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촛불집회] ‘최순실 게이트’에 화난 시민들, “박근혜 하야하라” 한 목소리
  • 조유빈·조해수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10.2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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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명 운집해 ‘진상 규명’ ‘정권 퇴진’ 요구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진상규명과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와 대학가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10월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의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가 열렸다. 

 

‘비선실세’ 의혹 파문 이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첫 번째 대규모 집회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집회 개최 전에는 40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장에는 주최측 추산 2만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대거 모여 ‘박근혜 탄핵’과 ‘정권 퇴진’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집회 시작 전인 오후 5시부터 시민들이 청계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오후 6시가 넘자 광화문에서 청계광장으로 가는 진입로가 막힐 정도로 많은 인원들이 결집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발의 요구 서명, 최순실 구속과 박근혜 하야 서명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경찰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감안해 집회를 예의주시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집회가 열리는 청계광장 50여미터 근방에서 대기했다. 경찰 인력은 72개 중대 7000여명이 투입됐다.

 

백남기 투쟁본부 공동대표인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이 첫 발언을 시작했다. 경찰이 고 백남기씨 시신에 대한 부검포기를 선언한 사실을 밝히며 “이 정권은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죽인 것도 모자라 다시 칼을 들고 갈기갈기 찢어 죽이려고 했다.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 백남기 농민을 지켜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우리 힘으로 백남기 농민을 지켰듯이 우리 국민의 힘으로 스스로를 지켜내자”며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들을 고통의 도가니로 몰아내지 말고 이 시간 즉시 퇴진해야 한다. 하야할 때까지 촛불 들고 일어서자”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롯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송영길·박주민·표창원 민주당 의원, 김종훈 무소속 의원 등이 참여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하야하면 국정 공백 사태가 오나. 대통령이 하야를 안해서 국정공백 사태가 오는 것이 아닌가”라며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할 것은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라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은 “국민은 지금까지 대통령이 저질러 온 온갖 부패와 무능과 탄압을 인내해왔다”며 “대통령이라는 존재가 국민이 맡긴 위대한 통치권한을 근본도 알 수 없는 무당의 가족에게 통째로 던져버린 걸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노 원내대표와 이 시장의 하야 요구에 참가자들은 환호로 호응했다. 인파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 마이크로 진행된 참석자들의 발언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시국선언에 앞장선 대학생들도 발언을 보탰다. 10월26일 국회 앞 기습시위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모든 것을 대학생이 바꾸고 있다. 전국 대학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고, 박근혜가 자진사퇴할 것을 외치고 있다”며 “여기 있는 분들이 박근혜 하야를 계속 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계광장 촛불집회에 참가한 서울 강동구 배재고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들이 쓴 피켓.

집회 현장에 나온 시민들 역시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가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고등학생들까지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서울 강동구 배재고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들은 “국민은 대통령에게 권한을 위임했지 종교인에게 위임하지 않았다. 국정농단의 현실을 마주하려 집회에 나왔다”며 집회에 참가한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직접 작성한 피켓을 통해 “열여덟 살이 된 지금 저희는 현실을 직시하고 사태를 바로 보는 사고가 가능해졌다. 개인에 의해 민주국가의 가치가 유린당했다. 일제의 탄압과 독재정권에 맞섰던 배재학당 선배님들의 뜻을 이어 이 자리에 나왔다”며 “당신의 거짓된 정책과 정부의 지침에 미래를 다짐하고 절망한 모든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 동작구에 살고 있는 김아무개(45)씨는 3살 난 어린 아이와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김씨는 “이제 정부는 선을 넘었다. 최순실의 국정 개입은 개입이 아니고 농단이고 난입이다. 이 사태로 민주주의가 붕괴됐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살아야 할 미래의 대한민국은 그래선 안 된다”며 “아이에게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같이 나왔다. 대통령은 이 상황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의 플래카드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끌려 내려지고 짓밟히는 일도 일어났다. 플래카드에는 “국가통수권자 대통령께서 최순실건 사과함에 물고 뜯는 쓰레기 언론, 국회의원, 종북들은 개·독사의 새끼들이냐? 애국민들이 바로 잡자”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7시30분경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 퇴진”, “박근혜 탄핵”, “하야해” 등 구호를 수차례 연호하며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행진에 참가하는 인원을 9000명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청계광장을 출발해 광교와 종각, 종로2가, 인사동을 가려다가 광화문쪽으로 방향을 틀어 주한미대사관 앞에 집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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