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가 변론 맡은 ‘불법 다단계’ 수사 누가 축소했나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9.27 15:59
  • 호수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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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도나도나 사건 파기환송…우병우·홍만표 ‘역할’ 주목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홍만표 변호사 등 거물급 변호사들의 변론으로 주목을 받았던 ‘도나도나’ 사건이 대법원에서 9월8일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양돈업체 ‘도나도나’ 대표 최아무개씨에게 유사수신행위 위반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이 이 사건을 유사수신행위, 즉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판단한 만큼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 또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최씨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어미 돼지 한 마리에 500만~600만원을 투자하면 새끼 20마리를 낳게 해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 1만여 명으로부터 2400억원을 가로챈 사건이다. 시사저널이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듯이, 도나도나 사건은 피해자들이 지방 경찰서와 검찰청 등에 10차례 넘게 최씨를 고소했으나 대부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정식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2013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해 기소가 이뤄졌다. 하지만 검찰수사 단계부터 2심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축소수사 및 봐주기 판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가 5월27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검찰이 기소할 때는 사기 혐의 빠져

 

하지만 대법원이 사실상 이 사건을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인정하면서 판이 뒤집혔다. 게다가 지난 7월에는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최씨를 다시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원지검에서 재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대법원 파기환송과 사기 혐의에 대한 재수사로 인해 피해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그동안의 의혹이 해소되길 바라는 상황이다.

 

일단 피해자들은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수사를 한 부분에 대해 가장 크게 문제를 삼고 있다. 검찰이  2013년 최씨를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유사수신행위와 회삿돈 횡령, 사문서 위조·행사 등이었다. 피해자들은 전형적 사기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기 혐의는 공소 항목에서 제외했다. 일반적으로 거액의 수익을 미끼로 투자 사기행각을 벌이면 유사수신행위는 물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도 함께 처벌을 받는다. 특가법상 사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중형이지만, 유사수신행위는 법정 최고형이 징역 5년에 불과하다. 검찰이 처음부터 유사수신행위나 사기 혐의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채동욱 전 총장의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에 내사 자료가 넘어갔을 때에는 두 부분 모두 확실하게 유죄라고 판단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검찰이 최씨의 유사수신행위를 입증할 만한 증거조차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씨는 1심과 2심 모두 횡령과 사문서 위조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유사수신행위는 무죄가 나왔다. 

 

피해자들은 검찰이 이처럼 사기 혐의를 공소장에서 제외하고, 유사수신행위 입증과 관련해서도 부실하게 증거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우병우 수석과 홍만표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피해자 모임 한 관계자는 “지금이야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사건이 잘 알려지지 않아 거물급 변호사들이 압력을 행사하기가 쉬웠을 것”이라며 “대형로펌이나 거물급 변호사들이 잘 맡지 않는 서민금융 사건을 맡은 것부터 시작해서 수사 단계에서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윤아무개 검사는 현재 우 수석이 재직 중인 민정수석실 비서관으로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9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만표 변호사, 사실상 동업자였다”

 

피해자들은 홍 변호사가 투자자 모집 과정에 깊숙이 개입해서 피해가 커졌고, 결과적으로 홍 변호사가 다단계 피해자 모집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밝히길 원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지난 5월 취재 과정에서 만난 피해자들에 따르면, 최씨가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홍 변호사의 이름을 투자자들에게 팔고 다녔다고 한다. 시사저널이 만난 복수의 피해자들은 “유사수신행위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에게 도나도나 관계자들이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자문해 줬고, 홍 변호사와 아내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이들은 “홍 변호사와 그의 아내가 참여하고 있다는 자료까지 보여줬기 때문에 사기를 당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주장했다. 

 

홍 변호사가 본인 입으로 양돈업체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홍보를 했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 하지만 나중에 피해자가 불어나면서 당시 이 사건 피해자 중 일부가 홍만표 변호사의 사무실로 찾아가 직접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 변호사가 최씨 변호를 시작한 이유도 여전히 논란이 적지 않다. 홍 변호사가 최씨를 알게 된 것은 검사로 재직 당시 최씨를 불법유사수신 혐의로 구속시키면서부터다. 즉 자신과 피의자로 만났던 사람을 검사를 그만둔 직후 곧바로 변호인과 의뢰인으로 만난 셈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은 두 사람이 변호인과 의뢰인의 관계를 넘어 사실상 동업자였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피해자들은 검찰이 도나도나 사건과 관련해 업체 대표를 유사수신행위와 횡령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에서 유사수신행위 부분만을 무죄로 판단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씨와 함께 사업에  참여했다 지금은 등을 돌린 인사는 “유사수신행위까지 유죄로 판단되면 홍 변호사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변론 전략을 유사수신행위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는 쪽으로 잡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국NGO연합 사법감시배심원단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8월10일 법조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홍 변호사의 담당 재판부에 홍 변호사를 엄벌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탄원서에서 “도나도나 사건과 같이 극악무도한 사건을 저지른 자들은 경미한 형을 받았을 뿐”이라며 “홍 변호사는 이런 암적인 존재들을 변호하고 벌어들인 수입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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