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후 청운동 상인들이 한숨 쉰 까닭은…
  • 구민주 기자 (mjooo@sisapress.com)
  • 승인 2016.11.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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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촛불집회 때 청운동 일대 상가 ‘모처럼’ 문전성시

지난 4주 간 토요일마다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청운동 일대 상점들은 파리만 날렸다. 나들이객,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한창 붐벼야 할 시간인데도 아예 가게 문을 닫은 곳이 여럿이었다. 미리 준비해 둔 재료는 그대로 버려졌다. 길 건너 광화문 일대 상점들의 연이은 매출 대박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일부 상인들은 정부에 보상이라도 해달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하소연했다.

 

5차 촛불집회가 열린 11월26일, 발길 뜸하던 상점마다 모처럼 문전성시를 이뤘다. 법원이 처음으로 청와대 앞 200m, 청운동 주민센터까지 행진을 허가해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원이 애초에 제한한 오후 5시30분을 훌쩍 넘어 자정까지 시민과 경찰 간 대치가 계속되면서, 마감 이후 시간까지 식당과 카페 등 가게마다 자리가 가득 찼다.

 

경찰 차벽에 막힌 청운동 상가의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해산한 시민들로 거리가 텅 빈 후, 길었던 하루를 정리하던 상인들을 찾아 소회를 물었다. 깜짝 매출로 인한 행복한 비명 대신 뜻밖의 한숨이 돌아왔다. 장시간 대치했던 지점에 위치한 메밀음식점 사장 오희엄씨는 “평소보다 1.5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 몇 주를 따져보면 결국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풍이 오면 어민들이 뜻밖의 손해를 입듯, 우리에겐 이 집회가 갑작스런 태풍처럼 느껴진다”고도 덧붙였다. ㄱ카페 사장 김종선씨 역시 평소의 1.5~2배의 매출을 올려 모처럼 안도했지만, 지난 두 주간 그냥 버린 재료비만 약 50만원이었다며 아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거리 초입, 100여 개 식당이 즐비한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의 한숨은 더욱 크다. 이날도 지난 손해를 메우려는 듯 모든 식당의 불빛은 더 오래 켜있었다. 가장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둔 닭갈비집 홍아무개 사장은 다음 주 월요일까지 팔 재료까지 일찍이 동이 나 저녁 무렵 추가로 공수해 와야 했다. 매출도 평소의 2배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당장 다음 주에 또다시 이 길이 막혀버릴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홍씨는 “이곳으로는 들어올 수 있게 어디 길 하나만 뚫어줬으면 좋을 것 같다”면서 “다음에 또 지난 몇 주처럼 이 길을 막는다면 경찰청에 진정서라도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주변 상인들과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운동 주민센터 앞 행진에 대한 법원의 허가는 불과 집회 하루 전 오후에 발표됐다. 따라서 길이 뚫리고 손님이 몰릴 것을 대비해 여분의 재료를 준비해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ㅍ제과점은 평소 주말에 비해 아메리카노 100~150잔을 더 팔렸지만 이후엔 종이컵이 부족해 더 팔 수 없었다. 같은 거리 ㅂ치킨집 아무개 사장은 당연히 이 날도 길이 막힐 것으로 예상해 아르바이트생들을 모두 부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밀려오는 손님에 부랴부랴 이웃을 불러 일손을 덜어야 했다. 그는 “당장 다음 주에도 아르바이트생을 불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가늠을 못 하겠다”며 답답해했다.

 

골목 구석에서 담뱃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집회 현장에서 보이는 풍자적인 피켓팅을 보며 우리가 ‘웃프다’고 하지 않는가”라며 “우리 상인들도 오늘 딱 그런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역대 가장 많은 담배 매출을 올린 날이었지만, 담배가 팔릴 때마다 ‘국민들이 어지간히 답답한가보다’ 생각했다고 한다. 이날 만났던 청운동 일대 상인들은 영업의 막막함에 고개를 저으면서도 하나같이 “집회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멈춰야 하는 건 집회가 아니라, 숨 쉴 틈도 주지 않는 단단한 경찰 차벽, 그리고 좀체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는 대통령 고집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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