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업은행 지분 보유 회사 426곳 최초 공개...구조조정 성공률은 50%에 불과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0.25 15:20
  • 호수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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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사금고 된 산업은행, 그 대가는 한국 경제의 ‘침몰’…

산업은행은 그동안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사이 길을 잃었다. 산은이 삐걱거리자 한국 경제도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도대체 산은 안팎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시사저널은 정재호 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통해, 산은이 지분 보유나 출자 등의 형태로 투자한 기업 전체를 조사했다. 국내 첫 시도다. 아울러 산은 투자 기업의 대표이사와 사외이사도 살펴봤다.

 

국내 경제학계나 산업계가 생각하는 산업은행의 이상적인 구조는 ‘패스파인더(화성 무인탐사선)’와 ‘솜씨 좋은 외과의사’를 합친 모습이다. 그동안 산은은 국내 금융산업을 선진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기술·제조 기업들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도맡아왔다.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때마다 그 도우미 역할은 모두 산은의 몫이었다. 동시에 우리 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도 산은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하지만 산은에는 병 걸린 한국 경제를 치료해야 하는 또 하나의 과제가 있다. 썩어가는 한국 경제의 환부(患部)를 도려낸 뒤,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 또한 산은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다.

 

공교롭게도 최근 산은이 여론의 질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은 이 두 가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실패는 최근 산은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처리 과정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처리 과정을 보면 해당 기업의 부실을 재정리하는, 다시 말해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 할 산은이 실제로는 들러리였을 뿐, 모든 밑그림은 ‘서별관회의’(정부 내 경제 관련 기관 합동회의)라는 권부(權府)에서 결정됐음을 알 수 있다.

 

© 일러스트 신춘성

대기업 51곳·중소기업 355곳에 투자

 

실제로 산은의 구조조정 성과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다. 재벌닷컴은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산은이 지분 보유나 출자 등의 형태로 투자한 기업은 총 145곳이며, 이 가운데 장부상 평가 손실이 난 투자처는 모두 85곳으로 전체의 58.6%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 채이배 의원(국민의당)도 국정감사에서 기업구조조정 평가손실 예상액 56조원의 절반인 29조원이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기업들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이 정재호 민주당 의원실(정무위)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 수는 총 426곳이었다. 단 0.1%라도 산은이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 명단 전체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은의 자체 분류법을 토대로 보면, 대기업이 51곳, 중소기업이 355곳이며, 산은캐피탈·한국해양보증보험 등 금융 자회사가 10곳, 한국전력공사·한국수출입은행 등 다른 공공기관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각각 10곳이었다. 규모별로만 놓고 보면, 벤처 및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 83%를 차지했다. 이들 대출은 상당수가 일선 지점에서 지분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 기술금융 성격의 자금들이다. 기업 수는 많지만 전체 기금에서 벤처 및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많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산은의 자금 대출은 일부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는 데 많이 쓰이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부실이 늘어나면서 산은의 전체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구조조정 전도사’답게 산은이 지분을 보유한 51개 대기업 중에는 건설·조선·철강업종 비중이 가장 많다. 조선업종으로는 대우조선해양·STX중공업이 있고, 건설업종의 경우 삼호·쌍용건설·대우산업개발·진흥기업·우림건설·한일건설·경남기업 등에 산은이 출자전환 형식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산은 주도로 만든 KDB밸류제6호 사모펀드(PEF) 역시 대우건설 주식 50.8%를 갖고 있다. 철강업종 기업 중에는 지분 38.0%를 보유한 동부제철이 가장 규모가 크다. 환영철강공업·해원에스티·해원엠에스씨 등도 산은이 지분을 갖고 있는 철강 기업들이다.

 

현재 산은은 비(非)금융 계열사의 지분 매각을 통한 자구책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전체 426개 지분 보유 기업 중 지분 15% 이상을 보유한 벤처·중소기업과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구조조정 기업 수는 132개(비금융 자회사)다. 현재 산은은 올해 안으로 38개 벤처·중소기업과 8개 출자전환 회사를 포함해 총 46개사를 팔고, 내년에는 44개사, 2018년 이후 42개사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할 계획이다.

 

절차를 비롯해 얼마에 지분을 매각하느냐도 관건이다. 최근 산은은 출자전환 회사인 국제종합기계(옛 동국제강 계열사)를 동양물산기업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헐값 논란이 불거졌다. 올 국정감사에서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동양물산기업 대표이사 김씨의 부인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인 박설자씨”라면서 “2011년 워크아웃 당시 국제종합기계가 산은에서 빌린 돈이 639억원이었는데 이를 올해 590억원에 매각한 것은 전형적인 헐값 매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출자회사인 오성엘에스티 역시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적당한 매수자가 나타나 매각한 것은 이해되지만, 매각 손실률이 60%인 것을 보면 현재 산은이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헐값에라도 자회사를 매각하려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미술팀

정권 코드 맞추는 無원칙 투자로 부실 커져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불거지면서 산은은 정권의 사금고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올 2월 검찰의 포스코 비리 수사에서 드러난 바대로, 배성로 전 동양종건 회장이 계열사인 동양이앤씨 직원에게 지시해 산은에서 허위로 공장 증설 명목으로 대출받게 한 것이 좋은 예다. 당시 검찰은 이러한 수법으로 배 전 회장이 179억9000만원을 가로챘다고 봤다. 현재 산은은 동양이앤씨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산은이 벤처투자 형식으로 자금을 빌려준 시기는 2009년 6월30일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차 되는 해였다. 검찰은 ‘SD(이상득 전 의원)라인’의 핵심으로 불리는 배 전 회장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배 전 회장은 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사금고 논란에 휩싸인 사례는 이외에도 상당하다. 황산니켈·코발트 제련 기업 에너켐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6월 인수, 현재 산은은 이 회사 지분 10.6%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4년 한 해에만 4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 산은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대표로 있던 위니텍 지분도 16.7% 보유하고 있다. 강 장관은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말 여성가족부 장관에 취임했다. 국회에 입성하면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현 대표는 남편인 추교관 사장이다. 산은의 지분 취득 시점은 2008년 4월이다.

 

산은이 2013년 설립된 코리아메디컬홀딩스에 출자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 남인순 의원(민주당)이 낸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다. 2013년부터 4년간 정부로부터 민간경상보조금 42억9000만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출자한 4억7000만원을 포함해 총 47억6000만원이 투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적은 부진하다. 산은이 처음 지분 참여한 시점은 설립 이듬해인 2014년이었다. 또 2011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인터넷 연설에 나와 창업 성공 기술기업의 사례로 평가한 비원테크는 그해 9월 지분 3.3%를 넘기는 조건으로 산은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았다. 

 

ⓒ 시사저널 미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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