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사 ‘매년 1조원 규모’ 교육세 고객에게 떠넘겼다
  • 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6.11.14 11:16
  • 호수 14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금 내야 할 금융사들 대출금리에 슬그머니 포함…시민단체 “부당이득 환급운동 벌일 것”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 실적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작년 한해 순익을 웃돌고 있다.

 

은행과 보험회사 등 금융사들은 돈을 굴려서 수익을 창출한다. 현대 사회에서 활동을 원활히 해 주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사람들이 늘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돈을 맡기기도 하고, 더 벌기 위해 돈을 굴리기도 한다. 때로는 집을 사기 위해, 때로는 결혼을 하기 위해 목돈이 필요해서 ‘금융상품’을 이용하게 된다. 금융사들은 그 이용에 대한 대가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나 수수료 등을 떼어 수익을 낸다.

 

 

발뺌하던 금융사들의 거짓말 ‘들통’

 

금융사들은 일반 회사와 다르다. 자신들 혹은 일부 투자자들의 돈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은 주로 고객들이 맡긴 돈(예금)이나 은행채 발행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이 돈으로 더 높은 이자를 받고 가계나 기업에 대출을 실행해 차익을 얻는다. 보험사나 증권사 또한 고객들이 맡긴 돈으로 운영한다. 금융사들이 휘청거리면 나라 경제가 흔들린다. 때문에 정부는 일반 회사들과 달리 각종 규제를 하고 있다. 고객에게 원활하게 돈을 지급하도록 일정 비율의 대손충당금을 쌓게 하는 등 특별관리를 받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금융사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자신들이 납부해야 할 세금조차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 금융사들이 매년 1조원 규모에 달하는 세금을 제도적으로 대출금리에 끼워 넣어 부담을 떠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독해야 할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원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나라에서 거둬들이는 세금 중에 교육세라는 것이 있다. 교육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금이다. 소득세나 법인세와 달리 교육 재원으로만 쓰이도록 지출 목적이 명확히 규정돼 있어 목적세로 분류된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상황 속에서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58년부터 1961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됐었다. 이후 1982년 다시 시행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흔히 개별소비세나 주세(酒稅), 교통·환경세 등에 일정 세율을 곱해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숨겨진 납세 대상이 또 있다. 바로 금융사들이다. 교육세가 도입될 당시 모든 이자 수익에 부과하겠다고 해서 금융사들을 납세 의무자에 포함시켰다. 우체국과 단위농협, 새마을금고 등 예금자보호법 대상이 아닌 금융기관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교육세를 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출입은행이나 증권사들도 납세 대상에 추가됐다.

 

교육세법에 납부 대상은 명확히 ‘금융·보험업자’로 규정돼 있지만 현실은 달랐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금융사들은 교육세를 내지 않고 있었다. 금융상품 가산금리에 교육세를 끼워 넣어 고객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은행 관계자들은 처음에 이 같은 내용을 부인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인세와 마찬가지로 세금이라는 측면에서 비용처럼 계산할 수는 있겠지만 교육세라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세금을 제도적으로 금융 소비자들에게 떠넘긴다면 금융 당국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무자들의 설명은 달랐다. 각 지점에서 대출을 담당하는 여신 담당자들은 “교육세 항목이 기본 금리에 명확히 포함돼 있다”며 “기본적으로 금리는 전산망에서 고정돼 있고 지점에선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역할만 할 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여신 담당자도 “교육세가 포함돼 있어 당연히 법적으로 금융 소비자들이 내야 하는 돈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애초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던 은행 관계자도 “잘못 알고 있었다”며 “교육세 명목으로 금리를 추가 가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개선 기회 놓친 정부 ‘책임 떠넘기기’

 

확인 결과, 은행들은 내부 금리 산정 관련 기준을 통해 대출금리의 0.5%를 교육세로 제도 도입 당시부터 관행적으로 포함시켜 놓고 있었다. 사실상 은행들이 납부하는 돈 전액을 고객에게 떠넘긴 셈이다. 다만 은행들은 금리 산정 기준의 경우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자료는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용 대출자가 시중은행에서 연 6%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대출금의 0.03% 정도를 교육세 명목으로 내고 있었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이용자들은 최대 0.1% 수준의 교육세를 이자에 포함해 내고 있었던 셈이다.

