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에이스침대 오너 일가 농지 불법 전용 혐의로 고발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10.18 13:57
  • 호수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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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수 회장·안성호 사장 부자, 수사 대상 올라…안정호 시몬스 사장은 뒤늦게 원상복구 나서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과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 안정호 시몬스 사장 등 에이스침대 오너 일가 3부자가 행정 당국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농지를 무단으로 전용한 것이 단초였다. 에이스침대 오너 일가는 국내 침대업계를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선두업체인 에이스침대는 창업주인 안유수 회장의 장남 안성호 사장이, 2위 업체인 시몬스는 차남 안정호 사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안 회장은 2000년대 초반 두 아들에게 회사를 넘겨준 뒤 미국 침대회사인 썰타침대와 판권협약을 맺고 개인사업자로 나서 여전히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침대업계를 쥐락펴락하는 3부자가 나란히 수사 대상에 오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침대 명가’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맨 오른쪽)과 그의 장남 안성호 에이스 침대 사장(맨 왼쪽), 차남 안정호 시몬스 사장(가운데) © 시사저널 포토·뉴시스

 

음성군 고발,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배당돼

 

시시저널은 앞서 제1408호 ‘농지든 산지든 자기 입맛대로 사용한 기업들(10월11일자)’ 제하의 기사를 통해 국내 유력 기업들의 농지·산지 불법 전용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 해당 기사에는 안성호·안정호 사장 형제가 농지 등을 불법 전용한 사실이 당국에 적발돼 원상복구 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최근 행정 당국의 고발로 두 형제는 물론, 부친인 안유수 회장도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된 사실이 확인됐다.

 

안성호 사장은 앞서 충북 음성공장 일대에서 농지 등이 불법 전용된 사실이 드러나 원상복구 등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음성군 삼성면 상곡리 492-72번지, 492-23번지, 492-22번지, 492-24번지(농지) 등 4필지에 공장 출입구를 조성해 진입로로 사용했고, 군유지로 분류된 상곡리 308-5번지와 309-9번지 일부도 무단으로 점용된 사실이 적발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상곡리 577-7번지(농지)에도 무허가 건축물이 지어졌다는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것은 상곡리 492-72번지 외 3필지에 조성된 출입구다.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건축물의 건축, 토지의 형질 변경 시 개발행위허가를 받도록 명시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6조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이를 어긴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음성군은 최근 절차에 따라 해당 문제를 사정 당국에 넘겼다. 사건은 현재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배당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농지 가운데 3필지는 안성호 사장의 소유이고, 나머지 1필지는 안유수 회장의 명의로 돼 있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당국에서 지적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모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서도 “고발 건은 오너 일가의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해 줄 수 있는 답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정호 사장은 이천시 장평리 1번지(농지)와 2-2번지(농지)에 양어장으로 보이는 물웅덩이가 조성된 것과, 장평리 산3-5번지(산지)에 고가의 소나무가 듬성듬성 심어진 점을 지적받았다. 또 시몬스 공장 건물 중 일부가 장평리 산11-4번지(산지)를 침범해 건축된 것도 있었고, 일부 농지가 불법 포장돼 주차장으로 사용된 사실도 드러났다. 안정호 사장의 경우, 장평리 1번지 일대에 조성한 물웅덩이로 인해 이천시로부터 경찰 고발을 당했다. 당초 이천시는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으나, 기간 내에 복구가 진행되지 않아 고발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몬스 측은 안정호 사장이 최근 여주지방법원으로부터 ‘공소사실 없음’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전용된 농지를 뒤늦게 원상복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몬스 관계자는 “물웅덩이를 기존의 농업용 저수지 형태로 복구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시몬스침대 이천공장(위 사진)과 에이스침대 충북 음성공장 © 시사저널 고성준·에이스 홈페이지 화면 캡쳐

 

과거에도 부동산 관련된 논란 끊이지 않아

 

에이스침대 오너 일가는 이전에도 유독 부동산과 관련된 논란이 많았다. 안유수 회장은 2010년 음성의 에이스침대 제조공장과 물류창고 사이를 가로지르는 공유도로 아래에 무단으로 지하통로를 축조해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당한 바 있다. 에이스침대는 과거 제조공장에서 생산된 침대를 물류창고로 운반하기 위해 길을 일부 돌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안유수 회장의 지시로 1999년 공공도로 1.5m 아래 가로 3.8m와 높이 2.2m, 길이 140m 규모의 지하통로가 조성됐다. 여기에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해 매트리스 등을 물류창로로 운반하는 통로로 이용해 왔다.

