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석 변호사의 생활법률 Tip] 대통령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 박현석 변호사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2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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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권한대행의 직무대행 가능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지금까지 대통령 탄핵절차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이번 글에서는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이 이뤄진 이후 권한대행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우리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궐위란 대통령의 사임․사망,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인한 파면 등을 말하는 것이고, 사고란 질병으로 인한 직무수행불능상태, 뇌사상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로 인한 권한정지를 말한다.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안이 가결된 순간부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직무집행이 정지가 되고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자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월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돌아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주권자인 국민들의 직선제 투표를 통해서 선출된 대통령으로서 행사하는 권한 전부를 그러한 민주적 정당성을 보유하지 못한 국무총리가 대행하는 범위는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이다. 이 점에 대해서 우리 헌법과 법률은 침묵하고 있다.

 

먼저 대통령권한대행이 대통령과 동일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우리 헌법이나 법률이 대통령권한대행에 대해서 어떠한 제한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형식적으로는 가능한 논리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과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갖는 등 그 권한이 폭넓고 국민의 투표로 선출되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권한대행이 대통령과 동일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편으로 대통령권한대행은 현상유지에 한정되는 권한을 행사하고 궐위시의 경우는 조속히 대통령선거를 실시해 권한을 이양하는데 주력해야 하며, 사고시의 경우는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때까지 필요최소한도의 권한행사에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 견해는 상법상 직무대행자 등 민사법상 일반 법리에도 부합하고 법감정상으로도 무리가 없으나 실정법상 아무런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강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러시아의 경우 헌법에 대통령권한대행은 국가두마(의회) 해산권, 국민투표 실시권, 헌법개정안 제안권을 가지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권한대행은 국민투표에 관한 권한, 하원 해산권 및 헌법개정 제안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통령의 유고시에 대통령과 함께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른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거나 대통령권한대행을 하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미국식 대통령 선거제도의 독특한 점(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가 함께 선거를 치른다)에 기인한다.

 

사견으로는 대통령권한대행은 국정 현안에 대한 현상 유지에 그쳐야 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다만 국가에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처할 권한은 부여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혼란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대통령권한대행법을 만들어 두면 좋을 것 같다. 좀 기교적이기는 하지만 이 법을 만든다면 대통령 사고시와 궐위시의 경우를 구별해 사고시의 권한을 더 축소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국정 현안에 대한 현상 유지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헌법기관의 임명권에 대해서는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과 같은 헌법기관들의 중요도나 임기로 볼 때 직무대행자가 임명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면에서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황교안 총리 내지 권한대행자가 임기가 만료되는 헌법재판관 내지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외국 입법례에서 보았듯이 국민투표 부의권, 사면권, 국가긴급권 행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들이 다수인 것 같다.

 

그러나 이 부분은 어느 한 쪽의 견해가 전적으로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없다. 특히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거국총리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면 권한대행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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