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10’, 삼성전자·현대차 악재에도 비교적 선방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28 10:11
  • 호수 14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가총액 기준 10대 기업 3분기 실적 분석…매출 5.6%, 영업이익 4.6% 증가

2016년도 어느덧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기업 활동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상장법인 대다수는 11월14일 올 3분기(7~9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본지는 시가총액 기준 10대 기업(삼성전자·SK하이닉스·한국전력·현대차·삼성물산·네이버·현대모비스·삼성생명·포스코·신한금융지주)의 3분기 보고서에 나오는 3대 재무제표(연결자본상태표·연결손익계산서·연결현금흐름표)를 분석했다. 올 2분기나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금액 차이가 큰 항목 위주로 그 원인을 밝히는 방식으로 개별 지표들을 살펴봤다. 공인회계사 윤석민 세연회계법인 대표가 자문했다. 

 

3분기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대 기업들은 지난 2분기보다 나은 성적표를 내놨다. 10대 기업들은 단순합산으로 3분기에 매출 152조2448억원을 올렸다. 이는 2분기 매출 144조571억원보다 5.6%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3분기 18조3352억원으로 2분기(17조5183억원)보다 4.6% 증가했다. 3분기 현금흐름도 지난해보다 개선됐다. 현금흐름이란 기업활동(영업·투자·재무활동 등)을 통해 나타나는 현금의 유출입을 말한다. 3분기 10대 기업은 영업활동으로 68조8464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투자활동과 재무활동으로는 각각 49조1279억원과 13조946억원이 유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투자·재무활동 현금흐름이 각각 61조4909억원, 마이너스 49조9884억원, 마이너스 2조2330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재무활동에 유독 많은 현금이 유출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10대 기업이 지난해보다 올 3분기에 빚을 많이 갚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시사저널

삼성전자·현대차 악몽의 3분기

 

10대 기업 중에서도 ‘넘버원’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이라는 악재 탓에 3분기에 웃지 못했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5조2001억원으로 직전인 2분기(8조1440억원)보다 무려 3조원가량이나 줄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4조537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3095억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가 투자자산과 유형자산을 각각 7499억원과 835억원에 처분해 순이익의 감소폭을 줄인 탓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9월 ASML·램버스·시게이트테크놀로지·샤프 등 투자자산으로 분류하는 외국회사 지분을 대거 팔았다. 삼성전자는 ASML 보유 주식의 절반인 629만7788주를 팔아 6000억원가량을 회수했다. 시세차익은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또 시게이트테크놀로지 주식 1254만 주 전량을 팔아 3558억원가량을 회수했다. 이로 인해 시세차익을 2200억원가량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램버스와 샤프 지분을 처분해 손실을 냈다. 램버스는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고, 샤프는 일본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다. 삼성전자는 램버스와 샤프 지분을 팔아 각각 253억원과 780억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자동차는 최악의 여름을 보냈다. 3분기 영업이익은 1조6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0% 줄었다. 3분기 매출도 22조83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7% 줄었다. 영업이익은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가장 저조했다. 3분기 영업이익률도 4.8%로 6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 실적 악화의 원인이었다. 현대차는 3분기에 총 108만4674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 줄었다. 올 2분기와 비교하더라도 15.6% 감소했다. 현금흐름을 보면 3분기 현대차의 현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3분기까지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현금은 4846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3분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2조889억원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대신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입은 지난해보다 늘었다. 빚을 그만큼 많이 냈다는 뜻이다. 지난해는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입이 2조912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3조2196억원이 들어왔다. 특히 현대차의 차입금은 매년 증가해 2014년 말 54조원이었던 규모는 올 3분기 말에 66조원으로 증가했고, 이 기간 동안 부채비율도 135%에서 141%로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말 재무 상태는 지난해 말보다 좋아졌다. SK하이닉스 자본은 지난해 말 21조3877억원에서 올 3분기 말 22조45억원으로 늘었다. 반대로 부채는 지난해 말 8조2902억원에서 7조1624억원으로 1조1278억원 줄었다. 특히 3분기에만 부채가 4662억원 감소했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8.7%에서 올해 9월말 32.5%로 낮아졌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올 2분기보다는 늘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매출 4조2436억원, 영업이익 726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7.5% 줄었다. 반대로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7%, 60.3% 증가했다.

 

ⓒ 시사저널

SK하이닉스·포스코·삼성물산, 회복 신호탄

 

포스코 역시 3분기에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3분기 매출 12조747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조9959억원 대비 1조2484억원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조3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19억원 대비 3823억원 늘었다. 분기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은 2012년 3분기 이후 4년 만이다.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늘어난 이유는 매출원가의 감소에 있다. 매출원가는 원료비·운반비 등 매출을 올리는 데 필요한 각종 비용이다. 3분기 포스코의 매출원가는 10조78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조3977억원보다 1조6122억원 줄었다. 3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1조2484억원 줄었으니 약 3638억원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47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82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지분법 적용대상인 관계기업과 조인트벤처의 당기순손익에 대한 지분’에서 3228억원이란 큰 폭의 적자를 냈다. 한마디로 포스코와 지분으로 연결돼 있는 관계 기업에서 손실이 크게 났다는 뜻이다. 지난해엔 해외 관계기업에서 손실이 크게 났지만 올해엔 711억원으로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이 맹활약한 덕에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건설부문은 총매출(3분기 누적 기준)의 44.61%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면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부문이다. 건설부문 3분기 매출은 비수기 영향으로 지난 분기보다 소폭 줄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1527억원으로 2분기 1183억원보다 늘었다. 1분기 영업손실 4144억원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반전이다. 영업이익률도 5.1%로 다른 경쟁사보다 높았다. 해외 건설 부문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고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공사 수주가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상사부문도 나아졌다. 3분기 영업이익은 13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조금 늘었다. 2분기 영업이익은 109억원이었다. 자원 거래물량은 줄었지만 섬유인프라 거래는 늘어 이익이 늘었다. 3분기 매출은 2조5430억원이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상사 업종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포스코대우, 현대상사 등 다른 상사들은 영업이익률 1%가량을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삼성생명·신한지주, 3분기에 활짝

