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상-장려상] 대형마트에서 홀대받는 ‘마트 아줌마’
  • 조형진(상명대 콘텐츠저작권학과)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24 14:30
  • 호수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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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저임금·고강도 노동 개선돼야”

9월16일 추석연휴가 한창이던 금요일에 대형 유통업체 이마트에서 일하는 근로자 박아무개씨(여·44)는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풀타임’으로 일했다. 추석연휴지만 넘쳐나는 손님들에 비해 일손이 부족해 무려 5시간이나 초과 근무했다. 추석 기간에 박씨를 비롯한 소위 ‘마트 아줌마’에게 초과 근무는 명절에 음식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당연시된다. 이들에게는 명절 증후군을 느낄 시간도 없었다.

 

이는 단순히 명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마트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권익 문제는 최근 4~5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할 정도로 이슈가 돼 있다. 이마트에서 이들의 명칭은 ‘전문직’ 직원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전문직으로 분류된 단순 무기계약직 근로자’다. 보통 40대부터 50대가 대부분인데, 매장에서 상품 진열·이동·관리를 전담하는 일이 일반적인 업무다.

 

2015년 국내 대형마트 시장 규모는 약 39조6000억원, 올해 매출은 4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작 이곳에서 일하는 단순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 연합뉴스

단순 무기계약직의 함정

 

이마트의 ‘전문직’ 직원들은 주 40시간 정도의 일을 한 뒤 세금을 공제하고 보통 100만원에서 120만원 정도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연장 근로 여부에 따라 금액에 변동이 있지만 최대 150만원을 넘지는 않는다. 이는 한 달을 꼬박 일해도 2015년 4인 가족 최저 생계비인 166만8329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문제는 2013년 3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음에도 낮은 급여와 업무의 과중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3월 이마트는 하도급 직원 1만78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직원들은 정규직이 되면서 주 40시간 근무를 보장받으며 부당한 해고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상여금 지급 등의 복리후생도 새롭게 생겼다. 언론과 각종 매체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했고 이마트는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반면 노동계는 매우 상반된 입장으로 비판에 나섰다. 이때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은 그저 ‘안 잘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당시 1만여 명의 직원들은 이마트 소속으로 전환은 됐지만 ‘전문직’으로 따로 분류됐다. 모기업인 신세계에 입사한 ‘진짜 정규직’ 직원들은 ‘공통직’에 해당된다. ‘전문직’으로 분류된 직원은 승진의 기회도 없고 성과에 따른 연봉 인상도 없다. ‘마트 아줌마’가 진짜 정규직인 ‘공통직’이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허울만 좋은 또 다른 비정규직을 만든 셈이다. 그래서 노동계에서는 단순 무기계약직을 ‘중규직’ 또는 ‘반규직’이라고 부른다.

 

이 같은 처지는 이마트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국내 대표 유통업체인 롯데마트에서는 ‘행복사원’이란 이름으로, 홈플러스에서는 ‘파트타이머’로 1년6개월을 일하면 역시 비슷한 형태의 단순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된다.

 

이마트 노동조합의 김성한 사무국장은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트 근로자들을 전문직으로 구별하지 말고 모두 공통직(정규직)으로 통합해 임금 및 승진에 대한 차별을 없애라고 꾸준히 요구 중”이라며 “하지만 이마트 측에서는 ‘동종업계 대비 자사의 근로조건이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며 요구 조건들을 계속 묵살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시간에 대한 기본급 64만9000원

 

