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저성과자 관리해 해고할 수 있게 하는 제도"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9.2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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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전문가가 본 성과연봉제 논란

“9월23일 하루, 합법 파업에 들어갑니다.”

 

금융노조의 총파업만 예고된 게 아니다. 철도와 지하철, 병원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공공부문의 릴레이식 파업도 예고돼 있다. 이 모두가 ‘성과연봉제’ 때문이다. 

 

금융노조의 파업을 두고 정부는 ‘철밥통’이라고 비판했다. 민간 영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왜 거부하냐는 얘기다. 반면 인사전문가 ㄱ씨는 “그건 우리가 지옥에 있으니 너희도 지옥에 내려오라는 얘기인데 본질이 아니다”고 말한다.

 

성과연봉제 이슈는 금융공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예금보험공사, 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상당수에서 이 제도의 도입을 완료했다. 하지만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밀어붙인 곳이 적지 않았고 동의 절차를 거친 경우에도 집단적 동의가 아니라 개별적인 동의를 받아 문제가 됐다.

 

그리고 지금은 은행으로 불똥이 튀었다. 금융노조는 정부가 중심이 돼 추진하는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은행 측을 대표하는 사용자협의회는 금융노조와 산별 협상 자리에서 개별 성과연봉제와 더불어 저(低)성과자 해고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금융노조가 이번에 하루 파업에 들어가게 된 이유다.

 

사실 성과연봉제는 우리 사회에 깊숙이 침투한지 오래됐다. 적지 않은 사람이 이미 성과연봉제를 가지고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성과연봉제라는 제도 자체를 이번 기회에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ㄱ씨와 인터뷰를 했다.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한 그는 외국계 컨설팅회사 임원 출신으로, 적지 않은 국내 대기업들의 보상․평가 제도를 직접 설계하고 수정해왔다. 

 

 

 

금융노조에서는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를 위한 제도라고 말한다.

 

노조 측 이야기가 맞는 부분도 있다. 기사를 보니까 ‘해고연봉제’라고 노조 측에서 주장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의 주된 목적 중 하나가 평가를 누적해서 저성과자를 관리하겠다는 거다. 노조에서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조가 100% 맞느냐하는 문제는 다르다. 노조 측도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

 

어떤 양보를 말하는 건가.

 

성과연봉제라는 제도 자체만 보자. 회사의 건전성 측면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람에 조치를 취하는 건 필요하고 당연한 일이다. 무턱대고 거부할 수 없다. 지금 노조는 ‘우리도 회사의 생산성을 위해서 어떻게 노력하겠다’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회사가 살아야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거니까 말이다. 같은 구성원으로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 무조건 싫다고 주장하면 자신들 주장의 장점이나 성과연봉제의 허점 등이 훼손된다. 같은 배를 탔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은행에서는 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고 할까.

 

은행이 외적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구조가 나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을 내려면 비용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은행이 갖고 있는 비용을 보니 ‘인건비’가 딱 걸리는 거다. 이건 매년 증가하는 비용이다. 이걸 회사는 효과적으로 쓰고 싶은 거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잘하는 놈 더 주고 못하는 놈 덜 주는 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성과가 실제로 나오나.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존재한다. 성과연봉제 도입한다고 직원들이 열심히 하는가? 그건 아닐 수 있다. 노조는 그걸 짚고 있는 거다. 성과연봉제가 동기부여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가져오라는 거다. 이건 전문가들 중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최근에 반례가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 차등이란 게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에 관해 공통적인 설이 없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다. 

 

효과가 명확하지 못한 이유는 뭔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어떤 사고를 가진 사람들인지, 리더의 스타일이 어떤지, 산업 상황이 어떤지 등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친다. 제도 하나만 도입해 당근과 채찍으로 사람을 달리게 하는 게 먹히지 않는 시대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내가 하는 이 말도 100% 맞다고 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이게 옳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어떤 제도를 들이밀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현실이다. 이런 비판은 노조 측에 일리가 있다.

