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재정정책으로 통화정책 부정적 효과 상쇄해야
  •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04 13:56
  • 호수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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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 마 전 최고위급 정책 당국자 사이에 재정과 통화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해 작은 논쟁이 있었다. 우리 경제 현황을 보면, 더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이 필요하고, 재정정책은 통화정책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는 데도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까지 밀려오면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5.25%에서 1.25%까지 인하했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있다. 현재 2%대 후반 정도인 잠재성장률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자본투자 둔화로 머지않아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가 국내외 수요 부족으로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016~18년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제시했는데, 지난 3년간 실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훨씬 밑돌았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전망이다.

 

금리는 국가 전체나 개인의 경제활동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금리 하락은 우선 소득을 저축자에서 차입자로 재분배해 준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가계는 저축의 주체이고, 기업은 차입자이다. 금리 하락으로 국민소득이 가계에서 기업으로 이전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은 노동보다는 자본재를 더 써 생산활동을 하게 된다. 이 경우 가계는 고용 감소나 임금 하락으로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진다.

 


가계 내에서도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다. 금리 하락으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올랐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개인의 부는 상대적으로 더 늘어난다. 또한 주로 이자 및 연금소득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노년층은 금리가 하락한 만큼 소비를 더 줄일 수밖에 없다. 2000년에 20조4130억원이었던 개인의 순이자소득이 지난해에는 1379억원으로 급감했다. 최근 금리가 낮아도 소비와 투자가 별로 늘지 않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말 현재 514조원 정도의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을 만큼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부진으로 정부가 돈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적자 재정을 과감하게 편성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재정정책은 금리 하락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금리 하락으로 국민소득 중에서 기업 몫은 상대적으로 증가했고, 가계 비중은 감소했다. 기업은 자금 부족 주체이고, 가계는 잉여 주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저금리로 기업들이 노동보다는 상대적으로 싸진 자본재를 더 사용하다 보니 임금 상승률이 낮아졌다. 기업 소득을 가계 소득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가 법인세 인상이다. 또한 금리 하락으로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가계 내의 차별화도 더 심화하고 있다. 고소득자의 최고세율 인상, 부동산 시장에서 임대소득 과세 강화, 주식시장에서 자본차익 과세 도입 등 다양한 소득 분배 정책을 재정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시기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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