단순 무기계약직인 ‘마트 아줌마’의 처우는 임금을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이마트 근로자 박씨의 2016년 8월 월급명세서를 확인해 봤다. 이 월급명세서에 따르면 박씨는 해당 달에 주휴수당이 포함된 209시간의 월 소정근로시간과 더불어 5번의 연장수당이 포함됐다. 총지급액에서 공제총액 15만원을 빼고 남은 실제 수령액은 약 130만원이었다. 연장 및 심야 수당을 제외하고 받는 금액은 한 달을 꼬박 일해서 11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어떤 달에는 이 정도 금액도 못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대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서 평균적으로 형성되는 하루 일당이 8시간 기준으로 5만~7만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이들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특히 임금 구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기본급 64만9000원’이다. 각종 수당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마트 노동조합의 김성한 사무국장은 “이마트는 월급 구성을 기본급과 직무능력급을 고정으로 두고 그 외에 수당을 지급하는 형태로 월급이 100만원이 되도록 애초에 산정해 놓고 그에 맞춰 적절하게 금액을 분할하는 형태”라며 “하지만 공통직(정규직)의 경우 직무능력급에 해당하는 금액이 기본급에 포함돼 있고 각종 수당은 또 따로 붙어서 결국 연봉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은 “월급을 구성하는 항목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임의로 구성을 달리할 수 있다”며 “기본급은 단순히 총 근로시간과 시급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근로자들은 임금에 대해 만족할까. 근로자 대부분이 40~50대 주부임을 생각하면 100만원 남짓의 월급이 만족스럽지 않음은 당연하다. 근로자 박씨는 “물론 만족스럽지 않다. 주변 다른 사원들과 이야기해 봐도 50만원 정도는 더 받았으면 한다는 이야기들이 많다”며 “기본급이 낮게 책정된 데 의문이 있지만 다들 나이들도 꽤 있고 또 이마트처럼 큰 기업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지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편없는 급여에도 불구하고 업무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각 유통 기업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실질 업무량이 급증했다. 늘어난 업무량에 대해 그만큼의 인력보충이 필요하지만 대책은 없었다. 오히려 대형마트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전문직 사원 수를 더 줄이고, 6개월에서 1년 정도만 계약하고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다시 채용하는 추세이다.

 

 

‘마트 아줌마’의 행복추구권

 

이마트는 2012년부터 ‘점장 책임제’를 통해 매출 책임을 지점의 장들에게 돌렸다. 이어 2014년 이후부터 신규 전문직 직원의 채용을 본사가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거절했다. 그러자 각 지점에서는 약 2년 전부터 비정규직 단기 근로자를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다. 몇몇 지점에서는 이마저도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채용을 꺼리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로 업무량의 증가는 40~50대에 해당하는 ‘마트 아줌마’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마트에서 근무하는 단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유통 3사 노동조합은 기본급이 인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본급이 65만원 정도로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복리후생이나 수당이 붙는다 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규직 사원과 차별 없이 기본급 자체를 늘리는 것이 문제 해결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이마트 노동조합의 김성한 사무국장은 “최저시급 인상은 곧 기본급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입사원 초봉 수준인 월 200만원은 받아야 근로자들에게 기초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고 싶었다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장려상 수상자 조형진 © 시사저널 임준선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계속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 물류 아르바이트를 자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트에서도 일을 하게 됐다. 마트에는 어머니 나이대 분들이 대부분 일을 하고 계신다. 남자가 들기에도 버거운 물건을 진열하고 창고 정리도 하며 허리를 붙잡고 일을 하신다. 가끔 손님이 불만을 제기하며 화를 내도 친절과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 했다. 모두들 가정으로 돌아가면 저녁 반찬거리 사러 다시 마트에 장을 보러 오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다.

 

시간이 지나도 마트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근무환경은 변함이 없다. 임금도 그대로였다. 업무 강도만 더 세졌다. 달라진 것은 동네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 생겨서 골목 상권이 점점 힘들어지는 모습이다. 너무나도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 비정규직 요구를 수용한다며 ‘단순 무기계약직’ 근로자만 만들어냈다.

 

이 기사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분명 국내 3대 유통업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우리나라 유통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이다. 국내 소비자들 덕을 굉장히 많이 본 기업이다.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법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또 다른 모습의 비정규직을 만들어낸 점은 과연 이들 유통업체가 외치는 ‘고객제일’ 또는 ‘고객만족’에 부합하는 것일까. 적법성과 사회적 타당성은 다르다. 유통3사가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기를 바라며 기사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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