 

에이스침대는 이렇게 굴착한 지하통로를 홍보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2000년부터 주부들을 상대로 ‘견학마케팅’을 실시하면서 공장 내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땅굴 내 매트리스 이동 과정을 실시간 중계했다. 2005년부터 홍보 범위는 학생까지 확대됐다. 음성군은 2010년 뒤늦게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에이스침대에 벌금을 부과하고 청주지검에 고발 조치를 했다. 그 결과 에이스침대는 도로법 위반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 혐의,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에이스침대는 문제의 지하통로를 양성화해 사용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호 사장은 농지를 불법 소유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된 바 있다. 시몬스는 2011년 경영난에 빠진 서림리조트가 매물로 내놓은 경기도 이천 모가면 일대의 부동산을 인수했다. 서림리조트는 당시 대표이던 임홍빈 문학사상사 회장이 온천을 발굴한 이후 2006년부터 온천 테르메덴을 운영해 왔다. 이 시기 안정호 사장도 임 회장의 아내이자, 서림리조트의 최대주주이던 최아무개씨로부터 이 일대 부동산을 매입했다. 3만7890㎡ 규모인 해당 부동산은 18억1574만원에 일괄 매매 형태로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해당 부동산이 농지라는 데 있었다. 농지법은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을 경우 농지 소유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농지가 투기 목적으로 거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농지 취득을 위해서는 소재지 관할 자치단체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농지법은 농지 소유 제한이나 농지 소유 상한을 위반해 농지를 소유할 목적으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역 내에선 숱한 뒷말이 나왔다. 회사 경영만으로도 바쁜 안정호 사장이 자경(自耕)을 할 리 만무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투기를 위한 농지 매입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안정호 사장은 2014년 9월 불법으로 농지를 소유한 사실이 문제가 돼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그 결과 그가 자신의 농지를 농업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안정호 사장은 이행강제금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될 상황에 놓였다.

 

안정호 사장은 감사원 감사가 시작된 지 10여 일 만에 보유 토지의 40%가량에 해당하는 1만5249㎡를 AK레저에 부랴부랴 넘겼다. 매각 대금은 40억원이었다. AK레저는 애경그룹 계열사인 애경개발이 서림리조트를 인수해 탄생한 회사다. 이후 당국은 청문을 거쳐 안정호 사장에게 보유 농지를 처분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안정호 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농지를 시몬스에 넘겼다. 이를 통해 안정호 사장은 논란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상당한 시세 차익까지 누릴 수 있었다.

 

안성호 사장도 최근 비슷한 의혹에 휘말린 상태다. 그가 음성공장 일대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실제로는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음성군은 최근 사실 확인에 나섰고, 안성호 사장이 보유한 음성군 삼성면 상곡리 313번지(농지) 외 7필지가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음성군은 관련법에 따라 안성호 사장에게 ‘농업에 이용하지 않는 농지의 처분 의무 대상 농지결정’을 위한 청문을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군은 청문 결과에 따라 농업경영 또는 처분명령 조치를 내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 연합뉴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도 수사 대상에 포함

 

한편 에이스침대 3부자 외에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도 농지를 무단 전용한 사실이 드러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앞서 샘표식품 이천공장은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175-9번지(농지)와 174-11번지(농지) 일대를 출입구와 진입로 조성한 점이 문제가 된 바 있다. 또 호법면 매곡리 230번지(농지) 외 4필지 일부를 도로와 주차장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휴게실 용도의 컨테이너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샘표식품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외에도 당국에는 박 사장이 보유한 농지와 산지에도 위법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접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런 내용들이 담긴 고발장이 사정기관에 접수된 사실도 확인됐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당국의 조치에 따라 지적받은 부분을 모두 시정했다”며 “박 사장도 수사기관에 충분히 소명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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