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미르·K스포츠 재단에 수십억 내면서 계열사 사회적기업은 구조조정”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1.10 10:21
  • 호수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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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사회적기업 포스위드의 ‘광양 클리닝 센터’에서 직원들이 작업복을 살펴보고 있다. © 뉴시스

#1. 인천시 남동구에 거주하던 탈북민 김아무개씨는 북한에서 함경북도 청진시에 위치한 청진의과대를 나온 뒤 의사로 지낸 ‘인텔리’였다. 북에서의 생활은 일반인보다 넉넉한 수준이었지만, 간질환·고혈압 등에 시달리던 아내의 병 치료를 위해 2006년 탈북을 결심했다. 그가 탈북이라는 일생일대의 도박을 한 이유는 한 해 먼저 남한으로 건너간 처남의 권유 때문이었다. 당시 김씨는 아내·딸과 함께 국경을 넘었다. 하지만 남한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북에서 일한 경험을 되살려 의대 진학도 생각했지만, 높은 입학 문턱에 포기했다. 그나마 다른 탈북자보다 빨리 남한 생활에 적응한 것은 2010년 포스코가 설립한 사회적기업 송도SE에 들어가면서부터다. 한 달에 월급 180만원으로 살아가는 삶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주말에도 별도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김씨는 빠르게 남한 생활에 적응해 갔다.

 

회사 내에서 주차관리팀 ‘관리직’으로 근무하던 그는 올 4월 느닷없이 ‘환경미화원’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송도SE가 해 왔던 주차관리 업무가 프로에스콤이라는 외주업체로 넘어가면서부터다. 회사에서는 프로에스콤으로 이직을 권했지만, 포스코 계열사에 근무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 그대로 남았다. 대신 그에게 돌아온 것은 월급이 40만원이나 줄었다는 사실이었다. 아내 치료비를 위해서는 줄어든 월급을 채우는 게 중요했던 김씨는 쉬는 날에는 공사판에 나가 막일을 했다.

 

그러던 그는 8월13일 오전 8시30분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포스코R&D센터의 건물 내벽 유리창 청소를 하다가 지상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떨어져 실족사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김씨는 건물 내부를 닦다 바로 앞이 허공인 것을 모르고 발을 헛디뎌 떨어졌다. 회사 측은 유족들에게 산재보험금 7000만원과 위로금 조로 2억원을 지급했다. 현재 유가족들은 사고 처리과정에서 회사 측의 대응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처남인 황아무개씨는 “장례기간 중인데도 유가족들에게 회사 관계자가 폭언을 하는 등 실망스러운 행동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또 보직이 바뀐 직원에게 업무에 필요한 안전교육을 하지 않은 데 있다”며 분노했다.

 

 

#2.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의 또 다른 사회적기업 포스코휴먼스에서도 최근, 3년 전 발생한 내부 비리가 다시 불거졌다. 회사 직원 정필근씨(가명)는 동료로부터 광양제철소 내에 근무하는 안아무개 부장이 외부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았으며, 돈의 일부를 동료인 최아무개 그룹장, 이아무개 그룹장과 함께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 사실이었다. 관련 내용이 담긴 투서는 포스코 정도경영실(감사실)에도 들어갔다. 감사 결과, 안 그룹장만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을 뿐 최 그룹장과 이 그룹장은 감봉 3개월에 그쳤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뢰 금액에 비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었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현재 뇌물 수뢰에 연루된 직원들은 모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재직 중이다. 정씨는 “제 식구 감싸기 식의 문화가 형성되면서 윤리적이어야 할 사회적기업 곳곳에 비리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사회적기업 간 상생의 성공 사례로 꼽혔던 포스코가 사실과는 다르게 파행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 한정애 의원(민주당)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 사회적기업 내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인권침해, 비인격적 대우, 부당노동행위 등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송도SE, 국고 지원 끊기자 직원 대량 해고

 

인천 송도신도시 내 포스코 소유 빌딩을 관리해 온 송도SE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2010년대 초반 포스코의 사회공헌 활동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였다. 당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탈북민 지원’이라는 명목하에 송도SE에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인 35명의 탈북자를 취업시켰다. 대대적인 홍보를 위해 그 해 11월4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의 협약식까지 마련했다. 당시 송도신도시는 새누리당 차기 원내대표로 유력한 황우여 의원의 지역구였다. 협약식에서 통일부는 “내년까지 탈북자 50명을 비롯해 모두 150명의 취약계층이 일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정 회장도 “송도SE는 인천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탈북자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6년 만에 송도SE는 포스코의 대표적인 악성 사업장으로 전락했다. 설립 6년 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는 포스코 내부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이명박 정부의 중요 산업정책이었다. 대·중소기업 협력의 모범 사례를 만들고자 했던 이명박 정부는 공익 목적의 사회적기업 육성을 밀어붙였다. 정치권 눈치를 보던 포스코는 탈북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송도SE를 세웠다.

