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업은행, 조선·해운 구조조정 문서 위조했다”
  • 안성모·유지만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6.10.01 23:03
  • 호수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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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철 前 SLS 회장 “국정감사에서 다 밝히겠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문제다. 특히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에 대해 여야 모두 집중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을 논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곳이 바로 산업은행이다. 여당의 국감 불출석으로 인해 정무위 국감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지만, 국감이 재개되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 문제, 분식회계 인지 여부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야당은 분식회계를 인지했음에도 서별관회의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지원을 결정한 배경과 정부 주도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에 위치한 KDB산업은행 © 시사저널 최준필

“이사회 자료 위조해 워크아웃 진행”

 

정무위가 채택한 국감 증인 명단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국철 전 SLS그룹 회장이다. 국감 참고인으로 채택된 이 전 회장은 이번 국감에서 구조조정 피해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10월4일 국감 출석이 예정된 이 전 회장은 “산업은행이 SLS조선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사회 문서를 위조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9월28일 서울 모처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SLS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산업은행의 문제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비정상적으로 돈을 퍼주면서, 우량했던 SLS조선은 문서까지 위조해 가며 강제로 무너뜨렸다”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충분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알려진 대로라면 SLS조선은 2009년 12월10일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SLS조선 워크아웃 과정을 조사했던 금융감독원은 2011년 10월에 “워크아웃에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냈다. 당시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 회장이 2009년 12월17일 산은에 찾아와 주식·경영권 포기각서에 자필 서명하고 관련 이사회 의사록 등을 제출하자 채권금융기관 협의를 거쳐 워크아웃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이 전 회장은 “SLS조선에 대한 워크아웃 자체가 위조된 서류로 인해 시작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은행 주도하에 이사회 회의록이 위조됐으며, 이를 근거로 마치 회사 경영진이 워크아웃에 동의한 것처럼 밀어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예로 2009년 12월17일에 열린 이사회 회의록을 들었다. 당시 경남 통영과 창원에서 SLS조선과 SLS중공업의 이사회가 각각 열렸다. 두 이사회는 모두 오후 1시에 폐회한 것으로 나와 있다. 양쪽 이사회에는 이 전 회장과 김덕중 당시 대표이사가 모두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 이 전 회장은 “그날 어떠한 이사회에도 참석한 적 없으며 이사회가 열린 사실도 몰랐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여철 SLS조선 대표는 당시 창원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는데 이사회 회의록에 직인이 찍혀 있다”고 밝혔다. 즉 이사회는 애초에 열리지 않았으며 이사회 회의록은 위조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외에도 더 많은 위조 증거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회장은 또 SLS조선이 당시 워크아웃에 들어갈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해마다 실적이 좋아지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은행이 SLS조선의 워크아웃이라는 답을 내놓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 증거로 산업은행 측이 작성한 ‘SLS조선㈜ 현황’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이 전 회장은 “워크아웃 이전에 작성된 산업은행 내부 보고 자료”라고 밝혔다. 

 

 

이국철 전 SLS그룹 회장 © 시사저널 최준필

“정권 주도 구조조정 폐해 밝히겠다”

 

문건에 따르면, 산업은행 측은 SLS조선의 부실화 원인으로 △선주사의 선박인도 거부에 따른 소송 △미입금된 인도대금 누적으로 유동성 악화 △2009년 9월부터 시작된 검찰수사로 인한 경영진 공백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SLS조선이) 이미 자금부족에 봉착한 상태”라는 결론을 내리며 “자재 및 협력업체의 적기 지원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많아 예상한 인도일도 지키기 어려울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선박 인도 거부는커녕 선주로부터 ‘선박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산업은행 측은 일방적으로 ‘만들지 못한다’며 선주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해 손해를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유동성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2009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가 시작되면서 회사의 계좌를 모두 동결시켰다. 대출이자조차 갚지 못하게 묶어놓고 ‘자금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SLS그룹에 대한 수사 과정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당시 야당인 열린우리당의 자금책으로 꼽히면서 ‘정치적 정리 대상’이 됐다는 주장이다. 실제 2011년 8월8일에 열린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당시 권 후보자는 2009년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SLS그룹 사건을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이 전 회장은 “SLS그룹이 열린우리당 자금책이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은 “2009년 9월 창원지검에서 수사가 시작됐는데 실제 사건이 넘어간 것은 같은 해 3월쯤이었다고 한다. 당시 창원지검장은 황교안 현 국무총리였다. 황 지검장은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는데 돌연 8월에 지검장이 바뀌면서 한 달 만에 수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SLS조선이 몰락하게 된 원인은 당시 정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금융위·금감원 등이 총동원된 ‘임무’였다는 의미다. 이 전 회장은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금감원 등은 통제받지 않으면서 정권의 입맛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국감에 출석해 SLS조선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밝히고 국가 주도의 구조조정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지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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