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박근혜 대통령 골든타임 또 놓쳤다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6.11.11 17:04
  • 호수 14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월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지켜보는 사람들 ⓒ 시사저널 박정훈

 

이 잡지는 1412호입니다.

제가 1406호 칼럼에서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통령을 잘 뽑는 것입니다.”

당시는 ‘최순실 게이트’가 이렇게 요란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그때는 경주 지진 때문에 혼비백산해 있던 시절이죠.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급속히 궁지에 몰릴 줄 저도 몰랐습니다.

 

11월4일 박근혜 대통령이 두 번째 대(對)국민사과를 했습니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사과도 실패한 듯합니다. 사과하는 방식이 틀려서 그렇습니다. 사람이 잘못을 했으면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해야 하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선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타이밍도 못 맞췄습니다. 잘못을 안 순간 즉시 사과하는 게 맞는데 희한하게 꼭 한두 박자 이상 늦습니다. 사과의 강도도 문젭니다. 실수한 상대방에게 실수한 것 이상으로 사과하면 듣는 사람이 오히려 당황하는 게 인간심리입니다. 이러면 상대방이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며 만류하기도 하지요.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 관련해서 모든 언론이 의혹을 제기해도 “그런 일 없다”고 잡아떼다가 들키면 마지못해 들킨 것 중 극히 일부만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듣는 국민들 입장에선 화가 더 날 수밖에요.

 

최순실 게이트는 알고 보면 ‘박근혜 게이트’입니다.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에 권력형 비리가 없었던 적은 없지만 측근 실세나 친인척들의 비리였지 현직 대통령이 이렇게 얽힌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에 이어 이번에도 사태 수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세월호 때는 ‘의문의 7시간’이 논란거리입니다. 그 후라도 즉각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사고를 당한 가족들을 끌어안고 같이 눈물을 흘렸어야 합니다. 2박3일 정도라도 현장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잠을 못 자 충혈된 눈으로 가족들의 아픈 가슴을 달래줬으면 오히려 가족들이 “대통령께서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안 된다”면서 등을 떠밀어 서울로 돌려보냈을 것입니다. 지금 세월호 유족들이 박근혜 정부에 대해 갖는 적대감은 이런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이번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됐습니다. 이런 나라의 국민인 게 부끄럽고 화가 나서 밤에 잠을 못 자는 국민이 한둘이 아닙니다. 누가 잘못했는지도 명백합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골든타임인 11월 첫째 주를 이번에도 허송세월해 버렸습니다. 이런 식이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하야(下野)하거나 탄핵을 당하면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차기 대권 주자들의 면면을 봅시다. 청와대 입성 전인데도 역시나 벌써부터 측근들이 발호하고 있습니다. 차기 청와대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감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