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천사’ 전인지 ‘신드롬’ 불까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9.26 10:58
  • 호수 14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스 매니지먼트 뛰어난 지략가…박세리-박인비 LPGA 계보 잇는다

9월18일 프랑스 에비앙리조트 골프클럽에서 끝난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 최종일 15번 홀(파5).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자신을 맹추격하고 있던 박성현(23·넵스)이 2온을 시키고 이글을 잡아내자 미소를 지으면서 박수를 쳤다. 그러고는 자신도 버디를 잡아냈다. 3홀을 남겨두고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4타차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전인지는 동반자의 플레이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 것이다. 결론은 전인지가 우승했고, 박성현은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과 함께 준우승했다.

 

우승한 뒤 외신이 전한 전인지에 대한 평가는 대단했다. 

 

“전인지의 21언더파는 올해 디오픈 챔피언 헨릭 스텐손(스웨덴),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제이슨 데이(호주)가 세운 남자 메이저 최소타 기록 20언더파를 뛰어넘는 기록이다.”(영국 BBC) 

 

“에비앙에서 한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그 맨 앞에는 신기록을 세운 전인지가 있었다.”(AFP통신)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금메달을 따면서 몰고 온 골프 열풍을 전인지가 돌풍으로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 ‘전인지 신드롬’이 일고 있다. 박인비는 ‘세리 키즈’로 성장했고, 전인지는 ‘제2의 세리 키즈’로 자라난 세대다. 특히 전인지는 박세리(30·하나금융그룹)·박인비의 계보를 잇는 LPGA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9월18일 프랑스 에비앙 리조트GC에서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 전인지가 태극기를 두른 채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 LPGA


 

지난해 韓·美·日 메이저대회 우승 ‘유일’

 

한국은 메이저대회 우승 강국이다. 박세리가 1998년 LPGA 투어 첫 승을 메이저대회 LPGA 챔피언십에서 거뒀다. 이어 그해 7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는 ‘맨발 신화’를 이루면서 외환위기로 시름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첫 승과 두 번째 우승을 모두 메이저대회에서 이뤘다.

 

바통을 이어받은 선수는 박인비. 그는 2008년 최연소(19세11개월18일)로 US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거뒀고, 2013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1914~56) 이후 63년 만에 메이저대회 3연승 기록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LPGA 17승 가운데 7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챙겼다.

 

전인지가 올 시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정점을 찍었다. 전인지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4일간 드라이브 평균 거리 239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72.86%, 그린적중률 80.56%, 평균퍼팅수 27.75개, 샌드세이브 33.33%를 기록하며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 263타(63-66-65-69)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전인지는 박세리처럼 L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을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이룬 데 이어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올렸다. 

 

LPGA 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과 두 번째 우승을 모두 메이저대회로 장식한 것은 박세리와 전인지 단 2명뿐이다. 1992년 베시 킹(미국)이 LPGA 챔피언십에서 세운 267타를 경신한 전인지는 청야니(대만) 등 4명이 갖고 있던 LPGA 투어 메이저대회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인 19언더파를 깔끔하게 갈아 치웠다. 그는 또한 제이슨 데이와 헨릭 스텐손이 세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인 20언더파도 깼다. 

 

전인지는 국내외에서 첫 우승을 모두 메이저대회에서 거뒀다. 한국에서는 정규투어 데뷔 후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했고, 미국에서는 US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 모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잘 웃고 호기심 많은 ‘플라잉 덤보’

 

전인지는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 그런데 딱히 못하는 것도 없다. ‘강점이 없는 것이 강점’인 셈이다. 꼭 집어 한 가지 그만의 특장을 꼽자면 지혜로운 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영재답게 코스 매니지먼트, 즉 코스에 대한 전략, 전술이 뛰어난 지략가로 보면 된다. 샷이 잘 안 돼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다. 나이에 비해 자신을 다스리는 정신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PGA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전인지는 9월 셋째 주까지 드라이브 평균거리 255.39야드(66위), 페어웨이 안착률 74.26%(30위), 그린적중률 72.04%(18위), 평균퍼팅수 29.02타(4위), 샌드세이브 41.79%(94위), 평균타수 69.52타(2위)를 기록하며 상금 140만5054달러를 벌어들여 상금랭킹 4위에 올라 있다. 

 

전인지는 태권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 전종신씨(57)의 DNA를 물려받아서인지 운동을 잘한다. 태권도와 육상을 했다. 그리고 수재형이며 호기심이 많다. 수학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공부도 잘했지만 운동감각이 남다른 데다 ‘세리 키즈’ 열풍이 불 때 아버지와 친구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다. 골프를 시키려고 아버지는 충남 서산에서 제주도로 이사했다. 다시 전남 보성 득량중학교로 전학한 그는 신지애(28)가 다닌 골프 명문인 함평 골프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미 중3 때 국가상비군, 고1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골프클럽을 잡은 지 9년 만에 프로에 데뷔했다.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4학년인 그의 애칭은 ‘플라잉 덤보’. 원래는 남의 말을 잘 듣는다고 해서 ‘팔랑귀’였다. 그러다가 웃는 모습이 귀엽고 호기심이 많아 ‘플라잉 덤보’라고 불리게 됐다.

 

9월29일 개막하는 일본여자오픈 타이틀방어에 앞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전인지는 “4년 뒤 올림픽에 출전할 기회가 온다면 이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한 실수를 절대 잊지 않겠다”며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올림픽에서 부진했던 것이 너무나 아쉽다”면서 “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붓자고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175cm의 ‘이기적인 몸매’를 가진 그는 대표 시절 만들어진 기본기가 탄탄하다. 샷에 군더더기가 없다. 어드레스 때 볼 뒤쪽에 있는 머리와 손의 위치가 매우 인상적이다. 어깨는 자연스럽게 기울어져 있고, 체중은 5대5로 적당히 배분돼 있다. 

 

백스윙과 톱에서 단단히 고정된 축과 하체를 중심으로 몸통 회전이 돋보인다. 머리와 하체는 견고하게 유지하면서 움직임이 거의 없고, 어깨는 잘 돌아 거의 120도 이상 회전하고 있다. 상체 회전으로 만들어진 코일링이 보다 큰 파워를 축적하고 있다. 

 

전인지는 골프를 잘 치는 비결에 대해 “좋은 스윙은 어드레스에서 나온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어드레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자신의 스폰서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10월6~9일·경기 여주 블루헤런컨트리클럽)에 출전해 국내 팬들에게 ‘명품 샷’을 선보인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