 

네이버는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3분기 매출은 1조1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405억원보다 20.5%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2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27.6% 증가했다. 올해 일본과 미국에 상장한 자회사 라인이 일등공신이었다. 라인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5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늘어났다. 네이버는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7541억원을 확보해, 이 중 6033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은 현금을 가지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8014억원이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3분기 말 1조7372억원으로 9357억원 늘어났다. 답은 재무활동 현금흐름에 숨어 있다. 네이버는 종속기업 라인의 유상증자를 통해 1조3745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빌린 돈을 갚고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도 한참 남는다. 네이버는 단기 차입금 상황, 사채 상환 등에 5700억원을 쏟아 부었다.

 

삼성생명의 3분기 순이익은 51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7% 늘었다. 영억이익은 397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5.4% 증가했다. 매출 역시 8조1378억원으로 13.6% 늘었다. 보험 수익은 줄었지만 이자 수익이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다만 3분기 순이익 증가는 태평로 본사 매각이익 2777억원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3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262조100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3.8% 늘었다. 지급여력비율(RBC)은 388.3%를 기록했다. 전분기 373.5%보다 좋아졌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나타낸 지표다. 지급여력비율이 100%면 모든 계약자에게 일시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은 이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그룹(신한지주)은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2100억원(연결포괄손익계산서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 이어, 2년 연속 순이익 2조원 이상을 거뒀다. 분기 실적 기준으로 7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시장 예상치를 넘는 깜짝 실적)다.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생명 등 비은행 계열사가 고루 성장하고 있다. 신한지주는 3분기 누적 영업수익으로 2조5000억원가량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2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순이자수익이 5조3128억원가량으로 3500억원가량 늘어난 덕이다. 이자수익은 거의 변화가 없지만 이자비용이 3500억원가량 줄었던 게 컸다. 특히 만기 1년 이내 금융상품인 단기매매금융상품을 매매해 2470억원 이익을 냈다. 지난해 3분기(누적 기준)엔 이 항목에서 6263억원가량 손실을 입었다. 현금 및 예치금은 3000억원가량 줄었으나, 단기매매금융자산이 6000억원 이상 늘었다. 단기간에 처분해 시세차익을 거두고자 취득한 금융자산 증가액이 현금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대출채권은 13조원가량 늘었다. 부실 규모를 따져야 하겠지만 신한지주 계열사들이 대출 영업을 잘 해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매도가능금융자산도 2조원가량 늘었다. 이에 자산은 20조원가량 증가했다. 예수부채는 지난해 3분기 말보다 12조5000억원가량 늘었다. 그만큼 고객 예금 유치에도 성공했다는 뜻이다. 

 

 

한국전력과 현대모비스는 뜨뜻미지근

 

한국전력은 올여름 더위만큼이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7~9월 3개월 동안 한국전력은 전기를 팔아 14조7014억원을 벌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은 14조3181억원이었다. 올여름 3833억원을 더 벌었다. 한국전력의 3분기 영업이익은 약 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전은 올해 폭염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혔다. 이에 한전은 3분기에 엄청난 이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이유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8월 내놓은 ‘7~9월 가정용 전기 누진제 한시적 완화’ 방침 때문이었다. 이 조치로 3분기(7~9월) 가정용 전기요금은 약 19% 인하됐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1년 사이 6조3380억원 줄었다. 기타이익이 지난해 8조5000억원에서 올해 523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엔 2014년 현대자동차에 매각한 ‘삼성동 한전 부지’ 대금이 들어오면서 일회성 이익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3분기 매출이 8조7780억원으로, 2분기 9조8540억원보다 10.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조320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6% 감소했다. 애프터서비스(A/S)용 부품 사업부문이 선전(善戰)하고 있다. 레저용 차량(RV) 판매가 늘어난 지 4년이 지나면서 마진율 높은 애프터서비스용 부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이 연초 37조7748억원에서 3분기 말 39조1635억원으로 1조3887억원 늘었다. 9개월 사이 늘어난 자산의 비밀은 이익잉여금에 숨어 있다. 현대모비스는 연구 및 기술개발 적립금, 사업 확장 용도로 임의적립금을 크게 늘렸다고 설명한다. 2014년 매출의 1.4%를 차지했던 연구개발비는 2015년 1.73%, 올해 3분기 1.79%로 꾸준히 늘고 있다. 3분기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 2조1234억원을 확보해, 이 중 9758억원을 투자에 활용했다. 올해 들어 현대모비스의 분기별 투자를 보면 특히 3분기 투자확대 흐름이 두드러졌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