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헌재 통과할까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6.11.22 14:19
  • 호수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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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재판관 7명 중 6명 찬성해야 탄핵 가능한 상황

“지난 주말(11월12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처음 나갔다. 구호가 난무하고 과격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축제 분위기여서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대기업 임원 출신이 한 말이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 성향 후보를 ‘줄곧’ 찍었다는 이 인사는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했고 집회까지 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다니는 (서울 강남의) 성당 교인들에게 촛불시위 분위기를 전했더니 다음 집회 때는 자기들도 나가겠다고 해서 함께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강남 콘크리트 지지층’도 붕괴하고 있다. 갤럽이 11월15~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율은 3주째 역대 최저치인 5%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성난 민심의 향방은 박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박 대통령의 선택지는 크게 네 가지. 하야할 것인지, 탄핵 정국으로 들어갈 것인지, 현 상태를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인지, ‘질서 있는 퇴진’을 할 것인지의 갈림길이 서 있다. 야권은 대통령 하야와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사진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7월28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김영란법’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시사저널포토

비박계 합세하면 국회 통과 무난할 듯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 친박계 기류는 다르다. 박 대통령은 하야나 2선 퇴진이 아닌 버티기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박 대통령의 불법 혐의가 하야나 퇴진할 정도는 아니라는 인식이다. “검찰과 특검 수사 결과 잘못이 있다면 그때 책임지면 되는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단호한 입장이다. “하야는 헌정이 중단되고 국가적 혼란을 부른다”는 논리도 꺼낸다. 그러면서 “헌법 절차에 따른 탄핵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다. 하야나 퇴진보단 탄핵 정국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은 청와대와 친박계의 탄핵 유도를 강하게 의심한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탄핵 정국으로 가려는 노림수는 여럿이다. 들끓고 있는 성난 민심이 시간이 가면서 가라앉길 기대한다. 흔들리는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재결집할 수 있는 시간 벌기도 가능하다. 반전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는 여권으로선 박 대통령 퇴임 이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주자가 부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얻게 된다. 여권의 유력 주자로 거론됐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제3지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탄핵은 성사될 수 있을까. 우선 대통령이 헌법 또는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에 가능하다. 검찰과 ‘최순실 특검’ 수사, 국회 국정조사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불법 혐의가 드러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다음은 국회 몫이다. 탄핵 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 발의와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된다. 발의는 무난하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등 야권 성향 의석수는 171석. 과반을 넘는다. 의결도 현재 기류라면 가능하다. 야권 171석에 29석만 더하면 200석으로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 새누리당 의원 29명만 동조하면 된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 갈등은 임계점에 다다랐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사퇴와 재창당을 요구하는 비상시국위원회를 꾸렸다. 한 지붕 두 가족의 내홍은 극심하다. 최순실 특검 법안 발의자 209명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 의원은 50명이며, 국정조사 요구안 찬성 서명자 191명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 의원은 29명이었다. 대부분 비박계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비박계 의원 찬성으로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박계도 대체로 탄핵을 주장하고 있어 국회 소추는 가능할 수 있다. 여기에 친박계 일부가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다.

 

 

박한철·이정미 퇴임…“결원은 탄핵 반대 간주”

 

탄핵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인용)하면 파면된다. 헌법재판소법에는 모든 사건을 180일(6개월) 안에 처리하도록 돼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은 두 달 만에 반대(기각) 결론이 나왔다. 헌재가 탄핵에 반대하면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한다. 반대로 헌재가 찬성하면 그 후 60일(2개월) 내에 대선을 치르게 된다.

 

따라서 키(key)는 헌재가 쥐고 있는 셈이다. 야권은 현재까지 헌재 통과를 자신할 수 없는 입장이다. 헌법재판관 상당수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헌재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우려는 감지된다. 헌법재판관 9명의 성향으로 봤을 때 탄핵 찬성으로 결론이 날지 의문을 제기하는 법조계 인사가 적지 않다. 대검 공안부장 출신인 박한철 헌재 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했다.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추천했고, 공안검사 출신인 안창호 재판관은 새누리당이, 김창종·이진성 재판관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양승태 대법원장이 각각 추천했다. 이정미 재판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이용훈 대법원장이, 강일원 재판관은 여야 정당이, 김이수 재판관은 야당이 추천했다. 이들 가운데 6명 이상이 탄핵 찬성 결정을 내려야만 비로소 대통령 탄핵이 성사된다.

 

이에 대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당장 헌재 결정이 내려진다면 헌재는 탄핵을 결정할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6개월 후는 어떨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임기는 6년, 연임할 수 있다.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은 내년 1월과 3월 각각 퇴임한다. 헌재 판결의 변수가 생기는 셈이다. 헌법재판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이기 때문에 후임 내정자는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기 전까진 결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재판관 7명 가운데 6명이 탄핵을 인용해야 탄핵이 가능해진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1월15일 국회에서 열린 야3당의 탄핵 절차 토론회에서 “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결원이 생기면 그만큼 탄핵 반대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고검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들은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헌법재판관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구성된 재판관들의 성향을 볼 때, 그리고 결원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 때 헌재가 탄핵 반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야권에 탄핵은 ‘뜨거운 감자’다. 박 대통령이 하야나 퇴진하지 않을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지만 신중할 수밖에 없다. 국회와 헌법재판소, 어느 쪽에서든 탄핵안이 부결되면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된다.

 

만약 검찰과 최순실 특검 수사, 국정조사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사실들이 밝혀지면 ‘촛불 민심’은 ‘횃불’로 바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보수 성향’인 헌재라도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탄핵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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