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선수단 구성에서 구단 운영까지 ‘만루 홈런’
  • 배지헌 엠스플뉴스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03 11:33
  • 호수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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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5년 차 NC, 어떻게 강팀 됐나

NC 다이노스가 창단 이후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2013년 1군 진입 이후 4년 만, 2012년 팀 창단 이후 5년 만에 이룬 쾌거다. 1군 첫해 7위에서 2014년 준플레이오프 진출, 2015년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매년 성장을 거듭해 마침내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랐다.

 

이처럼 NC가 단기간에 초고속 성장을 이룬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프런트와 현장의 조화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로야구가 생긴 이래 프런트와 현장의 갈등은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였다. 야구단 운영의 주도권을 놓고 프런트와 현장 코칭스태프 간의 줄다리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단기 성적을 중시하는 현장에만 야구단을 맡겨둘 순 없다고 생각하는 프런트와 야구도 잘 모르면서 간섭만 한다고 프런트를 비난하는 현장 간의 치열한 ‘고지전’이 전개됐다.

 

이 점에서 NC 다이노스는 창단 이후 프런트와 현장이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구단에 속한다. NC는 팀을 창단하며 야구전문기자 출신의 이태일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야구 자체는 물론 스포츠산업과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갖춘 전문가에게 구단을 맡겼다. 야구에는 문외한인 ‘낙하산’을 사장으로 앉히는 기존 대기업 소속 구단들과 차별화된 점이다. NC가 마케팅·브랜딩·스카우트·육성 등 구단 운영에서 기존 구단보다 한발 앞서가는 비결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두산 베어스에서 ‘화수분 야구’로 성공을 거둔 김경문 감독을 영입해 현장을 맡겼다. NC 한 관계자는 “우리 구단은 창단 때부터 어떻게 하면 팬들에게 사랑받는 야구를 할 수 있을지, 야구를 통해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김경문 감독을 선임한 것도 감독 후보 면접 당시 끊임없이 ‘팬’을 강조하는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NC 한 관계자는 “프런트와 현장이 같은 목표를 추구한다면 프런트 야구와 현장 야구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팀의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프런트와 현장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협력하는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10월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NC 대 LG 경기에서 NC가 LG를 8-3으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NC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현수막을 앞에 두고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베테랑과 신예 조화 이룬 선수단 구성

 

물론 야구단의 좋은 성적은 단순히 뛰어난 전문가와 감독 선임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뛰어난 선수들로 강한 전력을 구축해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NC처럼 100% 새로 창단한 팀은 초기 선수단 구성이 팀의 운명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해 즉시전력감 위주로 선수단을 구성하면 팀의 미래가 될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기 어렵다. 반대로 가능성만 있는 젊은 선수들로만 로스터를 채우면 1군 무대에서 싸우는 법을 모른 채 표류할 수 있다. 베테랑과 신예, 현재와 미래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선수단 구성이 중요하다. NC는 이걸 해냈다.

 

이민호·박민우·나성범·김성욱. NC가 창단 후 처음 참가한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주요 선수들이다. 이 중 이민호는 팀의 불펜 에이스로 활약 중이고, 박민우는 리그 최고 톱타자 겸 2루수로 올라섰다. 나성범은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대성공을 거뒀고, 김성욱도 올해 차세대 우타 거포다운 활약을 선보였다. 이듬해인 2013 드래프트에서는 장현식과 권희동, 2014 드래프트에서는 배재환, 2015 드래프트 때는 구창모를 뽑아 올 시즌 팀의 주력 선수로 키워냈다.

 

NC 스카우트 관계자는 “우리 구단은 매년 신인 드래프트 때마다 하나의 테마를 정한다”며 이렇게 전했다. “창단 첫해에는 백지 상태에서 당장 경기를 뛸 선수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여러 포지션을 고루 뽑는 전략을 취했다. 이후에는 그해 드래프트 최대어(最大魚)가 누구인지, 팀에 당장 필요한 포지션과 장기적으로 필요해질 포지션이 어디인지를 파악해서 전략적으로 드래프트를 하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NC의 엔트리 국내 선수 25명 중 11명은 2012년 이후 신인 드래프트 혹은 육성선수로 NC가 ‘자체생산’한 선수들로 채워졌다. 지난 5년간 NC의 신인 드래프트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원종현·김진성·이상호는 다른 구단에서 방출된 뒤 테스트를 통해 NC에 입단해 기량이 부쩍 발전한 선수들이다. 육성선수로 입단한 최금강과 김준완은 짧은 시간에 1군 주전 선수로 성장했다. 드래프트뿐만 아니라 선수 육성에서도 NC가 성공을 거둬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프런트와 현장의 이상적인 협력 관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팀의 밑그림을 그린 뒤에는 적절한 외부 영입으로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2013시즌을 앞두고 NC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베테랑 이호준을 영입해 팀에 부족한 ‘경험’을 채웠다. 이호준은 타석에서 매년 3할대 타율과 2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맹활약한 것은 물론, 프로 무대가 처음인 후배들을 격려하고 조언하며 좋은 롤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투수진에도 손민한을 영입해 이민호·이재학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도왔다. 2014시즌을 앞두고는 외야수로 이종욱, 내야수로는 손시헌을 영입해 포지션마다 베테랑 선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에 아쉽게 실패한 뒤에는 삼성에서 숱한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FA 박석민을 4년 총액 96억원에 영입해 화룡점정을 찍었다. 박석민은 올해 커리어 하이에 가까운 성적으로 정규시즌 팀을 2위로 이끌었고, LG와의 플레이오프 때는 결정적 홈런 두 방을 때려내며 시리즈 MVP에 올랐다.

 

이처럼 NC는 이제 창단 5년 차를 맞는 신생 구단이지만, 구단 운영부터 선수단 구성까지 많은 면에서 기존 구단들에 좋은 선례를 제시하고 있다. 프런트와 현장의 이상적인 협력 관계, 차별화된 마케팅과 팬서비스, 장기적인 안목의 스카우트와 선수 육성은 성적 부진을 감독 교체로만 해결하려는 구단들이 반드시 본받아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올 시즌 소속 선수 승부조작 연루로 아쉬움과 실망을 주긴 했지만, NC가 그간 걸어온 행보는 여전히 기존 구단들에 영감을 주고 한국 프로야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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