 

성과연봉제가 인건비를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인가.

 

회사 입장에서는 차등을 두는 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문제 지점은 인건비 전체 규모다. 인건비는 성과차등제도와 아무 상관이 없다. 차등으로 주기로 했든 호봉제로 주기로 했든 내년 임금 평균인상률을 3%라고 잡으면 차등제는 3%를 위에 더 주고 아래에 덜 주는 방식이다. 반면 호봉제는 이걸 똑같이 가져가는 거다. 인건비가 늘어나는 건 똑같다.  

 

사용자 측에서는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잘 운영하겠다”고 말하지만 그걸로는 내가 봐도 부족하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이제야 가져오는 거다. 그런데 이번 성과연봉제는 상대평가다. 이러면 무조건 하위등급이 나온다. 이런 방식의 성과 차등제와 평가방식은 조직장에게 막대한 권한을 주지만 대신 그들의 책임은 줄어든다. 왜냐면 강제비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등급 몇 명. D등급 몇 명 이런 식이다. 그러면 이렇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직원에게 “미안해. 배분비율이 이렇게 돼서 너 올해는 C등급이야. 대신 내년에는 A를 줄게”라는 식으로 돌려먹게 된다. 이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미 상대평가를 시행하는 많은 기업들도 평가 등급 분배의 형평성을 고려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야기하는 공정한 평가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쉬운 해고’라는 말은 합리적인가.

 

노조가 근거로 삼는 수많은 논리 중 중요한 게 이 성과연봉제가 해고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부분이다. 상대평가에 그 비율이 정해져 있으니 결국 저평가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제도의 목적은 명확하다. 저성과자를 관리해야 해고를 할 수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인건비를 통제하고 그것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람 수를 줄이는 거다. 그런데 해고하려면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평가가 필요하다. 그 평가는 누적돼야 한다. 은행업무가 지금 디지털화돼가고 있다. 준비과정인 거다. 

 

은행의 경우 실적이라는 게 있으니 평가가 상대적으로 쉬운 거 아닌가.

 

은행에서 실적을 담당하는 사람에 관한 평가도 깔끔하게 나올 수 없다. 한 사람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 변수가 너무 많다. 그냥 경기가 좋아서 실적이 좋을 수도 있다. 평가제도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원래 성과연봉제는 ‘육성’을 위해 쓰는 게 맞다. “내년에 더 잘하자”고 성장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은 이걸 보상에 직접적으로 연동을 시켜왔다. 이 제도의 한계를 걸고넘어지면 무수히 많은 이슈가 나온다. 

 

은행 측에서는 준비가 됐다고 그러고 노조는 준비가 안 됐다고 그런다. 

 

성과연봉제는 완전히 판을 갈아엎는 제도다. 그리고 평가도 결국 사람이 하는 거다. 그런데 평가자도, 피평가자도 준비가 안 돼 있다. MBO(목표관리제기반) 방식으로 한다고 했다. 목표에 따른 관리체계를 뜻한다. 그런데 과연 목표를 수립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위에서 하자는 대로 목표 뿌릴 거다. 평가를 하겠다고 했으면 보상과 당장 연계는 안 시키는 대신 시범운영을 하겠다는 식의 적응 과정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다.

 

성과연봉제 자체가 사회에 뿌리 내린지는 오래되지 않았나.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동안 상대평가를 기반으로 한 성과연봉제를 오랫동안 시행해왔다. 그런데 지금도 가장 안 되는 부분이 ‘목표수립’이다. 평가를 위해서는 목표수립, 중간점검, 코치, 피드백이 필요한데 그게 다 안 된다. 그게 전부 다 빠지고 나니 고과등급만 남았다. 그런데 이 제도는 어떻게 어떻게 굴러간다. 왜? 상대평가 체계라서 그렇다. 대체로 우리 대기업에서도 평가에 따른 보상에서 큰 차등을 안 둔다. 그러니 직원들도 그냥 넘어가는 거다. 대기업도 하니까 우리도 한다? 지금 대기업도 성과연봉제를 제대로 못 굴리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직원들이 가장 불만 많은 부분이 ‘평가’하고 ‘보상’이다.

