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락의 풍수미학] 조선 5현 배출한 선비마을 ‘개평마을’에는 명당의 기운이 있다
  • 박재락 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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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절의(忠孝節義) 엿볼 수 있는 풍수지리 공간…생태환경입지도 갖춰
풍천노씨 대종가 돌담길 ⓒ 개평,창평마을 홈페이지

경남 함안군 지곡면의 개평마을. 함양을 대표하는 양반가의 세거지로 하동정씨, 풍천노씨, 초계정씨가 터를 잡으면서 집성촌을 이룬 곳이다. 예로부터 조선 5현(한원당 김굉필, 일두 정여창, 정암 조광조, 회재 이언적, 퇴계 이황)중 한 분인 일두 정여창의 생가 터를 비롯해 훌륭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선비마을로 유명하다.

 

개평마을의 입지는 함양군의 주산인 괘관산(掛冠山:1252m)의 지맥을 의지한다. 주산은 백두대간맥에서 분맥하여 기봉한 것이다. 산의 모양은 토형체를 띠고 있으며 중심용맥에서 좌우로 크게 활짝 개장하면서 뻗어내려 청룡지맥인 승안산(308m)과 백호지맥인 백암산(621m)을 세웠다. 또한 주산에서 뻗어 내린 중심룡맥은 현무봉을 이루고, 마주하는 곳에는 승안산(309m)이 자리한다. 이러한 지세의 중심공간에 개평마을이 있다. 

 

마을의 중심길을 따라 좌우로는 두 물길이 흐른다. 왼쪽으론 넓은 들을 끼고 흐르는 지곡천이고 오른쪽은 정주공간을 가까이서 굽이치며 감싸고 흐르는 평촌천이다. 두 물길은 차고 맑은 형태를 띠면서 흐르다 마을초입에서 서로 만난 뒤 다시 앞쪽으로 유유히 흘러나가서 남강과 다시 만난다. 즉 정주공간은 안온한 지세를 이루는 중심공간에 터를 이루고 두 물길을 득수함으로써 산과 물이 서로 조화를 이룬 입지를 갖췄다.

 

일두 고택 주변 마을 전경 ⓒ 개평,창평마을 홈페이지

400여년 현존하며 인물들 배출해

 

개평마을이 약 400여년 동안 현존하면서 훌륭한 인물들이 배출되었다는 것은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의 기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풍수지리학에서 양택입지가 명당의 지기를 받는 곳은 주산에서 용맥이 생룡형태를 이루면서 현무봉을 기봉한 곳을 의지하는지, 현무봉의 중심룡맥이 입수한 터인지, 주산에서 발원한 계류수가 정주공간으로 흐르는 내수인지, 안채공간에는 용출수가 솟아오르는 곳인지, 지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장풍을 이루도록 사신사를 갖춘 곳인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개평마을에 현존하고 있는 일두 정여창 고택과 풍천노씨대종가 터는 어떤 풍수지표를 갖춘 곳일까. 먼저 정주공간은 주산과 현무봉과 현무봉을 의지하고 있다. 주산의 내룡맥은 살아 움직이듯 일어나거나 다시 엎드리고(起伏), 산허리를 잘록한 형태를 만들어(過峽) 기를 모으기도 하였고(束氣), 좌우로 꿈틀꿈틀 몸을 뒤척이듯(屈曲) 행룡하면서 주산의 장엄한 산세가 순한 형태로 부드럽게 변하는 모습(剝換)이 이루어진 살아있는 용맥이다. 이러한 주산 용맥의 지기를 고스란히 응축하여 산진처에 봉우리를 세웠는데, 이것이 바로 현무봉이다. 현무봉의 모양은 금형체를 이루고 있다. 토생금의 상생지기를 그대로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때 중심룡맥이 입수한 터는 현손·장자발복지가 되지만 보조맥을 타는 터는 외손발복을 받게 된다. 

