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덫에 걸린 부영그룹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11.15 10:41
  • 호수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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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 4월 ‘세금 탈루 의혹’ 보도하기 전, 세무조사 무마하려 한 정황 드러나
서울 중구 서소문동 부영그룹 본사 © 시사저널 자료

시사저널은 4월26일자 ‘총선 이후 재계에 전방위 사정 태풍…부영·대우조선해양·롯데 3대 타깃으로 거론’(제1384호 참조)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향후 대우조선해양과 롯데그룹, 부영그룹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리란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실제 검찰은 앞서 대우조선해양과 롯데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부영그룹도 올해 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4월 국세청은 부영그룹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 고발 건의 경우,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건은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됐다. 따라서 검찰 내부에선 부영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고강도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이었다.

 

 

본지, 부영그룹이 제기한 형사소송 ‘승소’

 

본지 보도가 나간 직후인 5월, 부영 측은 시사저널을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부영그룹이 문제 삼은 부분은 ‘2009년 물적 분할을 하는 과정에서 법인세법 개정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과세를 피했다는 의혹도 특수1부에 배당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70여 개 고교에 기숙사를 지어 기부해 법정기부금 공제를 받은 뒤, 그 액수를 실제 건립비용 이상으로 과대 계상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사정기관에 접수됐다’ 등의 내용과 관련해서다. 본지는 형사 사건과 관련해 최근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혐의 없음’ 통보를 받았다.

 

이처럼 기사를 통해 제기한 의혹 대부분은 세금 관련 이슈였다. 그러나 보도보다 한발 앞서 이중근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선 K스포츠재단을 통해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시점은 세무조사가 한창이던 지난 2월. 당시 이 회장은 K스포츠재단 측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회의를 가진 바 있다. 이날 회의록에 따르면, 이 회장은 K스포츠재단 측의 70억~80억원대 자금 추가 지원 요청에 대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현재 저희가 다소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상반된다. K스포츠재단 측은 ‘조건을 붙여서 한다면 놔두라’는 최순실씨 지시에 따라 협상이 결렬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부영그룹 측은 회의록에 나타난 내용은 실제와 차이가 크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 회장은 인사만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고, 김시병 사장이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며 “김 사장은 자금 여력이 없는 데다,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영그룹은 그동안 수사 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수1부는 최근까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회장의 해외 원정 도박 사건에서 비롯된 법조계 비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어 최근에는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착수했다. 이로 인해 부영그룹에 대한 수사 시기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에 세무조사 무마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시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됐다. 이와 관련, 11월10일 김시병 사장은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본지가 앞선 기사를 통해 제기한 세금 관련 의혹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그 가운데 부영 측이 소송을 제기한 ‘물적 분할’ 건은 세금 탈루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그 자체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기사에서 언급된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부영그룹은 2009년 12월30월 부영을 부영주택으로, 동광주택산업을 동광주택으로 각각 물적 분할했다. 이 과정에서 자산을 감정평가해 신설법인에 양도했다. 이로 인해 부영주택과 동광주택의 자산은 4조2165억원 증가했다. 이전보다 61.6%나 늘어난 것이다. 늘어난 자산 대부분은 임대주택 자산이었다. 감정평가 결과, 증가한 자산 4조2165억원 가운데 임대주택 자산은 3조2047억원(76%)에 달했다. 이로 인해 부영그룹의 재계 순위는 54위에서 19위로 단숨에 뛰어올랐고, 금융권 대출 편의도 크게 향상됐다.

 

이처럼 자산이 크게 증가돼 신설법인에 양도됐지만, 부영그룹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 이는 물적 분할 시 주식양도차액에 대해 과세한다는 취지로 법인세법이 개정되기 직전이었고, 이런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부영의 고문 직책을 맡고 있던 기획재정부 세제실 출신의 이아무개씨가 중간에서 역할을 했다는 내부 제보가 검찰에 접수됐다.

부영그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본지를 상대로 제기한 소장을 통해 부영 측은 “개정 법인세법 시행 후에도 물적 분할에 대한 과세특례제도가 존재했고, 어느 시점에 물적 분할을 하든 자산양도차익의 과세이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 시사저널 이종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 시사저널 이종현

 

물적 분할 하면서 부당 이득 챙긴 의혹

 

그러나 부영그룹의 물적 분할은 그 자체가 임대주택법을 이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영은 임대주택법의 적용을 받는다. 국민주택기금과 각종 세제 혜택 등 공공임대아파트 사업자로서 수혜를 받는 일종의 대가다. 해당 법에는 임대주택 자산 평가의 기준이 되는 분양 전환 가격 산정 시 실제 투입된 건축비를 기준으로 하되,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하는 표준건축비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부도 2011년 공공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가격의 건축비는 표준건축비를 상한으로 하고 실제건축비를 분양 전환 가격으로 해야 한다는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부영은 상한선인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실시했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분양 전환 가격을 승인받는 과정에서도 이렇게 산출된 금액이 제시됐다. 부영을 상대로 한 전국 규모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부영 공공임대 아파트 분양 전환 입주자들은 150여 건, 1조6000억원대의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자들은 부영의 준공검사 당시 취득세 과세 표준을 근거로 청구액을 산출했다. 부영 측에서 소송 과정에서 실제 건축비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다. 업계에선 실제 건축비가 공개되면 소송 가액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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