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 결심한 이재명 “반기문은 꽃사과, 나는 야생산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9.30 17: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명 성남시장…“배고플 때 선택할 수 있는 돌파형 정치인 될 것”

4∙13총선은 국민들의 민심을 보여주는 ‘전조현상’이었다고 했다. 내년 대선에서 이뤄질 극적인 변화를 미리 보여줬다는 것이다.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돌파형 리더십’을 원하기 때문에 엘리트 중심 정치가 아닌, 기존의 틀을 박차고 나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대선 출마 결심을 밝힌 이재명 성남시장을 9월29일 성남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났다. 

 

중앙대 법학과에 진학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이 시장은 자신이 그 전까지는 일명 ‘일베’였다고 했다. 경북 안동 출생인 이 시장은 공장에서 일하는 소년 노동자였다. 프레스에 눌려 왼팔을 다쳐 장애인이 됐다.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마친 뒤, 대학에 진학해 운이 좋게 ‘전두환 장학금’을 받았다. 5∙18민주화항쟁을 지켜보면서 폭도들의 반란이라고 욕했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소수의 권력에 의해 다수의 민중이 폭도로 몰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 시장의 사회적 어머니는 ‘광주’가 됐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사법시험 합격 후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반기문은 꽃사과, 배고플 때 선택하지 않는다”

 

이 시장은 정치인들은 국민의 권한을 잘 쓸 의무가 지워진 ‘대리인’이지 ‘지배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예산이나 권력이 국민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은 개나 돼지가 아니라 나라의 주인”이라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이 개, 돼지처럼 사육되고 지배되는 나라가 아닌, 국민이 당당한 책임을 지며 행동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다. 그 증거를 총선 결과를 통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시장은 대선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꽃사과’라고 규정했다. 보기에는 좋지만 배고플 때 선택하지 못하는 꽃사과보다 못생겨도 먹을 수 있는 야생산밤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는 “미국의 트럼프나 필리핀의 두테르테가 주목받는 것은 기존 엘리트 정치가 몰락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트럼프는 백인 노동자들이 쓰는 언어를 사용한다. 민중들과 호흡할 수 있고, 그들의 언어로 말하는 정치인을 대중들은 원하는 것”이라 했다. 이 시장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닌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대선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자신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공약 이행률’이다. 이 시장은 “보통 정치인들이 40% 전후를 맴돌지만 내 공약 이행률은 96%다. 전국 자치단체장 가운데 가장 높다. 신뢰를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지킨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 성남시 제공

이재명 성남시장 ⓒ 성남시 제공

 

“박근혜 대통령, 증세 없는 복지 두고 사기 친 것”

 

이 시장은 “박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사기를 쳤다. 오히려 복지 없는 증세를 하며 빚을 늘렸다”며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오히려 성남시가 보여준 것인데 정부는 사실상 지방자치를 말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나 방산비리 등 대형비리로 낭비되는 세금을 막고 불필요한 예산 집행을 막는다면 충분히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박정희 정권이 폐지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통해 되살려낸 지방자치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확대하려고 노력했다”며 “박근혜 정부는 끊임없이 지방자치 무력화를 시도했다. 복지정책을 사사건건 훼방하고 3대 무상복지에도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시청에는 아직도 세월호 깃발이 걸려 있다. 세월호 유족들이 ‘시체팔이’를 하고 있다고 욕하는 사람들과 대처와 책임이 없었던 정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사고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이 시장이 생각하는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다. 이 시장은 “성남에서 환풍기 사고가 났을 때,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입원한 모든 병원을 찾았다. 57시간 만에 전원이 (피해 보상에) 합의했다”며 “아직도 치료해야 할 사람이 1명 남아 있다.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합당한 책임을 철저하게 묻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세월호 사건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백남기 농민 부검, 인간의 도리에도 맞지 않다”

 

또 최근 백남기 농민의 죽음으로 드러난 국가폭력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도 말했지만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이다. 공권력 사용은 늘 신중해야 한다. 국가가 주인인 국민을 물대포로 근접 직사해 숨지게 만든 사건인데, 317일동안 어느 누구도 사과나 유감표명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고(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이 논란이 됐을 당시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가 없는 정부는 인간이길 포기한 짐승"이라고 성토한 바 있다. 이 시장은 “사인이 명백한데도 부검하겠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에도 맞지 않다”며 “강경한 대처만이 능사가 아니다. 갈등의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정부가 주권자인 국민들의 어려움을 먼저 세심하게 살핀다면 이렇게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에게 SNS는 ‘생존을 위한 무기’다. 이 시장은 정치인들이 행사장에 다니고, 대중들과 악수를 하고 다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소통’을 하기 위한 창구를 찾았고, 그것이 이 시장에게는 SNS가 됐다. 직접 페이스북 게시물을 작성하고, 간담회 내용을 생중계하면서 대중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SNS 활동과 관련한 검찰의 소환요구를 국가 공무라는 이유로 수락했지만, 이에 대해 이 시장은 “SNS 활동과 관련한 검찰 소환요구는 야권 정치인에 대한 명백한 정치탄압이다. 검찰이 조사해야 할 사람은 이재명이 아니라 미르∙K스포츠 재단”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