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의 첨예한 노사분규...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10.01 22:56
  • 호수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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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없이 감정만 앞세운 갈등에 협력업체들 신음

충남 아산의 자동차부품회사 갑을오토텍의 노사분규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노조)는 2015년 임금교섭을 빌미로 전면·부분 파업을 벌여왔다. 그 사이 60차례 이상 단체교섭을 벌였지만, 양측은 매번 이견만 확인한 채 협상테이블을 떠나야 했다. 그 끝에 노조는 지난 7월8일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사측도 7월26일 직장폐쇄로 맞섰다. 관리직을 동원해서라도 생산설비를 가동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노조가 7월31일 공장을 점거하고 관리직들의 출입을 봉쇄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공장은 9월30일 현재까지도 가동이 멈춰 있는 상태다. 최소한의 물량도 생산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양측은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갑을오토텍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여파가 협력업체들에게까지 전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폐업이나 부도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지만, 노사 양측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사측은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회사를 살려야 한다며 정부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노사 갈등으로 직장폐쇄된 충남 아산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갑을오토텍 정문에서 8월1일 사측 경비용역들과 이들의 진입을 막으려는 노조가 대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 vs “노조 파괴 중단”

 

그렇다면 노조가 회사 측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노조 요구안에는 △2015년 월급 15만9900원 인상 △2016년 월급 15만2050원 인상 △상여금 100% 인상 △연 소득의 3%를 초과해 지출한 의료비 전액 무제한 지급 △노조원의 대학등록금 지급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및 징계 면책 △10년 고용보장 △경영상 해고 시 3년 차 평균 임금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가 2014년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10년 고용보장’ 같은 요구도 걸림돌이다. 

 

실제 갑을오토텍은 2014년 24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66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5년엔 창립 이래 최고 매출인 2800억원을 달성했지만 107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매년 25억원의 추가 적자가 발생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게 사측의 주장이다. 특히 사측은 적자의 요인을 높은 인건비 비중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6~9%인 반면, 갑을오토텍은 최근 몇 년간 19~22%에 이른다는 것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갑을오토텍 기능직의 평균 연봉은 8400만원 규모다. 여기에 복리후생비를 포함할 경우 9500만원까지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2014년 통상임금이 확대 적용돼 잔업·특근·연월차 수당, 퇴직급여 충당금, 복리후생비 등이 증가하면서 인건비 비중이 늘었다. 또 2015년 단체협약에 따라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키로 한 것도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켰다. 근무시간이 기존 9시간30분에서 1조 7시간20분, 2조 7시간10분으로 각각 줄어든 반면, 이전과 동일한 월급을 보전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확대 적용과 강성노조의 일상적인 파업으로 회사의 존립조차 어렵게 만드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결과”라며 “과거 USB 사모펀드나 미국의 모딘사 등 외국계 자본이 갑을오토텍을 인수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철수를 결정한 것도 극렬한 노사분규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노조는 회사의 경영 악화는 경영진의 역량 문제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이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무분별한 인수합병(M&A)에 회사를 동원하는 등 무리한 경영 활동으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번 갈등이 단순히 임금 인상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측이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갑을오토텍의 전(前) 경영진은 앞서 노조 파괴에 나선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박효상 전 갑을오토텍 대표는 2014년 노무법인의 조언에 따라 노조 파괴 계획을 세웠다. 군인이나 경찰 출신자 60명을 기능직으로 고용, 새로운 노조를 만들어 기존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는 기존 노조가 공개한 이른바 ‘Q-P 시나리오’ 문건에서 드러났다. 이 일로 재판을 받아오던 박 전 대표는 직장폐쇄 직전인 7월15일 부당 노동행위로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노조는 ‘Q-P 시나리오’에 동원된 직원들의 채용을 취소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문제의 직원들은 현재 갑을오토텍 인근 계열사에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사측은 해당 직원들의 채용을 취소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이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청구한 결과, 지난해 9월 전원 복직 판결이 났다. 사측으로선 이들을 복직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복직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20억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직은 시키되 기존 노조와의 마찰을 우려해 다른 계열사로 보냈다는 설명이다. 

 

 

7월26일 갑을오토텍 사측이 노조의 파업에 맞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 연합뉴스

사측 “공권력 투입해서라도 공장 가동해야”

 

노조는 또 사측이 1월 경비원 용역을 외주화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경비 외주화를 하게 될 경우 노조와 협의를 진행키로 2008년 합의를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경비업무 외주화 강행을 통한 파업 유도’가 ‘Q-P 시나리오’에 나타난 한 전술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노조는 경비원 외주화 문제를 시정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경비원은 기능직 수준의 고연봉자인데, 적자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외주화를 결정한 것”이라며 “노동부와 법무법인에 의견을 구한 결과, 과거 노조와 체결한 합의서 효력이 만료된 것으로 판단했고, 경비원들이 비노조원이어서 노조와 합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노조와 사측은 현재 자신들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평행선을 걷고 있다. 그 사이 갑을오토텍의 경영 상황은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사측은 올해 노조와의 갈등으로 발생한 손실이 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권도 대출금 상환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은행은 여신한도를 축소하거나 이자율을 높이겠다고 통보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 신뢰도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현대중공업은 갑을오토텍이 부품을 주지 않아 250여 개 협력사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생산 재개를 촉구했다. 미쓰비시후소는 노조와의 갈등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게 됐다며 75억원가량을 갑을오토텍에 페널티로 부과한다고 통보했다. 인도 타타 역시 버스에어컨 공급 중단으로 600대의 버스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사태 해결을 요청했다. 

 

입이 타들어가는 것은 갑을오토텍만이 아니다. 협력업체들도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1월부터 6월까지 180여 개 협력업체들이 갑을오토텍에서 올린 매출은 한 달 평균 200억원 규모다. 그러나 노사 분규로 7월부터 매달 200억원 수준의 매출 공백이 생기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협력업체 대표에 따르면, 갑을오토텍에 대한 납품 비중이 높은 회사의 경우 도산이 우려될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 대표들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전국 협력업체 1만9000여 명 가족들의 삶도 생각해 파업을 풀고 노사가 힘을 합쳐 경영정상화의 길로 들어서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는 협력업체들의 실제 피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공장의 자재를 가져가 외부에서 생산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몇몇 협력업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를 보고 있다는 협력업체 대표들의 호소는 사측의 종용에 따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갑을오토텍 관리직 직원들이 9월1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노측 “폐업·부도 거론하는 건 노조 압박 수단”

 

회사 측은 현재 상태로는 갑을오토텍의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노조의 공장 점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경찰의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법 제42조에 명시된 ‘쟁의행위는 생산 기타 주요 업무 관련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할 수 없다’는 조항을 근거로 해서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도 최근 공권력 행사를 통해서라도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갑을오토텍 관리직 직원들도 나섰다. 관리직 150여 명은 앞서 경찰청 앞에서 ‘공권력 투입 촉구 집회’를 열고, 신임 경찰청장에게 신속한 공권력 투입을 호소했다. 이후에도 청와대와 총리공관, 경찰청, 검찰청, 주요 언론사 사옥 앞에서 1인 시위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권력 투입은 민감한 문제이니만큼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산시설 점거와 직장폐쇄에 대해 서로 고소 고발을 한 상황이어서 유권해석이 내려지지 않는 한 경찰력 투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사측은 현재 폐업이나 부도를 맞는 상황마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갑을오토텍 측은 관리직 직원들을 불러 상담을 진행했다. 월급 지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갑을오토텍에 남아 있을지, 계열사로 자리를 옮길지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폐업이나 부도를 거론하는 것은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사측이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언제든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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