 

정여창 고택의 터는 서북쪽의 주산과 현무봉을 의지하기 위해 서북좌동남향으로 안채와 사랑채가 자리하고 있다. 서북쪽에서 흘러들어오는 중심룡맥이 입수하는 것을 받기 위해 좌향의 방향을 선택한 것인데, 정여창 선생의 생가지인 안채는 사랑채와 높이가 같은데 사랑마당만 낮은 것은 이 때문이다. 풍천노씨대종가는 다르다. 뻗어가는 중심룡맥이 45도 남쪽방향으로 틀면서 횡룡한 가지맥을 의지해 북좌남향으로 공간배치가 이루어졌다. 이곳은 중심룡맥을 바로 받기보다는 역량이 떨어진 터 잡이를 한 것이다. 지금의 풍천노씨종가는 하동정씨와 가문을 맺어 개평마을의 입향조를 이룬 것으로 알려져 오는데, 이러한 보조맥을 의지한 터가 외손에 의한 발복지를 증명한 풍수지표가 된다.

 

다음 주산에서 발원한 계류수는 물길을 이루면서 정주공간을 좌우로 감싸며 흘러들어오는 내수를 얻고 있어 두 번의 합수가 이루어진다. 풍수지리에서 득수는 수관재물을 뜻한다. 물길이 정주공간을 감싸면서 흐르다가 마을초입에서 서로 합수를 이루게 되면 용맥을 따라 흐르고 있는 땅속의 기는 더 이상 흘러나가지 못하고 생기(生氣)형태로 머물게 된다. 더구나 정주공간은 주산의 정기를 머금은 청량한 물길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흐르는 수세를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해 이곳의 터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메마른다거나 건조해지지 않도록 수변공간을 갖추고 있는 생태환경입지로 볼 수 있다.

 

 

정기 머금은 명당수로 일두 가문의 ‘솔송주’ 만들어

 

정여창 고택은 두 물길이 서로 만나 합수하는 곳을 향해 터를 잡았다. 이 지점은 정주공간의 중심부다. 중심룡맥을 타고 있는 정침공간의 맥이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고 오래도록 머물 수 있도록 좌향을 한 것이다. 안채마당에도 중심룡맥을 따라 흐르는 수맥의 명당수가 쉽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용출수형태로 머물 수 있게 우물을 조성해 놓았다. 대대로 일두 가문의 가양주인 ‘솔송주’가 유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바로 주산의 정기를 머금은 명당수인 용출수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명당수로 만든 음식은 가문의 구성원들 건강에도 영향을 끼치며 가문을 이어오는 풍수지표가 된다.

 

풍천노씨대종가는 북좌남향의 좌향으로 정침공간을 잡고 평촌천을 바라보는 임수(臨水)형태로 득수를 하였다. 물길형태는 궁수형태를 이루어 서서히 굽이쳐 감싸듯이 흐르는 수세이기에 수기는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 길수형태가 된다. 더구나 물길 건너 가까이 마주하는 곳은 나지막한 금형체 언덕이 안산을 이루기 때문에 부의 기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터 잡이를 한 것이다. 즉 북쪽방위의 정침을 상징하는 ‘수(水)’와 안산의 형체인 ‘금(金)’이 ‘금생수’의 상생지기를 적용했다. 득수와 정침좌향이 생기를 머물게 하여 귀한 인물을 배출한다거나, 수기를 지속적으로 받음으로써 부귀겸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백문이 불어일견’이라 했다. 특히 정여창 고택은 5인의 효자와 충신을 배출했다는 걸 알리는 충·효 정려편액이 다섯 개나 걸려 있는 솟을대문이 있다. 이곳이 중심룡맥이 흐르는 터닝포인트 지점이다. 이곳을 지나는 순간 명당의 기를 받을 수 있다.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사랑채 벽면의 충효절의(忠孝節義) 글씨는 누군가의 마음속에 새겨 둘 중요한 지표가 될 것 이다. 가까운 주말에 가족과 함께 우리의 한국학인 풍수지리가 적용된 명당공간, 개평마을을 찾아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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