 

하지만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사회적기업 육성책은 뒤로 밀렸다.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으면 최대 5년간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송도SE는 2011년 2억8900만원의 손실을 3억3800만원의 국고지원금으로 간신히 메웠다. 각각 2억3500만원, 1억75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한 2012년과 2013년에도 3억9600만원, 3억6500만원의 국고지원금이 있었기에 흑자 운영이 가능했다. 안타깝게도 국고지원금은 지난해 1억5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끝났다. 독자 경영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송도SE는 올해 약 2억4000만원의 순손실을 떠안게 생겼다. 시장경제 원칙상 애초부터 자생력이 없었던 기업이었으니 손실이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포스코 출신 낙하산 인사로부터 비롯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고지원금이 줄자 송도SE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2015년 69명이었던 인력을 올해 57명으로 줄였다.

 

2010년 11월4일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북한이탈 취업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채결했다. © 통일부 제공

소수의 포스코 출신, 인건비 40% 차지

 

일감을 주던 포스코가 약 15%나 금액을 줄인 것이나, 출범 후 계속 맡아온 주차관리 업무를 외부업체로 돌린 상황에서 송도SE가 자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계약 단가를 후려치는 일도 있었다는 게 송도SE 출신 직원들의 주장이다. 포스코의 경우, 송도SE와 올해 관련 사업비 16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2011년 16억1000만원에 비해 5년간 1.9% 인상한 것이다. 포스코 계열사의 건물관리를 모두 책임지는 포스메이트는 오히려 5년 전 11억5000만원에 계약한 것을 올해 11억4000만원으로 줄였다. 김상곤 전 송도SE 상무는 “포스코 인사담당 상무로부터 ‘사회적기업은 전 정권의 일이므로, 포스코가 이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또 다른 사회적기업인 포스코휴먼스 스틸앤건축사업 부문(옛 포스코에코하우징)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올 6월 스틸앤건축사업 부문은 취약계층 직원 12명 등 14명을 해고 처리했다. 포스코휴먼스는 포스코 임직원 작업복을 세탁하는 장애인 표준사업장 포스위드와 스틸하우스 시공을 책임진 포스코에코하우징을 합쳐 2013년 새롭게 출범했다. 이 밖에도 포스코에는 또 다른 사회적기업으로 2010년 포스코가 지분 68.95%를 투자해 만든 포스플레이트가 있다. 포스플레이트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에서 나오는 후판제품 재고 및 출하 관리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회사다.

 

포스코는 이 세 기업을 운영하면서 마치 포스코가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식으로 홍보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파행적으로 운영된 측면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낙하산 인사’다. 현재 포스코는 자사 출신 퇴직자를 이들 사회적기업의 대표 등 임원으로 선임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책임경영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일부 기업 임원에게는 억대 연봉과 승용차, 업무추진비 등이 지원됐다.

 

