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절규, “OMG, 트럼프가 당선이라니~”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11.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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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전경 ⓒ pixabay

 

530,566$ vs 1,926$ (애플)

1,292,624$ vs 20,964$ (구글)

657,538$  vs 20,358$ (마이크로소프트)

400,523$ vs 3,965$ (페이스북)

위 숫자는 IT 거대기업이 이번 대선에서 후보자에게 낸 후원금이다. 극과 극인 후원금의 차이. 앞 숫자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몫이고, 뒷 숫자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몫이었다. 그리고 당선자의 자리에는 트럼프가 올랐다.

 

보통 양자 구도라면 양쪽 모두에게 적당히 보험을 들기 마련이지만, 실리콘밸리의 선택은 ‘클린턴에 올인’이었다. 트럼프에 대한 극도의 반감이 후원금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의 표현대로라면 “실리콘밸리 투자자들 거의 모두가 평상심을 잃고 있다”는 게 정확한 분위기일 거다. 

 

실리콘밸리가 갖고 있는 트럼프에 대한 우려는 크다. 7월에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구글 부사장인 빈트 서프 등 150명의 실리콘밸리 인사들은 트럼프를 ‘혁신의 재앙’이라고 이름을 붙이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일단 트럼프 당선자가 정보기술(IT)에 대한 친화도가 낮다는 점, 실리콘밸리가 고학력 이민자들이 일궈 놓은 터전이기에 트럼프의 이민 정책 전반과 상충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가 스스로 밝힌 경제 정책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큰 골격에서는 실리콘밸리와 들어맞지 않는다. USC 마샬비즈니스스쿨의 그레고리 오트리 교수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첨단 제조업을 포함한 제조업의 일자리를 늘릴 수는 있지만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에는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중국을 처벌해 상대적으로 무너진 제조업을 미국으로 돌리려는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 EPA연합

만약 트럼프가 자신의 이런 정책을 관철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여러 부품의 공급을 해외에서 기대고 있는 실리콘밸리 역시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실리콘밸리의 제품들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도 문제다.

 

오히려 물건보다 사람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는 H-1B 비자가 버팀목이다. 이 이민취업비자를 통해 실리콘밸리는 해외의 우수 인력을 채용하고 그들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왔다. 고등교육을 받은 해외의 고급인력은 실리콘밸리에서 아메리카 드림을 꿈꿨고 혁신을 이루어왔다. 실리콘밸리의 기반이자 정신은 떠받치는 비자인 셈이었다. 이처럼 사람에 목말라하는 실리콘밸리지만 트럼프는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H-1B 비자 발급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트리 교수는 “이민취업비자 프로그램은 기술 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길을 여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정책에 기술 기업이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공개로 생기는 리스크를 지지 않기 위해 상장을 꺼리는 기업도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원하는 벤처기업은 많다. 올해 하반기부터 이런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에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거라 전망했지만 트럼프의 등장으로 바뀔 수도 있게 됐다. 

 

금융과 주식시장은 예측이 어려운 영역이다. 하지만 예상외의 새 정부가 탄생하면서 그들이 그려낼 경제 정책의 큰 줄기가 불투명해졌다. ‘세계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당선자가 정말 냉철한 백만장자인지, 아니면 대중 영합 포퓰리스트인지 확인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상장 역시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오트리 교수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단기적으로는 신규 상장이나 벤처캐피탈의 활동은 아마 천천히 움직이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그림자가 드리운 실리콘밸리에는 지금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온다. “애플의 사업은 변함없이 지속할 것” (팀 쿡 애플 CEO),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줘야 한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처럼 묵묵히 우리 갈 길을 가자는 반응도 있는 반면 하이퍼루프원의 공동창업자인 셔빈 피세바처럼 “유일한 해결책은 캘리포니아의 분리 독립뿐”이라며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쪽도 있다. 실리콘밸리는 지금 멘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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