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07 17:13
  • 호수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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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칠 전 중국 상하이(上海)를 방문했다. 황푸강 건너편에 우뚝 서 있는 상하이세계금융센터(SWFC)와 미래에셋 건물을 보면서 생각이 많았다. SWFC는  금융 강국 중국을 꿈꾸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 등 국내 금융회사가 잘 대응하면 금융으로 우리나라 국부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1978년 중국 경제가 자본주의 시장에 편입되면서 중국은 무역(혹은 제조) 강국을 목표로 내세웠다. 2013년부터 중국의 수출입 규모가 미국을 앞섰고, 중국 제조업이 세계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로 가장 높다. 무역 강국은 달성한 셈이다. 이제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 강국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무역 강국에서 금융 강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다. 

 

중국 경제는 1978년에서 2008년까지 연평균 10% 정도 성장했다. 특히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에서 중국 경제 역할은 더 커졌다. 2009년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제가 마이너스 3.5% 성장했음에도 중국 경제는 9%를 넘는 성장을 했다. 중국은 한때 4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미국 등 선진국 국채를 사주면서 이들이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래서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 Pixabay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중국 경제가 고성장을 한 것은 기업이 지나치게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고정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에는 48%까지 올랐는데, 세계 평균이 22%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의 과잉투자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알 수 있다.

 

문제는 과잉투자 후유증이 이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생산능력을 늘려놓았는데, 국내외 수요가 부족해 거의 모든 산업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부실해지고 있다. 그동안 증권시장 발전이 더뎌 기업은 주로 간접금융(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기업 부실이 곧바로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쌓인 부실은 언젠가는 처리해야 하는데, 그 시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빠르면 2017년에 누적된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국 경제가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중국은 금융 강국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 및 외환 시장을 자유화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직접금융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기업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을 유도할 것이고, 기업도 은행보다는 주식과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전망이다.

 

중국이 기업과 은행의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들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 또한 증권시장의 개방으로 우리는 더 자유롭게 이들 자산을 싸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제조 강국으로 성장할 때 우리나라는 상품 교역으로 중국에서 돈을 벌었다. 이제 중국이 금융 강국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금융을 통해 우리 국부를 늘려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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