한정애 의원은 “대표와 임원의 급여가 사회적기업 인건비의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경영부실의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전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령 현재 실적 악화에 직면한 포스코휴먼스 스틸앤건축사업 부문은 경영실패 책임을 물어 퇴임한 장아무개 사장에게도 고문료 명목으로 연봉(3억원)의 80%를 지급하고 있다. 포스코 출신 임원은 퇴직해도 1년간 연봉의 80%를 받으며, 영업이익이 적자여도 성과급이 지급된다. 한 직원은 “판관비 비중에서 임원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영업이익은 적자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운영 방식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포스코는 사회적기업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송도SE를 인천YWCA에, 포스플레이트를 전남 광양에 있는 광양장애인협회에 경영권을 넘겼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송도SE의 경우 인천YWCA와 이면합의서를 작성, 편법 운영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2월7일 작성된 ‘사회적기업 경영지원을 위한 업무협의록’에는 ‘대표이사의 위임을 통해 일상 경영활동에 대해서는 상임위원이 수행한다(상임위원은 대표이사로부터 위임받은 경영활동 전반을 전문경영인으로서 성실하게 수행함은 물론 법률적 책임을 다한다)’고 명시돼 있다. 명목상 대표이사는 인천YWCA 회장이 맡지만, 상임위원인 포스코 출신 송도SE 임원이 사실상 책임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도SE 측은 “기업경영을 해 보지 않은 인천YWCA를 도와준다는 차원에서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며, 포스코 쪽에서는 혹시나 시민사회단체가 경영권을 인계받은 후 이를 또다시 재매각할까봐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대 지분을 보유한 인천YWCA 쪽 설명은 다르다. 김말숙 인천YWCA 회장은 “포스코 출신 임원 연봉만 줄여도 회사 경영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어 여러 차례 포스코에 실질적인 운영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천YWCA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송도SE나 포스코 쪽은 이사회 등 공식 기구를 통해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인 반면, 인천YWCA는 포스코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60%인 상황에서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가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송도SE는 현재 인천YWCA가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스넷 30%, 포스코 15%, 송도SE 자사주 15%다. 자사주도 당초 포스코 파견 임원이 소유하고 있었으나,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근 송도SE가 인수했다. 지분 30%를 보유한 세스넷의 정식 명칭은 사단법인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로, 현재 포스코의 후원을 받아 ‘카페오아시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송도SE의 재무담당 직원인 김아무개 부장은 직속상관인 안아무개 상무를 성추행 및 폭언 등의 혐의로 인천지방노동청, 인권위에 제소했다. 사태 직후 회사 대표인 김말숙 회장은 안 상무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안 상무가 “정확하게 진상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여서 직무정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해 파행 운행은 계속되고 있다.

 

포스코휴먼스 스틸앤건축사업 부문의 주요 임원자리는 포스코 출신 인사들이 대거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에서 인사업무를 맡았던 한 직원은 “포스코 산하 사회적기업에 ‘인후애(人厚愛)’라는 포스코 인사·노무 모임 출신들이 내려간다는 것은 사내에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산하 사회적기업으로 내려가 다양한 형태의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스틸앤건축사업 부문의 한 현장소장은 하청업체에 명절 인사로 직원들에게 나눠주겠다며 상품권 200만원어치를 요구해 권고사직을 당했다. 또 박아무개 전 사장은 직원들을 동원해 자신이 살고 있는 전원주택의 도배를 맡기고 직원들에게 김장을 부탁하는 등의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송아무개 상무는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 성추행 등을 해 사내에서 문제가 됐다. 또 박아무개 상무는 포스코에서 구매한 철강제품을 협력사에 넘기면서 저가에 팔아 논란에 휩싸였다.

 

포스코는 송도SE 경영권을 인천YWCA에 넘기면서 이면계약서를 체결했다.


포스코 “사회적기업은 별개, 경영 간섭 안 해”

 

이러한 파행 운영은 9월29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논란거리였다. 당시 한정애(민주당)·이정미(정의당) 의원 등 야당의 지적에 박아무개 포스코 상무는 “포스코와 산하 사회적기업은 별개의 기업이며, 어떠한 경영상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포스코 주장과 동떨어져 있었다. 이정미 의원은 10월13일 포스코가 송도SE의 경영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과 이메일을 확보, 공개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포스코가 송도SE에 계약체결을 위한 원가산출 자료를 요청하고, 작년 12월 자회사가 아닌 상황을 고려해 계약 감사를 진행한 사실들이 담겨 있다. 또, 올 1월에는 감사 결과와 관련해 △작업인원 차이 △불필요 제수당 반영 △감가상각 종료장비 청구 △수선재료비 부당청구 등의 불성실 행위를 지적하며, 사실상 송도SE를 자회사처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2012년 11월 자회사에서 분리시킨 후에도 포스코가 송도SE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임원의 연봉을 반영하는 등 실질적인 업무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국감에서 증언한 박아무개 포스코 상무의 발언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재 이 의원은 담당 임원을 위증죄로 고발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수년 후 역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포스코 산하 사회적기업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적기업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밝혔다. 지난 2012년 9월 출범한 ‘2호 펀드’에 포스코휴먼스가 3억원, 2013년 11월에 출범한 ‘3호 펀드’에는 송도SE와 포스코휴먼스가 각각 1억원씩 투자했다. 한정애 의원은 “계열에 있는 사회적기업에는 실적 악화를 이유로 지원금을 줄일 뿐만 아니라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도 모른 척했던 포스코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주도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각각 30억원과 19억원을 주고, 청년희망펀드에 40억원을 내는 등 총 89억원을 쏟아 붓은 게 정말 맞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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