 

개인별 금리로 볼 때 미미한 수치일 수 있지만, 합쳐 놓은 금액은 매년 1조원 규모였다. 시중은행 한 곳의 1년 실적과 맞먹는 액수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사들이 납부한 세금은 2011년 1조424억원, 2012년 1조302억원, 2013년 9733억원, 2014년 9530억원, 2015년 9955억원(잠정치)에 달했다.

 

특히 대출자들이 많은 은행에서 제일 많은 세금이 거둬지고 있었다. 2015년을 기준으로 보면 은행권에서 4370억원을, 보험회사에서 2996억원을 거둬들였다. 그 외 신용카드사 등 여신전문 금융회사(1132억원), 투자매매업자 및 투자중개업자(1126억원), 상호저축은행(196억원) 등도 교육세를 납부했다. 금융권이 납부한 세금 대부분을 사실상 돈이 필요해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거둬들였다는 의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금융사의 교육세 떠넘기기 행태가 제도적으로 용인돼 있다는 점이다. 애초 금리는 은행들이 시장 논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산정하도록 돼 있었다. 때문에 은행들은 이자 수익에 대해 부과되는 교육세를 자연스럽게 가산금리에 포함시켜 계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금융상품에 세금을 포함해 더 높은 금리를 받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고객이 부담하는 세금인 부가세와 유사한 성격으로 도입됐으며, 교육세 납세 대상인 개별소비세·주류세·교통세도 비슷한 구조를 띄고 있다”며 “현행법상으로도 대출 이용 고객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이자가 줄지 않자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금융 당국은 2012년 은행권의 대출금리·가산금리 체계에 대한 합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며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비합리적인 차별적 가산금리 부과 여부, 영업점장 전결 가산금리 운용의 적정성 등을 살펴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법적 비용 예시에 ‘교육세’를 포함시키면서 사실상 은행들의 교육세 떠넘기기 관행을 제도적으로 용인해 버렸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관행을 합법으로 만들어준 꼴이었다.

 

이 같은 점이 드러나자 정부는 구체적인 설명을 떠넘기고 있다. 모범규준을 만들도록 했던 금융감독원의 고위 관계자는 “모범규준을 만들 당시 은행연합회 등 유관기관과 금융연구원, 삼정회계법인 등 외부 관계자들이 머리를 모았다”며 “교육세를 포함시키도록 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세의 납세 의무자는 금융사로 규정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세금에 대한 부분은 기획재정부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금융사의 특성상 부가세를 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부가세 성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개별소비세나 주류 등도 사업자에게 납세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상품에 포함시켜 구매자들이 내고 있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금융사의 경우 일반 사업자와 달리 특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느냐’고 반박하자 “그와 관련된 내용은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하나 변호사는 “교육세법상 과세 표준 항목에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이라고 정확하게 규정돼 있고,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 귀속시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법인세법을 준용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교육세법의 납세 의무자는 명확히 금융·보험업자”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법상 고객에게 ‘원천징수’를 상정하고 있지 않은데, 이를 임의로 원천징수한 것이라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대대적인 환급운동 벌일 것”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에선 강하게 반발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급전이 필요해서 은행을 찾은 사람에게 알고 보니 교육세까지 덤터기 씌운 꼴”이라며 “악덕 사채업자보다 더 나쁜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교육법상 은행 등 금융회사에 납부의무가 있는데 대출자에게 원천징수 방식으로 교육세를 이자에 포함해 받은 것은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이라는 부분의 해석을 대출자가 받은 기한의 이익으로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평소 신용을 관리해 왔거나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를 내는 사람에게 교육세까지 부담하도록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정의연대는 11월14일 성명을 발표한 뒤 대대적인 환급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할 납부 의무자가 타인에게 세금을 내도록 한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며 “은행은 부당하게 대출자에게 거둬들인 교육세를 환급하고 금융 당국은 즉각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육세는 대출 이용 고객뿐 아니라 교육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주체가 고루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회를 중심으로 개편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