 

기업들마다 수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다보니 대기업들도 성과연봉제를 나름대로 수정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등급은 S, A, B, C, D 등급이 있다. 그런데 보통 50%를 차지하던 B등급을 받으면 직원들 기분이 어떨까. 나쁘다.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S, A, B 등급 비율을 늘리고 있다. 상위 등급을 두텁게 만드는 거다. 예를 들어 전에는 S가 5%, A가 10%, B가 50% 였다면 지금은 S를 10%, A를 30%, B를 40%로 한다. 직원들의 기분도 고려해야 하고 이렇게 A등급 이상의 비율을 높여놔야 나중에 돌려먹기 할 때도 다른 직원이 A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성과연봉제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거 아닌가.


유명무실까지는 아니지만. 원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우리나라 10대 그룹 중 한 곳이 최근 평가제도를 손댔다. S등급과 D등급만 상대평가를 하고 A~C등급은 절대평가를 하겠다는 거다. A~C를 절대평가 하겠다는 얘기는 상대평가로는 직원들 육성이나 동기 부여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A~C등급은 열심히 일하는 건전한 직원으로 평가하고 대신 A~C등급 사이에 기본급과 인센티브 등의 간격을 좁혀 보상에 큰 차이가 없도록 했다. 이들을 비슷한 집단으로 보며 보상이나 승진에 큰 격차를 두지 않는 거다. 다만 특별한 성과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S등급 비율을 정해두고 조직장과 인사팀이 협의를 해 결정하는 거다. 누구나 이견이 없는 사람이 S등급을 받는 거다. 구글 같은 혁신기업이 하는 방식을 한국식으로 변형한 거다.

 

그래도 호봉제보다는 성과연봉제가 나은 제도 아닌가.

 

은행만 놓고 봤을 때 상대평가를 시행하는 건 차라리 호봉제만 못하다고 본다. 성과연봉제를 하는 이유는 직원들을 공정하게 평가해 일을 열심히 하도록 동기부여하기 위해서다. 여기까지는 아마 모두가 동의할 거다. 그런데 상대평가를 하겠다고 하면서부터 동기부여가 사라져 버린다. 호봉제 체계에서는 굳이 구성원간의 서열화를 생각하지 않으니 “우리 모두 파이팅하자”라는 말이라도 통한다.  

혁신기업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성과연봉제를 확실하게 구현하고 있는 혁신기업들이 하는 게 뭐냐. 공개와 소통이다. 우리 회사 상황이 이렇다는 걸 경영자와 구성원들이 공유한다. 차라리 지금이라면 호봉제 체계에서 회사 상황을 정확하게 공개하고 내년에 이렇게 올리면 우리 회사가 예상되는 상황이 이러니 전체 임금의 규모를 동결하자고 설득하는 게 낫다. 그런데 이걸 왜 못할까. 은행권 경영자 연봉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우리 인건비 관리하겠다고 하는 데 일단 경영진 너희부터 공개해봐”라고 나오면 곤란해진다. 투명하게 공개도 못한다.

 

유독 은행직원들 너희만 거부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성과 안 좋은 직원들 솎아야 한다, 불이익 줘야 한다는 건 타당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돌아가려면 잘 못하는 사람들을 왜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로 골라낼까. 절대평가를 하려면 평가기준도 바뀌어야 하고 다면진단도 해야 한다. 한 사람의 기준으로 평가를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절대평가제도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복잡하다. 또 익숙하지도 않다. 그러니까 트렌디한 이런 상대평가 성과연봉제로 밀어붙이는 거다. 의사결정자들은 인사를 잘 모른다. 동기부여를 위한 유입, 자극, 팀워크, 협동을 발휘하기 위한 심리적인 기제, 이런 걸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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