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분당’ 김무성 손에 달렸다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01 09:41
  • 호수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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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탈당하면 30여 명 추가 탈당할 것으로 예상돼

최순실 게이트로 난파선이 된 새누리당호에서 선원들이 탈출하고 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1월22일 탈당했다. 이들의 탈당은 분당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남 지사는 탈당의 변에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당다움을 잃어버렸다. 새누리당으론 자유와 나눔, 배려의 가치 그리고 미래비전을 담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 지사는 “생명이 다한 새누리당을 역사의 뒷자락으로 밀어내고자 한다. 그 자리에 정당다운 정당,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적 중도보수 정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들은 탈당파를 규합한 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을 자신했다. 김 의원은 “상당히 많은 (새누리당 의원) 분들이 고민하고 계신 것으로 확인했다. 탈당 고민을 하는 의원이 20명 이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정도면 교섭단체 구성을 마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정두언·정태근 등 비박계 전 의원 8명도 11월23일 탈당해 선도탈당의 동력을 이어갔다. 이들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새 길을 찾겠다. 구태를 갈아엎고 뼈저린 각오로 새로운 땅을 개척하겠다”며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과 공평, 효율과 성장, 그리고 분배까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개혁적 중도 보수로 가는 길을 찾아 우리는 떠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남 지사와 김 의원과 함께 중도 보수신당 창당 등 향후 정치 일정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11월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불출마 등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무성, 탄핵 발의 후 탈당하나

 

비박계의 탈당 행렬이 순풍을 타는 듯했지만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김 전 대표는 11월2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올인하겠다며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당에 남아서 우선 박 대통령 탄핵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탈당과 신당 창당을 이끌 수 있는 김 전 대표가 탄핵 발의 이후로 탈당을 미룬 모양새다.

 

비박계의 다른 중심축인 유승민 의원도 탈당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정현 대표 등 당 지도부가 하루라도 빨리 사퇴하고 비대위로 가는 게 맞다”면서도 “저는 당에 남아 당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의 당 잔류 선언으로 비박계의 탈당 움직임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비박계 추가 탈당의 변수는 박 대통령 탄핵 발의와 표결이다. 여당에선 비박계 의원들이 야당의 탄핵소추안 국회 상정을 전후해 추가 탈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탄핵안 발의와 표결이 본격화될 이번 주부터 친박 주류와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친박 지도부가 물러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비박계가 탈당을 결행할 수 있다. 결국 탄핵안이 발의되면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대립이 격화되고 탄핵 찬성과 반대에 대한 표 계산이 본격화되는 11월말이 새누리당의 분당 여부를 가름할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가 “탄핵부터 먼저 시도하고 그다음 당 지도부의 사퇴, 그리고 비대위 구성해서 비대위가 썩은 보수를 도려내는 시도를 해야 한다”면서 “만약 탄핵의 길로 간다면 선거가 바로 온다. 시간이 부족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태경 의원은 “탄핵안 발의나 표결이 끝난 뒤 당을 떠나는 의원들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연쇄탈당의 규모는 김 전 대표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중진의원은 “박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고 난 뒤에도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으면 김 전 대표가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30여 명이 추가 탈당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가 여당에서 탄핵을 주도하는 구심점이 되면서 탄핵에 참여하는 의원들을 탈당에 합류시킬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여당에서 탄핵 찬성 연판장에 서명한 의원이 40여 명에 달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오른쪽)와 김용태 의원이 11월22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탈당을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새누리당 40여 명 탄핵 찬성 연판장 서명

 

당내에서는 추가 탈당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병국·나경원·김영우·하태경 의원 등이 탈당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가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 109명 중 ‘이정현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답한 의원은 김용태 의원 외에 4명(모두 비박계)이었다. ‘아직 모르겠다’거나 ‘고민 중’이란 관망파가 28명(비박 17명)에 달했다. 범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된 응답자 69명 중에도 ‘탈당하겠다’는 의원은 없었지만 ‘모르겠다’ ‘고민 중’이란 의원이 11명이었다. 김 전 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비주류 중진들이 탈당할 경우 추가 탈당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탈당파의 1차 목표는 의원 20명을 확보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비박계의 추가 탈당이 이뤄져 새 교섭단체가 생길 경우, 내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정계개편 회오리’가 정치권에 불어 닥칠 것으로 점쳐진다.

 

김 전 대표는 11월24일 정계개편에 불을 지폈다. 그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를 제외한 나머지 어느 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전 대표는 ‘잠재적 대선후보군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고려 대상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물론이다”고 답했다. 그는 “아주 훌륭한 분이고 자기 정체성에 맞는 정치세력에 들어와서 당당하게 경선에 응하고 국민 선택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만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 지사와 김 의원 등 탈당파 10명은 11월27일 ‘제4지대 구성’을 위한 첫 회동을 했다. 이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자성과 향후 정치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비박계의 탈당이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 대표와의 11월23일 만찬회동에서 대다수 의원들은 탄핵에 찬성하면서도 탈당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김 전 대표로선 이런 기류를 감안할 수밖에 없어 그의 탈당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친박계와 비박계가 고루 포진한 중진 6인 모임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합의하면 탈당의 명분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당 일각에서는 지역민심을 고려한 지역구 의원들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대규모 탈당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영남과 충청권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아직까지 새누리당에 희망을 걸고 있는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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