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들은 전자발찌가 우습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9.2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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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인력으로 전자발찌 부착자 관리 소홀...범죄율은 갈수록 증가 중

전자발찌 위치추적시스템은 재범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범죄자들을 출소 후에도 감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다. 성폭력 뿐 아니라 미성년자 유괴범죄, 살인, 강도범죄를 저질렀거나 시도한 사람에게 전자발찌를 차게 할 수 있다. 일명 ‘전자발찌법’이라고 불리는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부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8년부터 시행됐다. 시행 8년째인 지금, 전자발찌 부착자는 2500명에 달한다. 그러나 범죄자들이 전자발찌를 찬 채로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전자발찌 시스템 관리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5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재차 범죄를 저지른 재범자는 3배 이상 늘어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범계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전자발찌 부착자 재범현황’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달고 성폭력이나 유괴,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른 재범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11년에는 17명(1.09%), 2012년에는 23명(1.32%), 2013년 33명(1.29%), 2014년 52명(1.60%), 2015년에는 62명(1.72%)이었다. 성폭력의 경우 2011년 15건에서 2015년 53건으로 3배 이상 재범이 급증했다. 올해만 해도 8월까지 전자발찌 부착자에 의한 성폭행 범죄는 35건에 이른다.

 

전자발찌를 차고도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들은 최근까지 연이어 일어났다. 6월에는 강력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김 아무개씨가 서울 강남 아파트에 침입해 6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9월7일에는 강원도 횡성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지 일주일도 안 된 범죄자가 자신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는 여성을 성폭행해 구속됐다. 성범죄자가 버젓이 자신의 집에서 동종 범죄를 또 저질렀지만, 피해여성이 경찰에 신고하기 전까지 그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전자발찌를 찬 범죄자의 재범률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연합뉴스

범죄자가 24시간 감시받는다는 사실을 의식할 수 있도록 채워놓은 것이 전자발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가 재범을 저지르는 확률이 올라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전자발찌를 부착할 경우 부착 대상자의 ‘위치’만 노출된다. 그것도 전원이 켜진 상태에 한해서다. 허용되는 위치에 있다면 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다시 말해 전자발찌 부착자의 이동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파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를 이용해 전자발찌 전원을 끄고 술집과 클럽을 돌아다닌 범죄자도 있었다.  

 

전자발찌 부착자들을 관리하는 전담 인력의 문제도 제기된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범죄자들은 거주지를 관할하는 보호관찰소로부터 위치추적 장치를 기반으로 한 보호감시를 받는다. 보호관찰소가 전자발찌 부착자의 위치를 감시하면서 거주지나 특정지역을 이탈하는 등 이상상태를 감지할 경우, 전화로 특정 행동에 대한 이유를 묻거나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들을 감시하기 위한 인력은 매우 부족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의 수는 2500여명에 이르지만 이를 감독하는 전담직원은 전국에 120명도 되지 않는다. 

 

더욱이 관리 업무는 보호관찰소에서 이뤄지지만 수사권은 경찰에 있다 보니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처럼 추적권을 가진 전담팀을 만들어 통합시스템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전자발찌 부착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경우도 늘었다. 최근 5년간 전자발찌를 훼손한 사례는 50건에 이르며, 올해 8월까지는 12건이 일어났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풀고 달아난 범죄자를 다시 검거하기까지 평균 3.9일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사람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지난 7월에도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가 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수배 사흘째가 돼서야 검거된 사건이 일어났다. 그가 전자발찌를 자른 도구는 미용가위였다. 지난 3월과 8월에도 전주와 울산에서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절단하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전자발찌를 떼어내고 달아나게 되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GPS 감응기가 없어져 소재파악이 어려워진다. 

 

정부는 지난 7월 체온 등 신체 변화로 부착자의 범죄 상황 등을 알 수 있는 ‘일체형 전자발찌’를 연말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인 적용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결국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의 범죄욕구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역시 “전자발찌를 만능으로 보는 인식은 바꿔야 한다”며 “기술적 부분과 재범 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관리시스템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범계 의원은 “전자발찌 부착자가 재차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전자발찌 관리가 부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전자발찌의) 내구성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교화 활동을 병행하는 효과적인 교정행정과 심리치료를 통해 재범률을 낮추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 주변에 전자발찌 부착자가 있는지 알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전자발찌 부착자가 있는지를 모두 조회할 수는 없다. 다만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해 주변에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있다. 성범죄자 알림e 모바일앱은 자신이 위치해 있는 장소 주변의 성범죄자 거주 여부를 음성이나 메시지로 알려준다. 성범죄자의 현재 위치가 아닌 거주지에 한해서다. 

 

성범죄자의 경우,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유죄판결이나 공개명령을 받은 자 등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된다. 이 중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공개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범죄로 인해 전자발찌를 부착한 범죄자가 주변에 거부하고 있는지를 모두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살인이나 강간살인, 강도상해 등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대해서는 공익목적 등이 인정될 경우 신상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들의 신상공개는 기소 전 수사 편의 등을 위해 수사기관이 결정하는 방식이다. 공개는 언론보도나 공개수배 방식으로 이뤄지며 직접 조회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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