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내각’만이 현 사태의 유일한 돌파구”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10.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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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 이어 새누리당까지 ‘거국내각’ 촉구 나서

헌정 사상 최초의 실질적 ‘거국내각’이 구성될까. 여야 정치권이 찾은 ‘최순실 게이트’ 해법이 결국 ‘거국내각’으로 모아졌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10월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내각 구성을 강력히 촉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많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라면서 “새누리당이 선두적이고 적극적으로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결단이다. 단순 사태 모면을 위한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또 “진상규명이 최우선”이라며 “검찰은 성역 없이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순실을 긴급체포해 수사, 엄벌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인적쇄신도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우병우·안종범·(문고리)3인방을 다 포함해서 (최순실 사태에) 책임 있는 모든 분들이 인적쇄신의 대상에 포함돼야 하지 않느냐는 게 최고위원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0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최고위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 연합뉴스

거국내각은 대통령이 특정 정파를 기반으로 내각을 임명하지 않고, 여야 합의로 내각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여야의 합의로 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들을 새롭게 구성한다는 것은 국회가 대통령의 핵심 인사권중 많은 부분을 가져온다는 의미다. 외교·안보 등의 문제만 한정해서 맡게 되는 대통령의 권력은 상당부분 축소된다.  

 

이제까지 ‘거국내각론’은 야권과 여당의 비박계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 10월26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 거론했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하여, 국무총리에게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야 할 것”이라고 긴급성명을 낸 것이 공론화의 시작이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유력 야권인사가 동참했다. 여권에서는 비박계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거국내각’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거국내각’ 구성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았었다. 그러던 여당이 이날 청와대에 ‘거국내각’을 공식 요구하고 나선 것. 이는 친박 내부에서도 전향적 해법이 아니고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쏟아지는 비판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모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박계에서는 “현 (친박) 지도부도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여당의 내홍은 상당부분 계속될 전망이다.

 

어쨌든 여야 정치권의 의견이 ‘거국내각’으로 모임에 따라, 대통령이 ‘거국내각’을 수용하고 실현될 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역대 정권을 보면, ‘거국내각’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한차례만 받아들여졌고 번번이 실현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유일한 ‘거국내각’ 사례는 노태우 전 대통령 임기 말 때 한번 있었다. 당시 약 두 달간 ‘거국내각’이 구성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한준수 충남 연기군수의 ‘관권 선거 폭로’로 인해 지지율이 급락하자 김대중 당시 민주당 총재 제안을 수용, 현승종 당시 한림대 총장을 국무총리로 한 중립내각을 구성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거국내각’의 기간이 불과 2개월여로 짧고, 대선을 관리하는 데만 집중한 데다 현 총리 임명에도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거국내각’이라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만약 이번에 여야 합의로 거국내각이 구성되면 임기가 1년 이상 되는 헌정 사상 첫 거국내각이 되는 셈이다.

  

반면 노태우 정부 때 말고도 다른 정권 역시 임기 말 레임덕이 불거지면서 ‘거국내각’을 검토했지만 무산됐다.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사태, 대통령 측근비리 등이 불거지자 2011년 이명박 대통령도 거국내각 구성을 검토했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이밖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에도 거국내각이 수면 위에 논의됐지만 구성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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