에서 뻗어내린 용맥은 금형체의 현무봉을 이룬다. 즉 소조산-부모산-주산으로 이어진 용맥은 단맥(斷脈)이 되지 않고 계속 행룡한 뒤 종택마을이 입지할 수 있도록 현무봉을 세웠다.

또 무인(武人)의 지기를 받는 인물이 배출될 수 있는 금형체의 현무봉을 의지하고 있다. 종택은 현무봉의 중심룡맥이 입수하여 혈장을 이룬 곳에 입지한다. 종택과 마주하는 안산인 고래산(291m)은 토형체를 이루고 있어 관직과 명예의 기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입지이다. 이러한 종택의 경우 구성원들이 중심룡맥에 의해 가문이 지속할 수 있는 지맥을 받게 된다. 안산은 사회적 명망을 얻을 수 있도록 기를 반사해 준다. 입향조에 의해 가문을 번성시킬 수 있도록 종택입지의 풍수적 터 잡이가 이루어진 것이다.

현무봉에서 개장한 좌청룡과 우백호가 마을을 감싸고 있으며, 우입좌출(右入左出)하는 물길을 좌청룡자락에서 걷어주는 지세를 이룬다. 이러한 득수는 조산인 고래산(291m)의 지맥에서 발원한 계류수가 모여서 축산천을 이룬 물길인데, 종택마을의 중명당을 궁수형태를 이루면서 서서히 흐르는 수세이다. 궁수형태는 현무봉의 중심룡맥이 나아가다가 물을 만나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경계를 이루면서 나타나는 길수형태를 말한다. 그리고 물길이 중명당을 끼고 오래도록 머물 수 있도록 좌청룡지맥이 역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중명당에 머무는 수기(水氣)와 마을의 정주공간이 의지하는 주산과 서로 조화를 이룬 생태공간을 뜻한다. 사신사를 갖춘 마을입지는 생기가 바람에 흩어지지 않도록 장풍을 이루는 보국이다. 지금까지도 종택마을이 현존할 수 있도록 터 잡이가 이루어진 것이다.

‘맹모삼천지교’의 교훈에서 보듯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교육입지를 선택했다. 성현이 될 수 있는 터 잡이를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선현들은 좋은 터를 구하기 위해 풍수지리를 적용했다. 당시 조상들은 입향조의 입지선정시 가문의 지속성을 제일 중요시했다. 자손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인물이 배출될 수 있도록 현무봉을 의지하고 중심룡맥을 받는 곳을 찾은 것이다. 또 사회적 신분상승을 얻기 위해 안산의 좋은 봉우리를 마주한 좌향을 잡아 종택으로 생기가 조응·반사되도록 터 잡이를 했다. 지금 자신이 이 땅에 태어나 한 가문의 일원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고향집 조상의 동기감응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매년 추석을 비롯한 명절이 되면 누구나 고향을 찾는 민족의 대이동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모두가 고향에 가면 조상님을 뵐 수 있고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그럼으로 인해 좋은 기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기왕 가는 고향에서, 이번에는 발복의 역량을 배가 시킬 수 있는 선영을 꼭 찾아가 좋은 기를 받아 보기를 권해본다. 올해의 발복은 각자 하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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