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코리안 메이저리거 성적표를 매겨보자
  • 김남우 MLB 칼럼리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24 11:38
  • 호수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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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강정호·김현수 ‘맑음’, 추신수·박병호·류현진 ‘흐림’
2016년 메이저리그에는 무려 8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뛰며 다양한 소식을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전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의 선수들이 부상과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올 한 해 동안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을 되짚어보자.

■ 추신수

추신수는 지난해 후반기 OPS 1.016으로 대활약을 펼치며 올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거듭되는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2007년 이후 가장 적은 48경기 출장에 그치고 말았다. 개막 후 5경기 만에 종아리 부상을 당해 한 달 이상을 결장했고, 부상에서 돌아온 경기에서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시 한 달 가까이를 쉬어야만 했다. 햄스트링 부상이 회복된 후에는 허리 부상으로 3번째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8월 복귀 후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렸으나 이번에는 경기 중 손등에 공을 맞는 불운을 겪어야만 했다. 수술 후 시즌 막바지 복귀하긴 했으나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후유증으로 적응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플레이오프 2·3차전은 벤치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최종성적은 48경기 0.242의 타율과 7개의 홈런으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비록 부진하긴 했으나 지난해 활약상과 몸값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를 끝으로 팀을 떠나는 외야수와 지명타자가 많다. 문제는 추신수의 나이가 어느덧 만 34세를 넘었다는 점과 최근 몇 년간 잔부상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만약 텍사스가 거액의 FA 야수를 영입하지 않는다면 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야수는 추신수가 된다. 추신수의 부담이 어느 때보다 큰 시즌이 될 전망이다.

■ 이대호

지난해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을 당시에는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다. 일본에서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으며, 실제로 이대호의 전 소속팀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거액의 계약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스플릿 계약이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해야만 메이저리그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이대호가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받은 보장 연봉은 1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소프트뱅크에서 제시한 금액의 거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대호는 팀 사정상 아담 린드와 함께 1루수 자리를 번갈아 맡았다. 시즌 첫 25경기 동안 시애틀 역사상 최초의 신인 대타 끝내기 홈런을 치는 등 총 6개의 홈런을 날리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79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최종 성적은 104경기 타율 0.253에 14홈런 49타점. 갓 데뷔한 신인의 성적으로는 준수한 성적이지만 이대호는 여느 신인 타자와는 다른 입장이다. 일본 무대를 정복하고 온 만 34세의 베테랑 1루수는 유망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격을 중시하는 1루수 성적으로는 주전을 맡기기 아쉬운 성적이다. 이미 시애틀과의 협상은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장 주전은 어렵더라도 플래툰 타자로는 메이저리그에서 계약 가능성은 남아 있다. 여전히 일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국내 복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대호의 겨울은 상당히 바쁠 것으로 보인다.

■ 오승환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린 오승환. 하지만 지난겨울 해외 원정 도박 사건으로 명성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여론이 좋지 않은 시기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한 오승환은 한국인 선수들 중에선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시즌 초 주로 6~7회에 등판하며 팀의 3~4번째 불펜 투수 역할을 맡았으나 삼진쇼와 무실점 행진이 이어지면서 중요한 상황에서의 등판이 늘기 시작했다. 결국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팀의 마무리 투수 자리를 꿰차며 ‘끝판왕’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때 혹사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시즌 끝까지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며 좋은 성적을 남겼다.

시즌 최종성적은 6승 3패 1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92이다. 오승환이 기록한 79.2이닝은 올해 불펜 투수 중에 7번째로 많은 이닝이며, 103개의 삼진은 6번째로 많은 숫자다. 뿐만 아니라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도 전체 5위를 기록했다. 신인 투수 중에선 가장 좋은 성적으로 신인왕 투표에서도 5위 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까지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이 돼 있고 마무리 투수였던 트레버 로젠탈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내년에는 풀타임 마무리 투수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 박병호

