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상파 크게 한 방 먹인 ‘tvN10 어워즈’
  •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21 10:06
  • 호수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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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수상 없애고 불참자에게도 상 수여…시상식도 tvN은 달랐다

10월9일에 tvN 10년을 결산하는 시상식, ‘tvN10 어워즈(Awards)’가 열렸다. 그동안 《응답하라》 시리즈,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또 오해영》 《미생》 등이 방송계를 뒤흔들면서 관련 업계나 시청자들 사이에 ‘tvN에서 연예대상을 한다면’ ‘tvN에서 연기대상을 한다면’, 이런 상상이 나왔었는데 그 상상이 10년 결산 시상식 형태로 실현된 것이다. 다만 기존 방송사들이 연기 부문과 연예 부문을 나누고, 연예 부문도 다시 예능 부문과 코미디 부문으로 나눠 크게 세 갈래로 시상식을 하는 것과는 달리 tvN은 모든 부문을 하나로 합쳐 10년 결산 시상식을 치렀다.

 

워낙 tvN 시상식을 기다려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번 시상식은 진작부터 대중과 매체의 관심을 끌었다. 일단 방송계의 변방으로 출발한 케이블TV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화려한 시상식 무대에 서는 모습 자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초유의 광경이기 때문에 관심을 끌었고, 또 한편으론 지상파 방송3사를 위협하면서 방송계의 새 트렌드를 이끌어온 tvN이니만큼 시상식도 뭔가 기존 지상파 시상식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었다.

 

뚜껑을 연 ‘tvN10 어워즈’는 대체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외형 면에서 봤을 때 사람들의 기대만큼 충분히 화려했다. 지상파 시상식보다도 더 화려한 느낌이었다. 기존 지상파 시상식은 일반 극장식 좌석으로 했을 땐 지나치게 딱딱하고 심지어 ‘썰렁’하다는 느낌까지 있었고, 무대 앞에 연예인들의 테이블을 따로 배치해 디너쇼처럼 꾸몄을 땐 화기애애하지만 너무 조촐해서 전국 규모의 시상식이라기엔 초라하고 어설퍼 보였다. 반면에 이번 ‘tvN10 어워즈’는 연예인들의 다과 테이블을 따로 마련해 화기애애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조촐하지도 않은 대형 무대를 선보였다. 마치 페스티벌이나 미국의 음악 시상식처럼 무대 안에 관중석 일부가 있었고, 그리고 그 앞에 연예인들의 자리를 배치했다. 그 뒤로 다시 관중석이 있는 구조였는데, 이것이 매우 효과적인 배치여서 시상식의 역동적인 느낌과 화려함 등을 잘 살려냈다는 평이다.

 

《코미디 빅리그》 장도연·박나래 © tvN

지상파의 ‘참석상’ ‘홍보상’ 남발과 차별화  

 

‘tvN10 어워즈’의 차별성은 내용적인 면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기존 지상파 시상식은 과도한 공동수상으로 빈축을 샀고, 참석해야만 주는, 혹은 참석한 사람에게 다 주는 ‘참석상’이라는 빈축을 샀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에 상을 몰아줘서 방송사 ‘홍보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tvN 측은 시상식 기획 단계부터 이런 지상파 시상식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예능아이콘상을 《꽃보다 할배》의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 등이 함께 받은 것 이외에는 단 한 부문에서도 공동수상이 없었다. 10년 결산이기 때문에 대상 이외엔 공동수상을 해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단독수상의 원칙을 지켰다. 참석하지도 않은 박보검에게 시상했는가 하면, 《미생》의 주인공 임시완, 《오! 나의 귀신님》의 여주인공 박보영, 최근 《코미디 빅리그》를 《개그콘서트》 이상으로 핫(hot)하게 만든 박나래·양세찬·장도연·이국주 등에겐 참석했음에도 단 하나의 상도 챙겨주지 않은 것으로 참석상 논란도 비켜갔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에 상을 몰아주지도 않았다.

 

이렇게 차별성을 보여주자 그동안 지상파 시상식을 보며 느꼈던 답답증이 시원하게 뚫렸다는 네티즌 반응이 이어졌다. 더욱 큰 찬사를 받은 것은 시상식의 전체적인 분위기였다. 서구의 자연스러운 시상식 분위기에 비해 우리 시상식은 너무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많았다. 이번 tvN 시상식은 그간의 지상파 시상식에 비해 훨씬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줬다. 이영자와 안영미가 분장을 하고 나타나는 등 참석자들도 지상파 시상식과는 달리 한 번 즐겨보자는 의지를 드러냈다.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tvN 이벤트라면 지상파와 달라야 한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였다. 즉석 키스타임이나 움직이는 마이크 등 다양한 설정도 시상식의 엄숙주의를 날려버리는 데 한몫했다. 심지어 남자들끼리 키스하는 듯한 설정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지상파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tvN10 어워즈’에서 수상한 연기자들 © tvN·freepik

콘서트처럼 열광…지금껏 보지 못한 시상식

 

지상파와의 차별성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것은 공연이었다. 지상파 시상식 공연은 딱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배우들이 공연자를 무표정하게 응시하다가 네티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에 tvN 시상식의 공연은 마치 콘서트처럼 열광적인 무대였다. 연예인들이 모두 일어나 춤을 추면서 호응해 마치 미국 MTV의 시상식을 보는 듯했다. 한국인은 미국과 같은 광경을 연출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tvN 시상식이 그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지상파 시상식에서 해마다 일어나는 수상자 자격 논란, 공정성 시비도 전혀 없었다.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시상식 자체가 오늘날 tvN이 왜 젊은 층의 트렌드를 선도하는지를 웅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찬사만 받은 것은 아니다. 지상파 시상식이 온갖 명목으로 상을 나눠주는 것처럼 tvN도 갖은 명목의 부문을 개발해 상을 난사했다. 그러나 tvN의 경우는 10년 결산이기 때문에 상을 많이 줄 수밖에 없었고, 게다가 상의 이름을 지상파처럼 딱딱하게만 지은 것이 아니라 ‘노예상’ ‘개근상’ 등 유머를 가미해 tvN만의 재기발랄함을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만약 시사 부문이 된서리를 맞지 않아서 《끝장토론》이나 《SNL》의 시사풍자 등이 조명을 받았다면 더욱 뜻깊은 시상식이 됐을 것이다.

 

 이번에 색다른 시상식이 가능했던 것은 tvN의 구성원과 참석자들이 ‘tvN은 지상파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tvN은 상대적으로 젊은 감각을 추구하는데, 시상식 현장에 《꽃보다 할배》 팀 외엔 어려운 선배들이 없었기 때문에 젊은 연예인들이 더 부담 없이 놀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선배들이 더 많았다 하더라도, 지상파에 갈 때와 tvN에 갈 때 연예인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더 자유분방한 태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tvN은 서인국·류준열·혜리·오해영 등 자신들이 발굴하고 키운 스타들에게 시상하며 위상을 과시했다. 자신들이 현재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상파는 tvN의 드라마나 예능에 위협받아 왔지만 이번 ‘tvN10 어워즈’로 인해, 이젠 연말 시상식도 tvN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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