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UPDATE] ‘최순실’과 닮은꼴 미국의 ‘애버딘’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1.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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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 권력’ 애버딘 前 남편 PC서 공문서 발견되면 美 대선 최대 쟁점으로 떠올라

여성 최고권력자의 옆엔 문고리 실세인 한 여성이 있었다. 최고권력자는 이 ‘실세 여성’과 거의 모든 일상과 정보를 공유했고, 이메일을 통해 국가 기밀문서마저 공유한 것이 드러남에 따라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정농단’으로 비화한 일명 ‘최순실 게이트’의 얘기 같지만, 아니다. 미 대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 대선캠프 권력서열 3위로 알려진 후마 애버딘(Huma Abedin․40)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의 얘기다. 놀랍도록 한국의 정치판과 꼭 빼닮은 이 이야기는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형 스캔들의 시나리오다. 

 

‘최순실 게이트’와 ‘후마 애버딘 게이트’의 유사성은 또 두 사건 모두 핵심의혹이 최측근의 PC에서 공적인 정보가 유출됐음이 발견되면서 불거졌다는 데 있다. 

 

현재 클린턴 후보 진영을 뒤흔들고 있는 ‘이메일 스캔들’은 미국 FBI가 애버딘 부위원장의 전 남편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개인 PC를 조사하던 중 그의 전처 애버딘의 공무 이메일이 대량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FBI는 ‘이메일을 통한 공무 집행’이란 의혹을 제기됐으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클린턴 후보는 한 고비를 넘겼다. 그런데 클린턴 후보에 대한 재조사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미국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그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후마 애버딘 선대위 부위원장. 최근 애버딘의 전 남편의 PC를 수사하던 FBI는 클린턴 후보가 애버딘에게 이메일로 국가 기밀문서를 보낸 정황을 포착하고 이메일 재수사에 나섰다. ⓒ EPA 연합

“클린턴을 만나려면 애버딘을 만나라”

 

애버딘은 힐러리 클린턴의 침실까지 드나드는 최측근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현재 클린턴의 연설문 검토부터 각종 미팅 일정 조율까지 책임지고 있다. 미 정가엔 “클린턴을 만나려면 애버딘을 만나라”는 말도 있다. 10월18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존 포데스타 선대위원장의 이메일을 인용하며 “애버딘은 클린턴 본인보다 그를 더 잘 아는 ‘외장 드라이브’와 같은 존재”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인도 무슬림 아버지와 파키스탄 무슬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애버딘은 조지워싱턴대 학생이던 1996년 백악관 영부인 부속실 인턴으로 선발되면서 클린턴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년간 애버딘은 성실하게 클린턴을 보필했으며 결국 클린턴 캠프 권력서열 3위라는 자리에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이 국무장관과 상원의원이던 시절 애버딘은 비서실 부실장이었다. 클린턴은 이번 대선 준비기간에는 선대위 부위원장직에 중용하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클린턴은 과거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내게 또 한 명의 딸이 있다면 그건 후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2년 공화당이 “후마의 가족이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를 운영하고 후원하기 위해 영국에 설립된 IMMA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며 후마에 대한 조사를 주장했을 때도 힐러리 클린턴은 그를 두둔하며 이를 저지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2001년 9·11테러 발생 이후 유엔과 미국 등 국가들에서 테러지원단체로 지목하기도 했다.

 

한 편 대통령 선거인단 선출을 일주일 앞두고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12%포인트에 달했다. 잇따른 성추문으로 트럼프의 패색이 짙어질대로 짙어진 상황이었지만 FBI의 클린턴 이메일에 대한 재수사 발표로 상황이 뒤집힌 것이다. 힐러리의 믿었던 최측근, 애버딘으로부터 촉발된 ‘이메일 스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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