박병호는 지난해까지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 4년 연속 홈런과 타점왕을 수상한 우리나라 대표 슬러거다. 미국 진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1285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제시한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을 맺으며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후보로 박병호를 꼽는 등 기대감이 높았다. 이런 관심이 부담이 된 것일까. 첫 일주일간 안타는 3개밖에 치지 못했고 삼진은 12개나 당했다. 부담을 떨쳐낸 것인지 이후 한 달 동안은 8개의 홈런과 OPS 1.007을 기록하면서 한국인 선수 역대 최다 홈런을 기록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시 슬럼프에 빠지며 33경기에서 삼진을 무려 46개나 당하는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마이너리그로 강등되고 말았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뒤 한 경기에 3개의 홈런을 날리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고 손등을 수술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메이저리그 62경기 12홈런, 마이너리그 31경기 10홈런으로 총 22개의 홈런을 기록했지만, 타율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각각 0.191과 0.224로 공을 맞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빠른 공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평균 시속 95마일 이상의 빠른 공을 상대한 타율이 20타석 이상을 기록한 타자 중에 0.050으로 가장 낮았다. 내년에도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위력을 보여준 파워를 내년에도 보여주기 위해선 빠른 공 공략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 강정호

지난해 상당히 뛰어난 성적을 남긴 강정호는 9월초 경기에서 수비 중 상대 선수의 슬라이딩에 무릎 부상을 당해 긴 공백을 가졌다. 강정호는 수술과 재활 과정을 거치고 8개월 만에 돌아온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날리며 화려하게 복귀를 알렸다. 이후 매 경기 맹타를 휘두르며 6월말까지 2개월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11개의 홈런을 날렸다. 하지만 이때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하필이면 이 소식이 흘러나온 시점에 방망이도 식으며 7월 한 달 동안 1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8월에는 다시 타격감을 되찾았으나 어깨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갔다.

9월초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일주일간 5할이 넘는 타율과 4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이 주의 선수’에도 뽑히는 등 뜨거운 9월을 보냈다. 최종 성적은 타율 0.255에 21홈런, 장타율은 0.513을 기록했다. 남들보다 200~300타석 정도를 적게 뛰고도 팀에서 3번째로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3루수로만 출장했으나 내년에는 유격수로도 기용될 수 있다고 클린트 허들 감독은 밝혔다. 내년 피츠버그의 주전 3루수는 99% 강정호의 차지나 다름없으며 가끔 유격수 출장도 예상된다.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그 야수 중에서 최고의 성적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김현수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다소 의외였다. 다른 선수들은 예전부터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혀왔던 반면,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 대한 도전 의사를 밝힌 적이 없었다. 뒤늦게 11월이 돼서야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계약 조건도 2년간 총 700만 달러로 나쁘지 않다. 국내에 잔류했다면 더 큰 금액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볼티모어와 계약한 금액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포스팅을 통해 진출한 강정호·박병호보다 많은 연봉과 짧은 계약기간으로 한 번 더 거액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출발은 좋지 않았다. 최악의 시범경기 성적으로 팀에서는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행(行)을 제시했으며 김현수는 계약 조건에 있던 마이너리그 거부권으로 25인 로스터에 잔류했다. 하지만 좀처럼 출전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간간이 출장하던 경기에서 안타를 이어가며 기회를 엿보던 김현수는 5월 들어서 조금씩 출전 횟수를 늘려갔다. 5월25일 경기에서 3안타를 기록해 눈도장을 찍은 이후로는 2번 타자로 출전하기 시작하며 볼티모어의 호성적에도 기여했다.

8월 들어 언론에서 김현수의 수비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출전 횟수가 다시 뜸해졌다. 하지만 시즌 막판 와일드카드 경쟁 중인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결승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공헌했다. 주로 우완 투수가 등판하는 날에만 출장하긴 했지만 100타석 이상 출장한 팀 내 야수 중 타율과 출루율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좌완 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한 점과 다소 부족한 수비력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 류현진·최지만

지난해 5월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으며 1년을 통째로 쉬고서 돌아온 류현진은 계속된 마이너리그 등판과 연기를 반복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결국 메이저리그 복귀에는 성공했으나 단 1경기만을 던지고 이번에는 팔꿈치에 통증을 느끼며 부상자 명단에 올라갔다. 결국 지난 9월에는 팔꿈치 수술까지 받으면서 당장 내년에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올해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막내인 최지만은 6년간의 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뒤로하고 드디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타율은 0.170에 머물렀지만 주로 백업 요원으로 출장하면서 5개의 홈런과 함께 괜찮은 선구안을 보여주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지만의 역할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백업 유틸리티 선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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