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빅3’는 없다”중견 게임사들의 도전
  • 원태영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11 13:18
  • 호수 14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니팡3’ ‘쿠키런:오븐브레이크’ ‘데스티니 차일드’ 속속 출시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글로벌 정식 출시에 맞춰, 게임의 특징을 살린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네이버 웹툰 작가들과 브랜드 웹툰 연재를 시작했다. © 데브시스터즈 제공

 

최근 중견 게임사들이 게임 시장에 조용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게임 후속작 및 참신한 신작들로 유저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형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중견 게임사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지난 2011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넥슨·엔씨소프트 등 대형 업체들은 PC 온라인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모바일게임을 주도한 것은 중견 게임사들이었다. 2012~13년은 중견 게임사들이 만든 캐주얼 모바일게임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바일게임 전성기 연 애니팡·쿠키런 부활

 

대표적으로 선데이토즈가 개발한 ‘애니팡’,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넥스트플로어의 ‘드래곤 플라이트’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2012년 출시된 애니팡은 모바일 퍼즐게임으로, 출시 74일 만에 국내 다운로드 횟수 2000만 건을 돌파했다. 국내 다운로드 횟수만으로 2000만 건을 돌파한 것은 애니팡이 처음이다. 당시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3000만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전체 가입자의 약 60%가 애니팡을 즐긴 셈이다.

 

같은 해 출시된 모바일 슈팅게임 드래곤 플라이트도 출시 후 동시접속자 850만 명, 누적 다운로드 2300만 건 등을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3년 출시된 모바일 달리기 게임 쿠키런은 전 세계 8700만 건 이상의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견 게임사들의 영광도 오래가진 못했다. 2014년도에 들어서면서 캐주얼게임의 인기는 식어갔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넷마블의 ‘레이븐’을 필두로 대형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가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넷마블을 비롯해 넥슨, 엔씨소프트 등이 자사의 인기 지적재산권(IP)을 이용한 모바일게임을 속속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견 게임사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기존 인기 IP를 계승함과 동시에 참신한 홍보 방법 등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선데이토즈는 9월 ‘애니팡3’을 출시했다. 애니팡3은 출시 3일 만에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했고, 15일 만에 250만 건을 넘어섰다.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에서도 단숨에 10위권 중반까지 수직 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쿠키런 개발사 데브시스터즈도 10월27일 쿠키런 후속작인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를 출시했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는 출시 3일 만에 글로벌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출시 후 단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무료 게임 순위 1위, 10월29일에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도 무료 게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글로벌 정식 출시에 맞춰, 게임의 특징을 살린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우선 네이버 웹툰 작가들과 브랜드 웹툰 연재를 시작했다. 이번에 참여하는 웹툰 작가는 ≪복학왕≫의 기안84, ≪치즈인더트랩≫의 순끼, ≪이말년 서유기≫의 이말년, ≪스퍼맨≫의 하일권, ≪마음의소리≫의 조석 등 총 5명이다.

 

 

“넥슨·넷마블·엔씨 등 빅3, 복병 만난 셈”

 

후속작 대신 참신한 신작으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견 게임개발사도 있다. 바로 드래곤 플라이트로 유명한 넥스트플로어다. 넥스트플로어는 10월27일 ‘데스티니 차일드’를 출시했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출시 당일 애플 앱스토어 인기 무료 게임 순위 1위 및 최고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닷새 만인 10월31일 애플 앱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국내 출시된 모바일 게임들 중 가장 독보적인 초반 성과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국내 정상급 일러스트레이터 김형태 대표가 창업한 ‘시프트업’과 넥스트플로어가 공동개발한 게임이다. 마왕(魔王)이 되어야만 하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서큐버스들이 펼치는 모험을 다룬 이 게임은 출시 전 사전예약 93만 명을 달성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500여 종의 2D 기반 캐릭터 일러스트를 살아 움직이도록 표현한 ‘라이브 2D 기술’, 턴(trun)제 RPG와 트레이딩카드게임(TCG)이 결합한 색다른 전투 등이 흥행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특유의 귀엽고 섹시한 여성 캐릭터가 게임 곳곳에 등장해 수집욕을 자극하는 점이 인기 요소로 풀이된다.

 

드래곤 플라이트로 유명한 넥스트플로어가 출시한 ‘데스티니 차일드’ © 넥스트플로어 제공

특히 이번 데스티니 차일드의 흥행 기록은 기존 모바일 시장 강자였던 넷마블과 최근 ‘메이플스토리M’ 등으로 급부상 중인 넥슨을 제쳤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대형 게임업체들이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면서 생긴, 모바일 순위 고착화에 대해 지적해 왔다. 자금과 인력이 풍부한 대형 업체들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중소·중견 게임사들에는 순위 상승의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데스티니 차일드를 비롯해 쿠키런과 애니팡3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모바일 시장 ‘고착화’ 공식도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게임의 높은 완성도와 기존 인기 IP 활용 등이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쿠키런 사례에서 보듯, 참신한 마케팅 방법도 유저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넷마블·엔씨 등 이른바 빅3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라며 “과거 모바일게임 초기 시장을 이끌었던 중견 게임사들이 다시금 재도약을 준비하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