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편들기', 우리는 2년 전 새누리당이 한 일을 알고 있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11.07 15:54
  • 호수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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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시사저널 ‘정유라 특혜 의혹’ 제기에 “정유라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선수” 편들기 급급
2014년 당시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승마협회 살생부라고 주장하는 자료를 들고 질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1월4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향후 거취에 대한 언급이 빠지면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친박계로 구성된 여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 홍보·정무 수석을 지낸 이 대표뿐만 아니라 친박 실세들이 이번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나도 연설문을 쓸 때 친구 얘기를 듣는다”는 둥 박 대통령을 두둔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힌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출범식에 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 정홍원 전 국무총리,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권의 전직 고위 관료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친박 실세들이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무총리 “아무런 근거 없는 것으로 확인”

 

친박계 인사들의 ‘최순실 감싸기’ 행태는 2년 전에 이미 찾아볼 수 있다. 시사저널은 2014년 4월8일 “정윤회가 승마협회 좌지우지한다”는 단독 기사를 보도했다. 정윤회씨와 당시 부인이었던 최순실씨(2014년 5월 이혼)가 승마협회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 딸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 선수의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국가대표 선발을 앞두고 여러 특혜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당시 기사에 대한 친박 실세들의 반응은 ‘음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기사가 나온 당일인 4월8일 교육·문화·사회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에 대해 묻자 정홍원 국무총리는 “(안 의원이) 지금 말씀하신 저 부분에 대해서는 주간지(시사저널)에 게재가 있었다고 해서 제가 알아본 일이 있습니다”라고 밝힌 후 “이 문제는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단순 의혹 제기에 불과하고 본인들이 극구 부인할 뿐만 아니라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이 “이것은 사적 채널에 의해서 국정 통치가 된 중대한 사건입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정 총리는 “그것은 전혀 근거 없는 말씀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라고 다시 한 번 부인했다.

 

정 전 총리에 이어 친박계 의원들의 최씨 일가 옹호 발언도 이어졌다. 2014년 4월11일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회의록을 보면, 교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 12명 중 7명이 정씨 변호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먼저 현재 여성가족부 장관인 강은희 전 의원의 말이다.

 

강은희 의원(직함은 당시 기준): 저는 이렇게 근거가 없는 경우에 이러한 내용들이 계속 유포가 되는 것은 상당히, 개인의 명예와 그리고 지금까지 승마협회를 위해서 봉사를 했던 협회장을 비롯해서 이분들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진룡: 한창 커 나가는 청소년 선수에 대한 보호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있으면 해야 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 분야에서 최씨 일가의 수족 노릇을 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발언도 찾아볼 수 있다. 질의를 한 김희정 전 의원은 이 회의가 있은 지 3개월 뒤인 2014년 7월 여성가족부 장관에 임명됐다.

 

김희정 의원: 오히려 장려해야 될 선수를 이 정치권에서 소위 ‘불공정한 세력’과 결탁해서 괜찮은 유망주를 죽이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저는 그런 걱정마저 듭니다. 선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바로잡고, 부당하게 문제 제기했던 사람들로부터는 오히려 저는 사과를 받아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종: 이 선수가 과거에 유망주였고 지금도 마장마술에서는 고등학생으로서는 성인들과 똑같은 수준의 성적하고…… 우리가 이 선수를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여당 의원 “정상이 비정상화되는 일 없어야”

 

정유라 선수를 쇼트트랙 대표팀의 파벌싸움으로 러시아에 귀화한 안현수 선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현재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염동렬 의원의 말이다.

 

염동렬 의원: 이 선수(정유라) 찾아가서 사과할 수 있도록 하셔야 돼요. 안현수 선수 뺏겼을 때 얼마나 분통 터트렸습니까? 이 어린 선수가 상처받은 것에 대해서는 사과 꼭 하셔야 됩니다. 당사자로부터 사과 받으셔야 되고 또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 부분도 사과 받으셔야 됩니다.

이 밖에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 역시 정유라 선수의 미래를 걱정하고 당사자로부터의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옥 의원: 우수한 선수는 우리가 지원하고 격려해서 또 더구나 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선수인데 선수가 이런 일로 인해서 상처를 받지 않도록...또 우리가 지금 반대로 정상이 비정상화되는 일은 없도록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논란은 어느 날 갑자기 터져 나온 것이 아니다. 2년 전에도 그 실상이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 친박계는 ‘야당의 정치공세’로 일축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초기 국면에도 친박계는 모든 의혹에 대해 ‘대통령 흔들기’로 치부했다. 또한 이정현 대표는 박 대통령의 두 번째 대국민 사과에 대해 “대통령께서 직접, 진심을 담은 사과를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진정성을 느꼈다”면서 “속으로 펑펑 울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발표된 박 대통령 지지율은 5%로 역대 대통령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했고, 11월12일 열릴 민중총궐기 대회에는 수십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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