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나라를 구합시다!…믿을 건 국민뿐
  • 김현일 대기자 (hikim@sisapress.com)
  • 승인 2016.11.18 10:49
  • 호수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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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최순실’로 하루가 시작되고 끝납니다. 뉴스를 대하는 게 끔찍합니다. 이게 무슨 나라인가 싶어 스스로가 한심합니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 핵심들의 죄상이 까발려지는 중입니다. ‘대통령급(級) 최순실’ 일당의 국정 농단 놀음이 뉴스의 대종입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나 새누리당 몇몇 의원의 소행이 드러나면 김종 문체부 차관쯤은 ‘잡범’ 수준이 될 겁니다. 죄가 경미하다는 게 아니라 상대적 위치가 그렇단 얘깁니다. 우 전 수석이나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은 검찰이 싸고돌아 어떨지 모르나 특검도 있으니 지켜봐야죠.

 

‘최순실 사단’ 비리는 규모도 규모지만 수법이 더 놀랍습니다. 정부와 재벌을 쥐락펴락했습니다. 아예 자기네 계획에 따라 사람을 심고 예산을 세워 통째로 해먹었습니다. 민간 아낙네와 그 하수인이 장·차관급들을 종 부리듯 하는 등 무지막지한 게 원체 많아 청와대 수석이 VIP 뜻이라며 대기업을 겁박한 조폭 행태도 놀랍지 않습니다. 최고 실세라던 김 전 실장이나 우 전 수석이 ‘최순실 사단’ 멤버였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문고리 3인방’처럼 ‘두 대통령’을 모셨음은 짐작됩니다. 이래저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입니다. 특별관계인 최순실의 실정법 위반이 엄연하니 ‘피의자(被疑者)’인 셈입니다. 자칫 퇴임과 동시에 형사 처리되는 대통령을 바라볼 소지도 배제 못합니다.

 

 

© 뉴스뱅크이미지·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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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본지 1396호에 ‘박 대통령을 돕자’는 글을 올렸습니다. 일본의 식민지가 된 100년 전보다 심각한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다급해진 대통령이 엉뚱한 사고를 치지 않도록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려했던 대로 일을 저질렀고 죄다 들통났습니다. 4개월 전 당시는 오늘과 비교하면 차라리 호시절입니다. 나라 전체가 골병든 국정마비 상황에서 성난 민심은 대통령 퇴출을 외치고 있습니다. 위선 딱지에다, 범죄와 이리저리 얽힌 대통령은 연명(延命)에 급급합니다. 와중에 한국의 안보·경제와 직결된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보호주의를 내건 트럼프가 당선됐습니다. IMF 국가부도 사태 때보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런데도 대통령은 2선 후퇴엔 고개를 젓고, 야당은 저들이 요구한 ‘국회의 총리 추천’을 거부한 채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 무슨 무책임한, 염치없는 짓거리들입니까.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24일 깜짝 개헌 추진을 선언했습니다. ‘국정 블랙홀’이라며 입도 뻥끗 못하게 단속하더니만 본인은 꺼내 들었습니다. 개헌 발표 사흘 전 청와대 정무·민정 수석 등과 새누리당 Y 의원 등이 모여 궁리해 냈다고 전해집니다. 딴에는 위기 탈출용, 정국주도권 탈환용 회심의 카드였으나 메가톤급 폭발은커녕 헛방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북풍(北風)’ 정도인데 행여 여기에 미련을 갖는다면 벌 받습니다. 개헌이 최순실 태블릿PC 하나로 불발됐음을 상기하면 됩니다. 야당도 정신 차려야 합니다. 이 비상시국에 국민들의 분노나 부채질하며 꼼수를 부리는 것은 미련한 짓입니다. ‘집권에 유리(有利)’가 아니라 호기나 잃는, 묘혈을 파는 지름길일 터입니다.

 

이렇게 당부는 해 보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난망입니다. 청와대, 여야 모두 제정신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믿기 어려운 청맹과니인데 오죽할까 싶습니다. 그러니 어쩝니까. 현명하신 국민들이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죠. 나라를 구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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