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골프 스타 한국에서 탄생한다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03 14:23
  • 호수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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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PGA투어 개최 의미와 전망

한국의 골프 역사가 다시 한 번 바뀐다. 내년부터 신바람 나는 골프축제가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CJ그룹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한국으로 가져왔다. 대회명은 ‘더 CJ컵@나인브릿지(THE CJ CUP@NINE BRIDGES)’.

 

그동안 국내 골프팬들이 매년 LPGA투어 선수들의 아름다운 샷을 감상했다면 내년부터는 제이슨 데이(호주),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조던 스피스, 더스틴 존슨, 필 미켈슨(이상 미국) 등 PGA투어 스타들의 ‘명품 샷’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됐다.

 

이 대회는 PGA투어의 글로벌 방송 파트너사를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되며 10억 가구 이상의 시청자에게 방송된다. 이는 2015년 한국에서 개최됐던 프레지던츠컵이 중계됐을 때 시청자에게 노출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회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10년간 열린다. 10월에 CJ그룹의 제주 서귀포 나인브릿지 혹은 해슬리나인브릿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기간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CIMB클래식과 중국에서 열리는 월드골프챔피언십 HSBC 챔피언스 사이에 열린다.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세 번째 정규투어인 셈이다.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이 걸려 있고, 우승하면 2년간 투어시드가 주어지는 이 대회는 2017년에는 10월16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초청 형식으로 78명이  출전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한국 선수의 시드는 최소 10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60명은 페덱스 포인트로 정하고 나머지 선수는 초청으로 채워진다.

 

‘꿈의 무대’인 PGA 프로골프 투어가 이제 한국에서도 열린다. CJ그룹과 PGA투어는 10월24일 CJ인재원에서 대회 개최를 위한 공식 협약을 맺었다. © 연합뉴스

‘상대적 빈곤감’ 남자 프로골프 활성화 기대

 

국내에서 PGA투어가 열리는 것은 한국 골프 역사상 처음이고, 국내 기업이 PGA투어 공식 스폰서로 나서는 것은 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다. 투어 개최에 대해서는 CJ그룹과 PGA투어 사이에 수년간 말이 오갔으나 개최 결정은 지난 8월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PGA투어의 부총재 제이 모나한은 “개최 발표는 아시아에 또 하나의 대회가 추가됨을 뜻하기에 PGA투어에 있어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다. 우리는 작년 한국에서 열렸던 프레지던츠컵에서 매우 놀랄 만한 경험을 했고 이곳에서 정규 대회를 개최하기를 희망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선도 기업인 CJ그룹과 함께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건 이 대회가 향후 한국 스포츠산업에 몇 년간 자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PGA투어에는 아주 훌륭한 한국 선수들이 많이 있는데 앞으로도 더 CJ컵@나인브릿지를 통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많은 차세대 선수들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해에 46개 안팎으로 열리고 있는 PGA투어는 미국 밖에서 열리는 대회가 5개밖에 안 된다. PGA투어는 현대차가 지난 6년간 우승자만이 출전하는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개최해 왔다. 현대차는 타이틀 스폰서를 현대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로 바꿔 올해 2월부터 10년 동안 미국 캘리포이나주 리비에라컨트리클럽에서 제네시스 오픈(총상금 700만 달러)을 주최한다.

 

그동안 한국은 PGA 정규투어가 아닌 이벤트로 1996년에 은화삼컨트리클럽에서 PGA 선수들을 초청해 쌍용챌린지국제골프대회를 가졌다. 이후 1998년 현대차 주최로 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에서 현대마스터즈가 열렸다. 지난해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 간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도 PGA투어이지만 24명의 선수만 출전한 이벤트 대회였다. 일회성 대회지만 비용은 2000만 달러(약 225억) 이상 썼다.

 

CJ그룹은 2002년 국내 최초로 현재 하나은행이 주최하는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의 원조인 CJ나인브릿지를 창설해 4년간 열었다. 더 CJ컵나인브릿지의 총상금은 925만 달러(약 100억원). 대회를 개최하려면 통상 상금의 1~1.5배가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은 약 2000만 달러 이상 들어가 10년간 2000억원 이상의 거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번 대회 창설에 대해 골프계에서는 한국 골프 발전을 수십 년 앞당길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특히 한국프로골프(KPGA)투어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비해 대회 수나 상금 규모가 작아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대회를 계기로 남자프로골프의 활성화도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대회가 열리지만 한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 다만 이 대회의 출전권을 반드시 따내기 위해 국내 선수들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기량 향상에 큰 기폭제가 될 것은 틀림없다. 또한 이런 대회를 통해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PGA투어에 ‘무혈입성’할 수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도 국내에서 열리는 LPGA투어를 통해 4명이나 우승하면서 미국 진출에 ‘무임승차’했다.

 

왼쪽부터 PGA투어 제이모나한 부총재, CJ 경욱호 마케팅 부사장,PGA투어 김시우 프로 © 연합뉴스

정상급 선수들 얼마나 몰려올지가 관건

 

CJ그룹은 골프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대회뿐 아니라 세계 골프 랭킹 35위의 안병훈(25·CJ그룹)·김시우(21·CJ대한통운), 유럽프로골프투어 선전 인터내셔널 우승자 이수민(23·CJ오쇼핑)과 국내 여자프로 김민선5(21·CJ오쇼핑) 등을 후원하고 있다. 은퇴한 박세리를 비롯해 모두 12명을 후원했다. CJ그룹이 이번 대회를 통해 KPGA 코리안투어와 동반성장하는 데도 일조하길 기대한다.

 

롯데그룹은 KLPGA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이나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선수에게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권을 준다. 기아자동차도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는 한국여자오픈 우승자에게는 LPGA투어 KIA 클래식 출전권을 부여한다. 내년 가을 남자 대회를 개최할 예정인 현대차도 국내 대회 우승자에게 이듬해 PGA투어 제네시스 오픈 출전권을 줄 예정이다.

 

다만 기대만큼 톱스타들이 몰려올지는 미지수다. 시즌을 마감하는 9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가 끝나면 톱스타들은 개인 스케줄로 무척 바쁘다. 각종 이벤트에 참석하거나 혹은 개인휴식 등 가족여행을 떠난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CIMB클래식(총상금 700만 달러)을 보면 애덤 스콧(호주)이나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정상급 선수들이 대부분 불참했다. 따라서 CJ그룹은 대회 수준에 걸맞게 스타들을 끌어들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잔치는 벌여 놨는데 스타들이 들어오지 않으면 자칫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LPGA 투어 CJ나인브릿지 클래식 초기에는 일부 선수들에게 별도의 초청료를 지불했고, 선수 모두에게 항공료부터 숙박까지 모두 제공했었다. 정상급 선수들이 얼마나 몰려올지가 관건이니만큼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려면 CJ그룹을 비롯해 PGA투어 조직위나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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